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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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90 vote 0 2019.03.15 (10:59:58)


    마음은 척력이다


    우주에는 원래 하나의 힘밖에 없다. 그것은 척력이다. 척력은 간단히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원시의 힘이다. 방향이 정해지면 인력이 된다. 척력을 인력으로 바꿀 때 에너지가 유도된다. 사건을 조직하고 계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유도할 수 있다.


    위성들은 반시계방향으로 태양을 돈다. 우리 은하는 시계방향으로 불랙홀을 돈다. 물론 반대쪽에서 보면 반시계방향이다. 강아지 밥그릇에 밥을 주면 여러 마리의 강아지들이 주둥이로 서로 밀면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무질서에서 질서로 하나의 방향성이 탄생하는 것이다.


    불균일에서 균일로 바뀐다. 그럴 때 계는 더 효율적인 상태가 되며 잉여 에너지가 발생하고 우리는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빼먹을 수 있다. 먼저 구조를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효율적이란 말은 계가 통제가능하다는 말이다. 질서를 얻으면 외력이 약간만 작용해도 크게 반응한다.


    강아지 밥그릇만 옮기면 일제히 따라온다. 원래 강아지들은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자유가 있다. 중심에 축이 주어지면 대칭이 발생하여 방향성이 작동하고 에너지는 하나의 코어로 수렴된다. 이것이 근본의 근본이며 출발의 출발이며 태초의 태초이며 모든 논리의 어머니다.


    수학은 오직 불균일과 균일만 가지고 바둑을 두어야 한다. 장기는 여러 종류의 말이 서로 다른 역할을 가져서 불평등하지만 바둑은 모든 바둑알이 동등한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러나 포석을 두면 달라진다. 놓인 위치에 따라 어떤 바둑알은 끝까지 살아남고 어떤 바둑알은 사석 된다.


    마음 역시 그러하다. 에너지는 만남이다. 흑돌과 백돌이 만나면서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만날 때 인간은 흥분한다. 여행을 떠날 때다. 새로운 세계와 만날 준비가 되었다면 여행을 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아기의 탄생도 새로운 만남의 하나가 된다.


    그러나 곧 식상해진다. 이틀이 못 되어 발바닥이 아파진다. Travel은 삼지창으로 발바닥을 찌르는 고문을 당한다는 뜻이다. 순례자의 여행은 발바닥이 찢어지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서 여행의 신선함은 사라진다. 남녀라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기대만땅이다.


    첫 뽀뽀를 한 다음에 첫 스킨십을 한 다음에 무릎베개도 해보고 무엇도 해보고 무엇도 해봐야지 하며 계획이 잔뜩이다. 그러나 며칠을 못 가서 말다툼하고 언성을 높이고 틀어지게 된다.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다. 다음 단계의 계획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냥 하는 말이고 계획하고 연결한다가 더 진실하다. 계획을 세우며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는 말은 어색하고 나는 당신을 만나서 할 일을 계획하면서 에너지가 업되어 아드레날린이 마구 나오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게 더 진실할 것이다.


    물론 로맨틱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싸대기를 맞겠지만 말이다. 자연의 힘은 원래 척력이다. 서로를 밀어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배를 탄 두 사람이 서로 토대를 공유하고 계획을 공유함으로써 방해자를 미는 힘이 서로를 미는 힘을 압도할 때 비로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Love의 어원은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약탈혼 하는 게르만족이 봄에 목초지를 찾아 이동하기 전에 신부를 납치해 숲으로 도망가서 한 달 동안 꿀을 먹으며 허니문을 보내면 신부의 오빠들이 수색을 포기한다. 그 안에 잡히면 맞아 죽는 거다. 한 달이 지나면 신부가 도망가지 않는다.


    서로 감시하고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러브라고 하는 것이다. 의심하고 감시하고 간섭한다면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를 신뢰하니까 그가 어떤 결정을 해도 신경 쓰지 않아 할 정도가 되어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Love와 believe의 어원은 같다. Be+love=believe인 것이다.


    사랑은 믿는 것이며 아기라는 코어가 형성될 때 척력이 인력으로 바뀌어 믿는 것이 더 효율적이므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물리학이다. 코어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믿게 되고 믿으므로 서로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코어가 과연 있는가이다.


    여행을 한다면 에너지가 충전된다. 다음 단계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바닥나고 만다. 계획은 망치게 되는 게 보통이다. 갑자기 비가 내리고 예약이 취소되고 발병이 나고 결정적으로 돈이 엔꼬된다. 연애를 해도 오래가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계획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코어가 있으면 오래갈 수 있다. 아기가 있으면 오래갈 수 있다. 순례자는 순례라는 목적이 있으므로 성지까지 가는 것이다. 사업은 오래가는 계획이다. 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오래가려면 흥부처럼 자식이 점점 불어나야 한다. 회사가 오래가려면 역시 이익을 내야 한다.


    민주화는 오래 가는 계획이다. 다음 단계가 지속적으로 받쳐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아직도 더 민주화를 해야 한다. 성별 간에만 차별이 있는 게 아니라 학력 간에도 차별이 있다. 서로를 내버려 둘 수 있도록 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 공유하는 토대를 늘려가야 하는 거다.


    흥부의 스물네 자식들처럼 공유자산이 증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시스템에 익숙해진 것이 커다란 공유자산이다. 사건을 다음 단계로 끌고 갈 동력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 안에서 서로 공유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 익숙함이 사랑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kilian

2019.03.15 (11:18:48)

"무엇이 우리 안에서 서로 공유되면서 점점 커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 익숙함이 사랑이다."

http://gujoron.com/xe/107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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