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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27 vote 1 2021.01.03 (19:52:24)

    천재가 오해되는 이유


    세종은 한글을 혼자 만들었다. 그 말을 누가 믿겠는가?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혼자 만들었다. 그 말은 믿을 수 있지. 한글을 세종이 혼자 만들었다는 사실은 최근에 밝혀졌다. 필자만 해도 학창시절 세종의 명령을 받은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만들었다고 배웠다.


    사실은 혼자 만드는게 더 쉽다. 여럿이 함께 만들 수 있다면 다른 나라는 문자를 안 만들고 뭐했겠는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쓰이고 있는 문자 중에 한자와 한글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문자는 페니키아 문자의 변형이다. 글자를 인위적으로 만드는게 쉽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계몽주의다. 왜 지식인들은 근거 없이 한글을 신하들이 만들었다고 거짓말을 꾸며냈을까? 실록에 세종이 만들었다고 버젓이 씌어져 있는데도? 동의보감은 선조의 명령으로 편찬되었고 대동여지도는 철종시대의 작품이지만 허준이 만들고 김정호가 만들었다.


    그런거 있다. 위인전에 항상 나오는 클리셰들 말이다. 스테레오 타입. 거기에 억지로 때려맞춘 것이다. 까놓고 진실을 말하자. 엘리트 계급이 스스로에게 역할을 준 것이다. ‘난 엘리트야. 뭐든 좋은 것은 우리 엘리트가 다 했지.’ 이런 거다. 계급을 우상화하는 것이다.


    지식인의 편견에 의해 가장 크게 오해된 인물이 잔 다르크다. 17세 시골소녀의 활약이 너무 소설같잖아. 영웅전의 클리셰와 맞지 않아. 스테레오 타입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어. 그런데 잔 다르크의 활약은 엄연한 사실로 밝혀졌다. 역시 최근에야 밝혀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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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의 기록을 누가 믿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볼테르와 같은 계몽주의 지식인들이 잔 다르크를 열심히 깠다. 잔 다르크의 대항마로 자유의 여신 마리안을 만들어냈을 정도이다. 이 정도면 콤플렉스가 있는 거다. 진중권이 노무현 까듯이 잔 다르크를 모함했다.  


    잔 다르크가 왕을 지지했기 때문에 혁명파가 왕당파를 꺾으려면 잔 다르크 신화를 깨뜨려야 한다. 잔 다르크는 군대 뒤에 따라다니는 창녀에 불과하다구. 이게 정치적 프레임 놀음이다. 지식인이 프레임 만들기 놀음으로 가다가 대형사고를 친 것이 마녀사냥이다.


    카톨릭을 까기 위해 지식인이 마녀사냥에 앞장선 것이다. 마침 인쇄술이 보급되었다. 인쇄술=문자보급=마녀지식=마녀사냥이다. 문자와 도서가 보급되자 ‘최신 마녀감별법 33가지’ 따위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전 유럽이 마녀사냥 열풍에 빠져들었다. 지식의 흑역사다.


    진보도 오류가 있고 지식인도 흑역사가 있다. 반드시 그런 우여곡절을 거친다. 페스트도 해결 못하는 카톨릭의 무능이라니. 전국에 마녀가 날뛰고 있는게 다 카톨릭의 무능 때문이야. 이상한 정치적 프레임이 들어가서 진실이 왜곡된다. 잔 다르크? 과학적으로 보자구.


    기껏해야 뒤에서 농민을 선동하고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웠을 뿐이지 실전을 뛰지는 않았어. 설사 잔 다르크가 실전에 참여했다 해도 군대를 지휘하지는 않았어. 설사 잔 다르크가 군대를 지휘했다 해도 운이 좋아서 농민군 특유의 기습공격이 몇 번 먹혔을 뿐이지. 


    지식인의 편견은 죄다 틀렸다. 잔다르크는 농민출신이다. 노무현은 상고출신이다. 그래서 지식인이 싫어하는 것이다. 농민의 영웅이라니 재수 없어. 지식인의 계급의식이 들어가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히틀러는 대중을 혐오하는 지식인의 편견을 역이용했다. 


