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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557 vote 0 2019.03.05 (22:00:53)

    마음이 좋더라

    

    다들 마음을 좋아한다. 돈벌이보다 마음벌이가 쉽게 여겨진다. 돈을 벌려면 직장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마음벌이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는 헤벌쭉 웃기만 해도 귀엽고 미인은 윙크만 해도 다들 넘어가는 판이다. 일단 만만해 보인다. 아니다. 마음벌이 쉽지 않다. 돈벌이도 푼돈벌이 쉽지 큰돈벌이 쉽지 않은 판에 말이다. 


    작은 마음벌이 쉬워도 큰 마음벌이 쉽지 않다. 진지 빨고 정색하자. 사람들은 마음을 좋아한다. 네이버북으로 검색하면 20만 건의 관련도서가 검색된다. 사랑은 27만 건이니 막상막하다. 사실이지 사랑도 마음의 일부라 하겠다. 마음을 쓰는 것이 곧 사랑이 아니겠는가? 사람들이 마음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음에 힘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돈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마음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랑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사랑하지 않고 있는가? 왜 다들 솔로가 되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저주하고 있는가? 마음을 넉넉히 벌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축해두지 못했던 거다. 


    마음은 힘이다. 그래서 좋아한다. 힘이 있으면 좋다. 힘이 없어서 꺾어지는 것이다. 마음벌이 해두지 않아서 집단에서 밀려나고 버려지고 소외되는 것이다. 어떻게 마음을 벌지?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것은 이름이 없다. 벌어야 할 마음에 이름이 없다. 마음은 힘이고 힘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물리학 용어지 심리학 용어가 아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에 따라 다섯 가지 마음이 있다. 질은 결합한다고 했다. 그것은 매력이다. 매력이 인간을 널리 연결한다. 입자는 독립한다고 했다. 그것은 한곳에 몰아주는 집중력이다. 집중력이 인간을 강하게 한다. 힘은 교섭한다고 했다. 그것은 외부로 표출되는 관성력이다. 관성력이 치고 나가는 일관성의 기세를 만든다. 


    운동은 변화한다고 했다. 그것은 밸런스의 복원력이다. 복원력이 환경에 적응하는 균형감각을 이룬다. 량은 침투한다고 했다. 그것은 외부에서 관측되는 정신력이다. 정신력은 타인에게 관측되고 전파되고 증폭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름들은 필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으로서 국어사전의 풀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 다섯이 다 정신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통 정신력이라고 하면 단순히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똥군기의 힘을 말한다. 히딩크가 말하는 정신력은 수평적인 소통능력인데 말이다. 매력적인 사람이 잘 소통한다. 매력 집중력 관성력 복원력은 외부에서 다른 사람이 잘 알아챌 수 없기 때문에 이름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쉽게 생각하는 것은 다섯째 정신력 곧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로 말하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매력이지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그런 정신력이 아니다. 노무현에게 있고 문재인에게 있는 특별한 힘은 인간다운 매력에 있지 오세훈의 오기나 나경원의 고집이 아니다. 


    마음은 에너지다. 그래서 힘이 있다. 그런데 이름이 없다. 옛날에는 영혼이라고 했다. 마음에 특별한 엑기스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거짓이다. 영혼은 없다. 마음의 특별한 힘을 나타내고 싶어 만든 억지 단어일 뿐이다. 동양에 신이나 기나 귀나 혼이나 백이라는 말이 있지만 마음의 힘을 물질의 힘과 같은 것으로 잘못 해석하더라.


    그런 것은 없다. 혼도 없고, 백도 없고, 기도 없고, 정도 없고, 귀도 없고, 신도 없고, 영도 없다. 대신 마음이 있다. 마음의 힘은 사건에 대한 통제가능성에서 유도된다. 통제가능성이라 하면 너무 딱딱한 표현이다. 사랑이나 열정이 때로 마음의 힘을 나타내곤 하지만 적확하지 않다. 그것은 마음의 힘을 외부로 표출하는 절차가 된다. 


    질의 매력 

    입자 집중력 

    힘의 관성력 

    운동 복원력 

    량의 정신력


    어쨌든 필자가 어색하나마 대강 이름을 정했으니 풀이해보자. 매력은 네트워크의 힘이다. 널리 연결하는 힘이다. 매력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고 긴장을 풀게 하고 다 털어놓게 하고 경계심을 무장해제 시킨다. 사나운 대형견도 아기 앞에서 무장해제 된다. 이빨을 감춘다. 아기가 등에 올라타고 괴롭혀도 다 받아들인다. 


    사나운 개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힘은 매력이다. 아기에게는 매력이 있다. 미인에게도 매력이 있다. 지식인에게도 매력이 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다. 인기를 얻고 지지자를 거느리게 하는 것은 매력이다. 매력도 벌어두어야 한다. 성형수술도 요즘은 방법이 되곤 하더라만.


