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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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205 vote 0 2010.09.17 (13:41:02)

 

  

  구조를 출간하면서


  정치칼럼은 아니고 구조 책 출간과 관련하여[공지]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공간에 에너지를 태우면 구조가 나타난다.


  길이 있다. 에너지가 가는 길이다. 자연에는 생명진화의 길이 있고, 개인에게는 가치판단의 길이 있고, 집단에 있어서는 의사결정의 길이 있고, 사회의 조직에 있어서는 성장발달의 길이 있다.


  ● 구조는 에너지가 가는 길이다.

  ● 자연은 생명진화의 길이 있다.

  ● 개인은 가치판단의 길이 있다.

  ● 집단은 의사결정의 길이 있다.

  ● 조직은 성장발달의 길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은 무수히 많지만, 가장 빠른 길은 비행기 타고 가는 길 하나다. 길을 따라가야 한다. 길은 사회에서 의사소통 형태로 존재하며, 구체적으로는 가치판단과 의사결정 형태로 전개하고, 그 결과는 조직의 성장과 발달로 나타난다. 조직을 성장시키려면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이를 위하여 그 전에 가치판단이 필요하며, 이는 충분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회사에서의 의사결정을 생각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의사결정이 쉽지만 대신 리스크 부담이 크다. 대기업은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려져서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하기 쉽다.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구조의 길을 공유함으로써 가능하다.


  문제는 원래 의사소통이 안 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구조의 문제다. 구조는 원래부터 내부에 모순을 장착하고 있다. 모순이 있기 때문에 속도조절과 방향지시가 가능하다. 만약 모순이 없다면 건전지는 1초만에 방전될 것이고, 댐의 물은 1초만에 쏟아져버릴 것이고, 시계의 태엽은 1초가 되기 전에 풀려버릴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 빨라지고 또 사방으로 무질서하게 전개되어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무의 뿌리는 땅을 향하여 뻗어가야 하고 잎과 가지는 태양을 향해 뻗어가야 한다. 모순이 없다면 암세포처럼 제멋대로 성장하여 뒤엉켜 버린다. 그 결과는 조직의 죽음이다. 모순이 있기에 통제가 가능하다.


  모순은 필연적으로 존재하며, 그 모순을 이용해서 우리가 방향지시와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순을 받아들이고, 그 모순에 올라타고, 부리며 그 모순을 즐겨야 한다. 그러므로 합리적으로 기능하는 모든 조직에는 여당과 야당, 엄마와 아빠 형태로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며 대칭을 이루고 축을 공유하는 모순이 숨어 있다. 이들은 서로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일의 우선순위와 접근경로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은 언어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포지션에 의해 결정된다. 언어로 하는 명령과 지시, 보고는 의사소통이 아니다. 의사소통은 의사결정 이전에 필요한 것인데, 명령과 지시, 보고는 이미 결정된 것을 통보하는 것이다. 다 함께 모여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의사소통이 아니고 친목행사에 불과하다. 의사소통은 그 회의장 안에서 서열, 자리배치, 식순, 역할분담 형태로 나타난다. 서열이 잘못되고, 자리배치가 잘못되고, 순서가 잘못되고, 위계질서가 잘못되고, 역할분담이 잘못되면 의사소통은 이미 끝장난 것이다. 은밀히 할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하고, 공개적으로 할 이야기를 은밀히 한다면 의사소통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말을 하는게 의사소통이 아니고 그 정보가 전달되는 회로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의사소통이다. 정보전달의 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모든 가치창출은 에너지를 통제함에 의해 이루어진다. 에너지를 통제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외부에서 자원을 끌어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이다. 둘은 내부에서 에너지 운용을 최적화 하는 것이다. 있는 것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각각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를 이룬다.