    하사 출신 히틀러가 농부 출신 롬멜을 밀어준 이유다. 귀족의 견제에 시달리던 히틀러 입장에서는 롬멜 영웅만들기가 필요했다. 비슷한 예는 많다. 테슬라와 에디슨의 관계,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의 관계다. 헨리 포드의 천재성도 그렇다. 지식인 입장에서 불쾌하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지식인 우월주의 클리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2차대전의 광기에 시달리던 아인슈타인은 항상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신문기자가 좀 웃어보라고 권유했다. 억지로 웃음을 지은게 혓바닥을 내민 유명한 사진이다.


    멋진 그림이 탄생했다. 대중은 그런 이미지를 소비할 뿐이다. 그러나 세종은? 잔 다르크는? 에디슨은? 노무현은? 김기덕은? 지식인은 세종이나 에디슨이나 노무현이 지갑을 주웠다고 생각해 버린다. 근거는 없다. 엘리트 우월주의와 안 맞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중의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 엘리트와 민중이 역할분담을 해야한다고 믿는다. 엘리트인 학자가 한글창제를 주도하고 민중의 대표자인 왕은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와 싸우고 문재인은 예산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주장한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지식은 마이너스다. 지식인은 아닌 것을 배제하는 방법을 쓴다. 양약과 한약의 차이다. 한약은 플러스다. 십전대보탕이라면 10가지 재료를 쓴다. 아무거나 일단 넣어본다. 에이즈를 치료하는 칵테일 요법은 중국계 의사의 중의학 관점이었다.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와 방향성의 차이가 있다. 양의학의 관점으로는 마이너스를 계속하여 단 하나의 물질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농민들은 플러스법을 쓴다. 이것저것 주워섬긴다. 예컨대 이런 거다. 당신이 잔 다르크라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주술을 사용한다. 


    조짐을 읽는다. 징조를 주장한다. 전쟁에 지면 기도를 게을리했거나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신의 계시를 기다린다. 다들 그렇게 해 왔다. 고조 유방은 뱀을 죽여놓고 적제의 아들이 백제의 아들을 죽였다는 둥 개소리를 시전해서 떴다. 


    황건적은 푸른색의 시대가 다하고 누런색의 시대가 열린다는 둥 하며 개소리를 한다. 동학농민군도 비슷하다. 주술에 기대는 것이다. 홍수전과 태평천국의 멸망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실이지 잔 다르크 이전에도 비슷한게 많았고 잔 다르크 이후에도 아류가 많았다.


    무수한 잔 다르크가 출현해서 샤를 7세는 골머리를 앓았다. 너무 많은 소녀들이 궁정으로 몰려들었다. 다들 신탁을 받았다는 둥, 천사를 만났다는 둥 하며 몰려오는 통에 골머리를 앓다가 영국군에게 잡힌 잔 다르크가 죽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토사구팽의 실천이다.


    놔두면 잔 다르크가 프랑스의 여왕으로 등극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잔 다르크 추종자들이 이를 부추긴다면? 실제 홍수전은 비슷한 방식으로 몰락했다. 잔 다르크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봐야 한다. 민중을 현혹하는 주술을 쓰지 않았다. 


    왜 잔 다르크는 천사를 만났다고 개소리를 했을까? 그 당시는 개나 소나 천사를 만나던 시절이었다. 그게 먹힌다. 잔 다르크가 전투에 임해서는 철저히 전쟁의 논리를 따랐다. 전투에 앞서 대의명분을 말할 때는 신을 팔았지만 실전에서는 철저히 이기는 결정을 했다.


    그에게는 원래 지휘능력이 있었던 거다. 왜? 마침 헨리 5세가 죽었기 때문에. 기회가 온 것이다. 원래 농민군이 전쟁을 잘한다. 프랑스군은 귀족과 용병이 주력이고 영국군은 농민군이 주력이었기 때문에 영국이 우세했다. 이러한 본질을 잔 다르크가 꿰뚫고 있었다. 


    농민군이 잘 싸우는 증거는 흔하다. 해군이 강하다지만 육전에서는 항상 패배하는 영국군이 그렇다. 보어전쟁에서 깨지고 구르카 용병에게도 깨지고 줄루족에게도 대패한 적이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과 미영전쟁에서 패배했음은 물론이다. 왜 영국군은 항상 지는가?


    귀족이 지휘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도 전투현장에는 절대 가지 않는 귀족들이 지휘하므로 언제나 무너진다. 나폴레옹시절의 프랑스군은 농민출신이 지휘권을 잡았을 때 승승장구했다. 백년전쟁 시기에는 프랑스군이 귀족과 용병이고 영국군이 농민출신 위주였다.