    공부가 최고다. 친구를 사귀어도 매력이 있고, 품성이 좋아도 매력이 있고, 대인관계가 원만해도 매력이 있다. 그러나 팔방미인은 진짜 친구가 없다는 말이 있다. 황희정승처럼 무조건 좋아좋아 하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없다. 그것은 포장된 가짜 매력이다. 퇴계처럼 도덕을 수양했다고 주장하지만 거짓 포장된 매력이다.


    스님이나 목사들이 매력적인 눈웃음을 짓지만 가짜다. 화장빨이다. 관계를 맺는 힘이라야 진짜다. 패거리 짓는 것은 매력이 아니다. 외부로 나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성별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르고 신분이 다르고 국적이 다른 사람과도 통해야 매력이다. 공부를 해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인간 공부 해야 한다.


    사람을 알아야 낯선 이방인에게도 친절할 수 있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중을 비난하는 지식인처럼 편협해진다. 매력은 자신감에서 얻어지고 자신감은 아는 데서 나오고 앎은 부딪혀봐야 진짜가 된다.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본 베테랑의 긍지를 가져야 한다. 책에서 아는 것은 가짜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다면 당연히 가짜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면 가짜다. 그러나 보통은 그나마 책이라도 읽은 사람이 사랑도 잘하고 연애도 잘한다. 독서만으로 안 되지만 책도 읽지 않으면 매력 없는 일베충 된다. 매력은 흡인력이다. 널리 관계맺고 상대방을 자기에게 끌어들이는 폭넓은 마음이며 열린 마음이다. 허심탄회한 마음이다. 도량이 넓은 천하인의 마음이다. 


    두 번째 집중력은 결단을 내리는 힘이다. 한곳에 몰두하는 힘이다. 예술가라면, 작가라면, 발명가라면, 모험가라면, 연예인이라면 결정적인 순간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몰아줄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과단성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사람좋은 것으로 끝나지 말고 때로는 무서운 사람이 된다.


    독립지사처럼 말이다. 민주투사처럼 말이다. 세 번째 관성력은 일관된 길을 가는 것이다. 변덕을 부리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고 꼼수를 쓰지 않고 말이다. 집중력이 한순간에 한 장소에 몰아주는 힘이라면 관성력은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계속 가는 힘이다. 이는 나다움에서 나온다. 자신의 고유한 캐릭터가 개척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성격과 지위와 신분과 포지션과 체면과 위신에서 나오는 기세의 힘이 관성력이다. 결 따라가야 기세를 얻는다. 바깥을 바라보는 매력과 내부를 바라보는 집중력이 결이 맞을 때 일관성이라는 기세를 얻는다. 관심이 바깥으로 흩어져 산만하거나 내부에서 변덕을 부리면 기세를 잃고 관성력을 잃으니 결이 맞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 복원력은 리듬을 타고 고저장단을 알고 분위기를 맞춰주고 추임새 넣으며 균형을 맞추는 힘이다. 그것은 눈치를 보고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힘이다. 관성력으로 일관되게 자기 길을 가야 하지만 외부 환경과 마찰하지 말아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라면 지휘자의 손끝을 보고 있어야 한다. 앙상블을 이루어야 한다. 


    다섯째 정신력은 인내심이다. 물론 국어사전으로 보면 이 다섯이 죄다 정신력에 속하지만 한국인들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똥군기를 정신력으로 치는 경향이 있으므로 필자가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매력과 집중력과 관성력과 복원력은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겉으로 매력없어 보여도 자기 분야에서는 대단한 힘을 내기도 한다.

    

    에너지는 외부의 쳐다보는 시선에서 온다. 가수는 쳐다보는 관객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엄마는 쳐다보는 자녀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상사는 쳐다보는 부하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작가는 쳐다보는 독자에게서 에너지를 얻고 정치인은 쳐다보는 지지자들에게서 에너지를 얻는다. 문제는 그 시선들이 서로 모순되고 충돌한다는 점이다.


    회사 직원들이 원하는 바가 다르고 자기 가족이 원하는 바가 다르다. 마음이 좋은 사람은 직원들로부터 폭넓게 에너지를 취하고 마음이 나쁜 사람은 마마보이처럼 한 사람에게서만 에너지를 취한다. 그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잘해야 한다. 매력, 집중력, 관성력, 복원력, 정신력으로 칸을 나눠놓는 이유는 교통정리의 문제 때문이다. 


    첫째 매력은 폭넓게 외부의 시선을 끌어들이고 둘째, 집중력은 그것으로 목숨을 건 결단을 내리고, 셋째 관성력은 위상에 맞는 일관된 캐릭터를 만들고, 넷째 복원력은 주변과 분위기를 맞추고, 다섯째 정신력은 순간순간을 견뎌낸다. 이 순서대로 가야 교통정리가 된다. 바램들이 서로 충돌하는 모순을 해소하고 결 따라 갈 수 있다.