  CEO가 바라보는 지점과 실무자가 바라보는 지점은 180도로 다르다. 상부구조인 CEO는 외연확대가 중요하므로 성공의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 실익이 없는 일에도 길게 보고 투자를 해야 하지만, 하부구조인 실무자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야 하므로 실익이 없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모순이 있다. 그 모순은 있어야 한다. 모순을 제거할 것이 아니라 공존하면서 밸런스를 조정해야 한다.


  무한도전 PD 김태호는 MBC라는 기업의 하급 실무자이지만, 김태호에게 엉기는 프로레슬러 윤강철 입장에서는 결정권을 틀어쥔 CEO다. 여기서 포지션 문제가 발생한다. 한 인물이 보는 관점에 따라서 CEO이기도 하고, 실무자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1위 기업과 2위 기업 사이에도 일어난다. 1위 기업은 모든 공기저항을 혼자 감당하므로 리스크 부담이 크지만, 2위기업은 앞서가는 기업의 뒷꽁무니만 보고 가면 되므로 효율성을 얻는다. 1위기업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므로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을 줄여야 하므로 다양하게 보험을 들어두어야 하지만, 2위기업은 그런 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매를 앞에 있는 1위기업이 대신 맞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기업 사이에도 CEO형 기업과 실무자형 기업이 있는 것이다.


  좁은 국도에서 차가 줄줄이 밀리는 이유는 맨 앞에 가는 차에 부담이 집중되어 속도를 못 내기 때문이다. 뒤에 가는 차는 불만이 크다. ‘왜 앞에서 버벅거리지?’ 하고 이해를 못한다. 그래서 추월하지만 다시 추월당하고 만다.


  잘 나가던 일본기업이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내부경쟁이 잘 나가던 시기에는 상승효과를 냈지만 지금은 발목잡기가 되고 있다. 미국이 맨 앞에 가고 일본이 뒤따르던 시절에는 일본기업간 경쟁이 시너지 효과를 냈지만, 일본이 맨 앞에 가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서로 발목을 잡아서 크지 못한다. 예컨대 일본의 자동차 회사는 너무 많은 차종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소비자에 의한, 기업간 경쟁에 의한 압박이 있다.


  한국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 소비자들은 현대차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왕이면 르노삼성차나 GM대우를 사자는 권장이 있다. 이것이 의사소통의 문제다. 의사소통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포지션 구조로 있다. 확실히 한국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의 독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면 어떤 행동을 하든 결국 발목을 잡는 결과로 나타난다. 포지션 구조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건 광고나 대화로 풀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포지션을 바꾸어야 해결된다.


  현대차를 한국내의 1위기업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세계시장에서의 2위기업으로 볼것이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시장을 개방하여 포지션을 변경함으로써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꼬여서 교착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즉 잘 나가던 일본기업이 주춤거리는 데는 일본이 충분히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현실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섬나라 환경이라는 지정학적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일본이 섬을 옮겨서 유럽으로 이사가지 않는 한 해결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나도 할테니 너도 하라’는 식의 상승효과가 있지만 나중에는 ‘나도 안할테니 너도 하지마라’는 상극효과가 나타난다. 똑같은 것이 포지션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안면도에 펜션이 있는데 처음 인터넷에 광고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나도 할테니 너도 하라’ 법칙이 적용되어 모든 펜션이 광고를 하니까 광고효과가 극적으로 올라가서 많은 손님이 몰려왔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이제 그냥 오는 손님은 하나도 없고 모든 손님이 인터넷 광고를 보고 온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즉 펜션이 인터넷 포털업체에 예속되어버린 것이다. 막대한 광고비를 세금처름 뜯기게 된다. 신종 세금이 출현한 것이다. 지금은 ‘나도 안할테니 너도 하지마라’고 해야할 판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 내가 안하면 옆집만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업체간에 서로 죽이는 제살뜯어먹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만약 모두가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한다면 사회의 온갖 의사소통의 문제, 의사결정의 지연문제, 시행착오의 문제는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잘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그것이 순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보통은 한때 갑이었던 사람이 고집을 피우다가 망하는게 공식이다.