    의사결정구조의 차이를 간파한 것이다. 결국 백년전쟁을 끝으로 귀족은 완전히 몰락해 버렸다. 백년전쟁은 농부와 귀족의 싸움에서 최후에 농부가 이긴 전쟁이다. 귀족은 점잔을 빼느라 미리 짜여진 각본을 따를 뿐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 복잡한 기동을 못하는 것이다. 


    진실을 이야기하자. 영웅의 출현을 두려워하는 지식인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괴상한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들의 클리셰와 스테레오 타입은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과 의논해서 한글을 만드는 그림이다. 멋지잖아. 군주는 신하에게 전권을 주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지.  


    그게 아전인수다. 남자 장군들이 병사를 지휘하고 여자 잔 다르크는 응원단장 역할을 하면 안성맞춤이잖아. 귀족은 지휘하고 민중은 충성하고 좋아좋아. 그림이 좋아. 역할분담이 멋져버려. 그 이면에 숨은 본질은 지독한 차별주의다. 그들은 대중을 불신하는 것이다.


    필자가 한창 정치칼럼 쓰던 노무현 시절 안다하는 사람들은 필자의 예견이 맞으면 김동렬 저 사람 촉이 좋군. 감이 뛰어나. 직관력이 있어. 이렇게 말할 뿐 필자가 수학공식에 맞추어 풀어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정해져 있는 공식이다.


    갈릴레이는 직관력을 쓴게 아니고 망원경을 썼다. 구조론은 도구다. 질과 량은 흔히 오해된다. 과도기에 그러하다. 전기가 처음 발명되었다. 과도기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다. 과도기다. 인터넷이 처음 출현했다. 마찬가지다. 라디오가 출현했고 TV가 처음 등장했다. 


    영자의 전성시대에는 30살 먹은 최불암이 노인 역할로 나온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송재호를 ‘이보게 젊은 친구!’ 하고 부른다. 그래도 된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질과 량은 흔히 혼동된다. 질은 사건이 시작되는 입구이고 량은 사건이 종결되는 출구다. 사건 바깥이다.


    질은 패턴을 복제한다. 즉 다른 시스템을 덮어 씌우는 것이다. 여기에 천재성이 필요하다. 잔 다르크는 중세와 근대의 과도기다. 처음 신제품이 출현할 때는 어디에도 전문가가 없다. 죄다 아마추어다. 그 상황에서 A를 B에 그냥 덮어 씌워본다. 그것이 패턴의 복제다. 


    그래서 안 되면 포기한다. 이번에는 다른 것을 덮어 씌워 본다. 이 방법을 될 때까지 반복해 본다. 소 발에 쥐잡기로 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될까? 천만에. 안 된다. 천재는 직관력으로 패턴을 분석하여 다른 것을 응용하는 것이다. 첫 시도에 성공해야 한다.


    이쪽에 먹히는 전략을 저쪽에 써먹는 것이 천재의 방법이다. 그냥 아무거나 이것저것 다 해보는게 아니다. 량의 승부가 아니라 질의 승부라는 말이다. 그런데 오해된다. 테슬라는 에디슨이 이것저것 시도해봤는데 그중 하나가 우연히 먹혀서 지갑 주웠다고 믿는다. 


    량으로 승부했는데 우연히 먹혔어. 그거 원래 안 되는 건데 운이 좋았군. 한약재를 있는대로 마구 투입해 봤더니 우연히 치료가 되었어. 천만에. 에디슨은 구조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었다. 축음기를 성공한 것은 소리가 공기의 진동임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진동을 기록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다. 카메라가 빛을 기록하면 축음기는 소리를 기록한다. 충분히 가능하다. 태어날 때부터 패턴분석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보는 방향이 다르다. 질을 보는 사람과 입자를 보는 시선은 다르다.


    지식인과 천재는 사고방식이 다르므로 화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천재는 원래 이런 거야 하고 왜곡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내고 프레임 놀이를 시작한다. 괴짜가 엉뚱한 발명을 한다는 식은 넌센스다. 아무거나 하나만 걸려라 하고 마구잡이로 투척한다.


    량에 집착하는 것이다. 동학군이 주술을 쓰거나 홍수전이 신탁을 받거나 하는 식으로 이런저런 수법을 다 써본다. 그래서는 성과가 없다. 천재는 다르다. 그 진면목은 지식인의 편견과 맞지 않다. 지식인은 에디슨을 경멸하고 테슬라를 추앙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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