    매력은 가수가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며, 집중력은 리더가 결단을 내리는 것이며, 관성력은 한 우물 파는 장인이 자기 스타일을 지키는 것이며, 복원력은 커플이 서로 눈치 보며 분위기를 맞춰주는 것이며, 정신력은 학생이 졸음을 참고 공부하는 것이다. 보통 정신력을 강조하지만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참다가 병난다.  


    학생이 공부하지 않고 방황하는 이유는 정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전에 자기를 쳐다볼 가족과의 관계, 또래와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가 옳게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주의가 약한 부족민이라면 또래와의 관계가 우선이다. 가족을 버리고 친구를 따라가는 게 보통이다. 현대인은 가족주의를 강조한다. 교통정리 안 된다.


    먼저 관계설정을 바로잡아 매력을 얻고 다음 관계망 안에서 자신이 주변부에 위치하는지 중앙에 있는지를 알아 적절한 지점에서 세상과 각을 세워 집중력을 얻고 그 구조 안에서 자기 캐릭터와 스타일을 일구어 관성력의 가속도를 일으키는 것이며 그다음에는 변화하는 환경과 밀당을 하게 되니 복원력이다. 정신력은 필요 없다.


    그렇게 관계망 안에서 적절한 포지셔닝을 이루어 마음의 매뉴얼이 만들어지면 없던 정신력은 저절로 생긴다. 대부분 주변에 말려주는 사람이 없고 부추기는 사람이 없어 관계가 느슨하기 때문에 방향을 친구에 맞출지 가족에 맞출지 국가에 맞출지 갈팡질팡하다가 마음을 다치게 되는 것이다. 정신력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인생은 사랑이 전부다. 그런데 사랑하지 못한다. 마음을 벌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부와 연결하는 촉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매력도 없고 집중력도 없고 관성력도 없고 복원력도 없고 정신력도 없으면 당연히 사랑할 수 없다. 매력을 벌 수 있다는 점이 각별하다. 똑똑한 표정을 짓기만 해도 매력이 넘쳐난다.


    화장을 해도 얼굴이 좋아보인다. 옷을 잘 입어도 괜찮다. 운동을 해도 멋쟁이가 된다. 공부를 하면 근사해진다. 스님이나 목사들의 방법으로 매력을 거짓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는 사람에게 들킨다. 생기있는 얼굴을 하고 목소리 톤을 높여서 호들갑 떨고 활갯짓으로 가벼운 스킨십을 해주면 매력적으로 보여서 솔로탈출이다.


    그러나 약하다. 진짜는 따로 있다. 그것은 천상의 빛이다. 존엄이다. 신과의 일대일이다. 세상의 어느 지점과 각을 세우고 대결하는가다. 링에 올라온 선수가 위대해 보이는 이유는 상대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옛부터 사람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공이나 허나 멸이나 무나 기로 표현하려고 했지만 틀렸다.


    그것은 공도 아니고 허도 아니고 멸도 아니고 무도 아니다. 천상의 빛이다. 에너지다. 기운이다. 운명의 순간에 운명의 장소에 간 사람만이 그 힘을 얻을 수 있다. 낯빛을 목사처럼 곱게 하고 목소리 톤을 홍사덕처럼 조절하여 교언영색으로 꾸미면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공자 선생께 그 얄팍한 수법을 들키고 만다. 


    무도 아니고 공도 아니고 허도 아니고 멸도 아니며 사랑보다 높고 영혼보다 진실한 그것은 천상의 빛이다. 그것을 얻은 사람은 모두 얻은 것이며 그것을 얻지 못한 사람은 기왓장을 보석으로 착각하는 셈이다. 보석은 갈수록 빛나지만 기왓장은 갈수록 가루 된다. 청중의 시선을 얻으면 가수가 되고 관객의 시선을 얻으면 배우 된다.


    진리의 시선을 얻으면 천상의 빛을 손에 쥔다. 그것은 자존감이며 존엄이며 긍지다. 거룩함을 이루어 비로소 사랑할 자격을 얻는다. 아기는 천사의 미소로 매력을 발휘하곤 하지만 그것은 사랑받을 자격이지 사랑할 자격은 아니다. 인기가수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자격을 얻으나 노무현이 가진 사랑할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3.06 (06:45:55)

"진리의 시선을 얻으면 천상의 빛을 손에 쥔다. 그것은 자존감이며 존엄이며 긍지다. 거룩함을 이루어 비로소 사랑할 자격을 얻는다."

http://gujoron.com/xe/1068685

[레벨:8]열수

2019.03.06 (18:10:07)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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