  두 갈래 길이 있다. A코스가 옳고 B코스는 나쁘다. A코스로 가야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A코스로 가면 속도를 내지 못한다. 혹시 B코스가 더 나았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의사결정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단 B코스에 들렀다가 ‘이 길이 아닌게벼’를 선언하고, A코스로 전환하는 것이 속도를 내기에 편하다.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를 모두가 할 필요는 없다. 맨 앞에 가는 선두업체는 온갖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후발주자는 그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바로 A코스로 뛰어든 다음 표준을 장악해 버리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표준이고 표준은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에야 만들어진다. 처음부터 표준을 만들어놓고 ‘다들 이 안에 들어오라’고 하면 모두가 기피한다.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혼란을 조성해놓고 다들 표준의 문제로 골치를 앓을 즈음에 가서 표준을 들이대야 한다. 그러므로 시행착오는 필연적이며 항상 표준을 만든 후발주자가 선두에서 길을 연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일이 벌어진다.


  세상에 많은 잘못이 있는 것은 그 잘못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잘못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이는 예방주사와 같은 것이다. 어린이가 아파트 단지 출입구 앞에서 갑작스럽게 도로에 뛰어드는 일이 있다. 이때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스쳐가도 어린이는 자신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차가 어린이 앞에서 급정거를 하면 그제야 알게 되고 한번 위험을 각인하면 두 번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수는 필요한 것이며, 그 때문에 인간의 유전자 안에는 실수를 저지르도록 세팅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안 해도 되는 실수를 세 번 네 번 계속 하고 있는게 인간이다. 실수는 한번으로 족하지만 인간 안에 실수유전자가 있다. 구조의 이해는 실수를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이고, 모순을 피해가는데 도움이 된다. 의사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오류가 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의 중복과 충돌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포지션 문제는 주로 책임문제로 된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 명백히 하지 않기 때문에 결정이 지연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들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지연되고 만다. 포지션을 분명히 함으로써 책임소재를 명백히 해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빠른 방향전환에 성공할 수 있다.


  구조를 알아야 한다. CEO와 실무자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으며 다른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해야 대화가 된다. 선발업체와 후발주자는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따라잡을 수 있고, 또 추월을 방지할 수도 있다. 서로 협력하여 이득을 꾀하는 상승효과가 나중에는 상극효과로 반전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은 매우 쉽다. CEO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직원이 이에 불만을 품고 나가버리는 수가 있지만, 많은 연봉을 주어 인재를 스카웃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연봉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삼성은 외부스카웃에 의존하다 돈성 소리를 들었지만 내부에서 신인이 크지 않아 결과가 신통치 않았고, 넥센은 선수를 다 팔아먹었지만 신인이 성장하여 구멍을 메우고 있다. 확실하게 방향을 정하고 확실한 신호를 주는게 중요하다. 요미우리나 양키즈구단처럼 아주 돈으로 밀어붙이든가, 넥센처럼 신인을 열심히 키우든가, 둘 사이에 밸런스를 잡든가 우왕좌왕 하지 않고 최적의 답을 뽑아내야 한다.


  ###


  ‘구조’가 교보문고에 깔렸다고 하더군요.

  몇권 안 되지만 월요일 쯤은 다른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번에 낸 구조론과 일부 내용이 중복되지만, 150면 정도가 새로 추가되었고, 또 그만큼 불필요한 분량을 빼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상부구조를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자동차의 엔진에 대해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도로와 운전에 대한 설명을 추가한 셈입니다. 중요한 책이 나왔으니 앞으로는 좀 팔리는 책을 다량으로 써서 구조를 홍보해볼까 합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7]정나

2010.09.17 (13:52:19)

우선, 오늘 교보문고 강남점에 가서
3권 구매해야 겠는데요 ^^;;
많이 사서 주변에 홍보해야 하는데
....

