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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361 vote 0 2017.01.15 (18:13:23)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 중간에서 인과를 매개하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거나, 혹은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거나, 또는 올림픽 경기의 금메달 숫자보다는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거나 하는 말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건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기능하는 의미는 아니다. 그 사이에 대해서는 모른다. 모를 뿐 아니라 그것이 원인과 결과 사이의 매개변수에 해당되는 말인지도 모르며, 더 나아가 그 원인과 결과가 사건에 대한 말이라는 사실도 모르고사건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거의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무지를 지각하지도 못한다. 무지의 지에 이르지 못했다. 원인과 결과는 짝지어져 있다. 둘이 세트로 기능하는 것이다. 절차나 과정이라는 말은 확실히 짝짓지 못하고 원인과 결과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들었다가 빠지곤 한다. 


    근대과학의 기반이라 할 인과율은 이렇듯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수학적 논의의 제 1원리가 인과율이다. 학문의 최초 출발점이 전혀 탐색되지 않은 거다. 그러면서도 너무 멀리 와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누구의 자식인지 족보를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자신이 흑인인지 백인인지 황인인지에 대해서는 알 것이다. 자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터이다. 제 이름 석자는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 나라 이름도 번듯하게 알고 있다. 그 이전의 사실에 대해서는? 국가가 탄생하기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물리학으로 가면 빅뱅이 모든 것의 시초라고 알고 있다. 역사로 가면 단군 왕검을 주워 섬기거나 혹은 호모 사피엔스로 귀결시키곤 한다. 종교로 가면 창세기가 있다. 그게 거짓이든 참이든 어쨌든 인간은 그 지점을 모색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문의 궁극적 출발점에 대해서는? 


    인류는 그 지점에 대해 사유하지 않았다.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없다. 거기에 대한 질문도 없다. 그것을 나타내는 언어가 없으니 알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다. 망한 거다. 그것을 두고 의심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어쨌든 인과율은 있으니까.


    구소련의 농법은 간단하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추수를 한다. 봄의 파종이 원인이면 가을의 수확은 결과다. 봄에 트랙터로 한 번 밀고 가을에 콤바인으로 한 번 민다. 모내기, 거름주기, 김매기는? 없다. 비옥한 우크라이나 흑토지대에 무슨 비료가 필요하겠는가? 망했다. 


    세계최대의 곡창지대를 차지한 구소련이 오랫동안 식량부족으로 고전한 것이 이유가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봄의 파종과 가을의 수확 사이에 여든 여덟 번 손이 간다는 말이 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뭔가 잔뜩 들어있는 것이다. 동양인들은 적어도 그 사이에 대해서 상당히 사유를 쌓아왔다. 일단 석가의 연기법이 있다. 인연 혹은 연기라는 말은 각별하다.


    원인이 있으면 곧 결과가 따르는게 아니라 인연이 중重해야 하는 것이다. 인연에 경중이 있으니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고 전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이걸로 충분하지는 않다. 대략 겉핥기 수준이다. 그러나 일단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 증오와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독교와 무슬림의 교착상태보다는 낫다.


    인연으로 풀어야 한다. 유대교와 마호멧교와 기독교의 2천년에 걸친 인연을 생각하면 태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음양오행설도 각별하다. 원인에서 시작하여 결과로 끝나는 인과율의 단조로움에 비해 사유의 풍성함을 제공한다. 깊은 사색의 여지가 있다. 상생과 상극의 함께 일어나고 함께 망하는 동시성은 구조론이 말하는 일의성과 유사하다. 


    사건을 매개하는 것은 의사결정이다. 원인이 같아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중간의 절차와 과정에서 다른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구조론을 이해하려 들기 전에 구조론적 사유의 부재에 대해서 먼저 눈을 떠야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없는 나라에서 문학 지망생으로 태어난 사람은 불쌍하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 없이 어떻게 소설을 쓰겠는가? 


20170108_234810.jpg


    구조론의 부재에 대해서 먼저 눈을 떠야 합니다. 부재를 모르면서 존재를 탐하다니 가당키나 하다는 말입니까? 부재를 모르는 사람에게 존재를 설명해봤자 어차피 알아듣지 못합니다. 부재는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어색함을 느끼고, 창피함을 느끼고, 위화감을 느끼고, 불협화음을 느껴야 합니다. 화음이 아닌 소음인데도 전혀 괴로움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사람에게 음악을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레벨:2]가몹

2017.01.16 (22:15:55)

어려운데요

[레벨:4]암흑이

2017.01.16 (23:02:5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1의 자리 자연수는 1부터 9까지로 9개
그런데 10부터 19까지 하면 10개라는 것
그럼 1의 자릿수도 똑같이 10개여야 된다는 것


0  1  2  3  4  5  6  7  8  9 
이러니깐 10개


1다음에 숫자는 2이고 2다음에 숫자는 3
그럼 2이전에 숫자는 1이고 1이전에 숫자는 0
0이전에 숫자는? -라고 해도 어차피 눈에 포착되진 않음
그럼 1과 0의 차이는 눈에 포착되는 것과 포착되지 차이의 경계선


흰색 도화지에 검은색 선을 그으면 눈에 포착됨 (-0) + (+1) = 1
흰색 도화지에 흰색 선을 그으면 포착 안됨 (-0) + (-0) = 0
다르게
검은색 도화지에 검은색 선을 그으면 포착 안됨 (+1) - (+1) =  0
검은색 도화지에 흰색 선을 그으면 포착됨 (+1) - (-0) = 1


0 하고 1의 관계는 -냐 +냐는 것
-끼리 만나면 0
+끼리 만나도 0
태극기를 그리는데 빨간색 크레파스만 있으면 태극기는 0
파란색 크레파스도 있으면 태극기는 1
1이란 0에서부터 +1만큼 이동되었다는 것
태극기가 2 3 4 5 개도 그려지면 그것은 1의 복제

그럼 - 2 3 4 5 도 생기는데 크레파스가 도화지에 묻는 것


빨간색 크레파스만 있다면 무극기는 여러 개 그릴 수 있다는 것
0 + 0 + 0 = 0
그러나 아무리 그려도 사람 눈에는 포착 안됨


부재라는 녀석 말이죠. 수학으로 치면 0이라는 숫자입니다.
이 녀석은 존재의 상부구조인데 이 녀석의 상부구조는 없습니다.
단지 사람 눈의 인식 과정에서 하부구조랑 동시적으로 포착될 뿐이죠.
그러니 상부구조 요놈만 보고 싶은데 아무리 눈으로 이해하려 해도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초딩도 알 수 있는데 "아마 내가 이런 생각하면 선생님에게 혼날 거야" 때문에 안되는 겁니다.

그놈의 타자성 때문에 평생 알 필요가 없다고 여기다가 노망 들면 알 수도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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