동렬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레벨:1]제이

2010.09.17 (14:53:06)

교보문고 인터넷에서도 주문가능하네요.
오래 기다렷다가 잽싸게 신청했습니다.
[레벨:6]폴라리스

2010.09.17 (14:57:50)

교보문고에 일부러라도 나가봐야겠군요. 축하드립니다.
10월에는 기필코 얼굴 한번 뵙지요.
뵙고잡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0.09.17 (16:20:45)

저한테 먼저 축하를 합니다. 보는 사람에게 축복일테니...
출간의 기쁨을 구독으로 함께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0.09.17 (17:03:09)


흠....추석 지나고 사봐야 겠네요.
빨간책이 이쁠것 같네요.
기대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6]호민양

2010.09.17 (17:20:11)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0.09.17 (18:24:46)

3권이 기본이 되겠습니다.
2권은 책장에 묻혀있을지 모르지만...^
[레벨:5]희정

2010.09.18 (10:00:42)

당연히 사서 봐야죠.
꼭 책방에 갈겁니다.
아직도 구조론이 가물가물해서요.
그 첫번째 "질"을 잘 모르겠습니다.
질량 할때 그 질을 말하는것 같긴한데
암튼 확실하게 알진 못하겠어요.
첫번째 이해를 잘 못하니 진도가 못나가고
나간다해도 어째 좀 짐찝해요.
누구 이해하신분게서는 간략하게라도
후학에게 설명을 좀 베풀어주십시오.
선생님께까지 갈것없이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0.09.21 (20:41:00)

 


질이란 무엇인가?



이런걸 논리라고 하는데

원인과 결과의 시간논리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와 부분의 공간논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체가 움직이면 부분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시간논리는 원인과 결과 둘로 설명해도 충분하지만

거기에 전체와 부분의 공간논리를 보태면 이야기가 복잡해 집니다.

원인과 결과의 논리를 전개할 때 보통 입자 개념으로부터 추론을 시작합니다.

이는 입자가 주로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고체 형태를 띠기 때문입니다.

유체의 경우 이것이 불분명합니다.

태풍이라면 눈에 보이는 입자형태는 나중에 생겨난 것이고

본래는 온도차가 있었을 뿐입니다.

원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꽃이 핀다면 씨앗이라는 입자에서 부터 사건이 시작됩니다.

아기가 탄생한다면 역시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수정란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입자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고 모든 사건은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씨앗이 흙과 만나야 싹을 틔우고 봄과 만나야 싹을 틔우고

물과 만나야 싹을 틔웁니다.

흙을 만나지 않으면, 물과 만나지 않으면, 온도와 만나지 않으면

씨앗은 결코 싹트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만남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질 개념은 어떤 사건의 시작점을 입자의 전단계

즉 만남이 사건을 촉발한다는 개념입니다.

감기에 걸린 원인은 물론 감기 원인균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때문인지만

감기에 걸린 이유는 그 바이러스와 만났기 때문입니다.

집에 콕 박혀 있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모든 사건은 입자에서 시작되고 씨앗에서 시작된다는 것은

보통 알려진 인과논리고

모든 사건은 그 이전에 만남에서 시작되고

그 입자는 만남의 현장에서 접촉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이 질 개념입니다.

질은 결합한다고 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둘을 만나게 한다는 뜻입니다.

질은 만남이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야구팬은 야구장에서 만나고 축구팬은 축구장에서 만납니다.

교도소에서 만나면 범죄자가 되고 국회에서 만나면 정치인이 됩니다.

어디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그 질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정상에서 만나면 양질이 되고 바닥에서 만나면 저질이 됩니다.

질을 잘 모르는 이유는

모든 사건이 어떤 둘의 만남 형태로 촉발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이를 입체적 모형으로 머리 속에 세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격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입자 단위로 생각합니다.

이것이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것이 다 이명박 때문이다.

이게 다 히틀러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 탓을 하는건 입자 개념입니다.

만남은 둘 이상의 만남인데 둘 이상을 생각하자면 벌써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둘 이상을 생각하려면 골치가 아프니까

그냥 하나만 생각하는 거지요.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은 대개 입자이고 입자로 생각하는게 편하지요.

처음 어떤 닫힌계가 있고(이것이 없으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음)

닫힌 계에 긴장의 형태로 밀도가 걸리면 질이고

여기에 심이 투입되면 입자가 만들어지고(보통은 저절로 생겨남)

우리 눈에 보이는 사건은 입자부터 시작되지만

그 이전에 질의 단계가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만남에서 시작되며 만남의 조건이 있고

그것은 닫힌계에 밀도가 걸린 상태이며 이것이 질입니다.

열린계에서는 만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담과 이브가 만나지 못해서 인류가 멸종합니다.

그때 하필 사자가 눈앞에 출현하고

사자에 쫓겨 막다른 벼랑에 몰린 아담과 이브가 힘을 합치고 하는 식으로

어떤 바운더리의 닫힘에 의해 사건이 시작되는 것이 질입니다.

닫힌계에 밀도가 걸리면 전체가 균일해집니다.

흩어진 양떼의 간격은 제멋대로이지만

늑대가 나타나면 간격은 균일해집니다.

닫힌계에 외력이 작용하면 자체의 밀도가 균일해지면서 입자가 탄생합니다.

입자부터는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이해가 쉽지요.


[레벨:1]만유인력

2010.09.18 (20:58:47)

 오늘 종로 교보문고에서 구매했습니다.
 다 팔린줄 알았는데 한 권 남았더라구요.
교보문고 직원분께 '구조'라는 책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니까 별의 별 책이 많더라구요.
 다들 건축과 토목에 관련된 책이었습니다.. ㅎㅎㅎ~
다행히도 저자 이름을 치니까 나오더라구요. 아무쪼록 동렬님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구조론 연구소 분들 추석 잘 보내세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5]sinple5

2010.09.21 (19:44:19)

안녕하세요.
간간히 들러서 동렬님의 글만 훔쳐가는 유령회원입니다.
저도 방금 yes24에서 한권 주문하고 오는길입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구조론에 관한 도서를 직접 구해서 보게되는군요..
정말 잘 읽겠습니다.
열심히 읽고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른 회원분들도 좋은 명절 되길 바랄게요 ㅎㅎ
[레벨:6]바라

2010.09.25 (00:03:53)

빨리 사서 천천히 익혀야겠네요.
너무도 좋은 것은 천천히.. 하지만, 은근 급한 마음이 생깁니다..
더 큰 세력으로 가기위한 걸음이 급해지겠군요.

[레벨:1]zoonme

2010.09.27 (11:45:12)

'구조' 출간 축하드립니다. 그간 좋은 글 무료 눈팅만 잔뜩 했는데 ^^;;... 꼭 사서 읽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0.10.06 (16:34:23)

이곳으로 구입하여 보낸 것을 한 열흘 만에 잘 받았소.
이제 숙제는 정독하여 조금이라도 더 이해 하는 것이고,
(사실 홈피 글과, 동영상과, 책을 같이 보니 그나마 이해가 쉽소)
문제는 내가 관심있는 이 분야를
여기서 노어와 영어로 현지인들에게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는 것이오.
기본 목표는 영어와 노어로의 내용 통역이 되겠고,
그전에 챕터별로 두 언어로 정리하여야 하고...,
이런 과정은 나의 목표인 동시통역에 도움이 되리라 보기 때문이오.
앞으로 1차 5개년 계획 2차 5개년 계획으로 10년내 2언어 동시통역 가능토록 할껀데... 성원들좀 주소^^
(내가 20년 동안 애지중지 해온 독일어는 양념으로만 할 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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