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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31 vote 0 2015.11.16 (23:43:08)

     대칭과 비대칭

    

    ‘세상의 근본은 무엇인가?’ 원초적 물음이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이 질문에 대한 구조론의 답은 대칭과 비대칭이다. 다른 말로는 의사결정구조다. 일의 메커니즘이다. 이 원초적 물음에 대한 현재 인류의 입장은 없다. 통일된 입장이 없을 뿐 아니라 주장되는 견해도 없다. 그래서 검색해도 관련내용이 안 나온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면 기독교의 창세기가 이 물음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창세기 내용이 인류에게 강렬한 영감을 던져주는 이유는 처음부터 세게 치고 나오기 때문이다. 이 원초적 물음에 대해 창세기는 서론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당돌하게 치고 나온다. 그러나 종교인의 상상력일 뿐이다.


    이 물음에 대한 학계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다. 과거에는 4원소설이니 음양오행설이니 하는 것이 있었고, 근래에는 원자설과 양자역학이 말해지고 있으나 모두 핀트가 심하게 어긋나 있다. 어떤 답을 하든 그것은 틀리게 되어 있다. ‘속성’을 말하게 되기 때문이다. 답은 ‘그것’이 아니라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구조다. 세상은 ‘어떤 것’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것을 결정하는 그것’으로 이루어졌다. 왜냐하면 ‘어떤 것의 집합’이라고 하면 어떤 것 뒤에 ‘집합’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4원소설이면 4원소의 집합이 된다. 벌써 근본에서 멀어졌다. 음양오행설, 원자설, 양자역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애초에 핀트가 어긋난 거다. 어떤 지목하여 가리킬 수 있는 것을 말하면 안 된다. 만약 그것이 있다면, 그것이 시공간상에 발현하기 때문이다. 명사 뒤에 동사가 따라붙는다. 벌써 근본에서 아득히 멀어졌다. 동사는 시공간에 전개된다. 시공간 나왔다면 그것은 근본이 아니다. 시공간이 그것에 앞서 그것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근본을 묻는 것이다. 근본은 시공간보다 앞서있어야 한다. 동사를 달고다니는 명사는 이미 틀려버렸다. 시공간에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시되는 것은 언어다. 구조론은 언어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저학년 교과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둥 하는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게 말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나중의 일이다. 사실이지 이솝우화는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다. 그게 도덕적인 훈화라는건 눈치챌 수 있지만 그것이 일종의 퀴즈이고 게임이라는건 이해할 수 없었다. 노예가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왕의 머리꼭지에 올라서 감히 왕을 가르치는데 성공하는 복잡한 테크닉이라는 사실은 절대 눈치채지 못한다.


    어쩌다 6학년 형의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는 다른 세계가 있었다. ‘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된다.’는 메커니즘의 발견이다. 뭔가 그럴듯하다. 저릿하게 느낌이 왔다. ‘산이 높다.’고 하면 어색하다. 누가 물어봤냐고? ‘물은 깊다.’고 옆에서 맞장구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법 댓구가 된다. ‘산이 높으면 물은 깊다.’


    이렇게 대칭시켜 놓으면 좋다. 뭔가 말이 된다. 지식인의 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산이 높다’는 조건문이고 ‘물이 깊다’는건 반복문이다. 조건문은 판단의 조건을 제시하고 반복문은 앞의 패턴을 반복한다. 거기에 예시문이 따라와줘야 한다. ‘높은 태백산에서 깊은 한강물이 기원하듯이.’로 받쳐주면 완벽하다.


58.jpg

    대칭으로 벌린 것을 뚜껑처럼 닫아준다. 언어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것이다. 곧 대칭의 성립이다. 자연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이 불이든 물이든 흙이든 숨결이든 가리켜지는 그것으로는 무언가를 이룰 수 없다. 다만 그것 뒤에 따라오는 집합은 다르다. 집합이면 모임인데 그 집합을 풀어놓는 것도 있어야 말이 아귀가 맞는 거다.


    집합이라고 하면 안 되고 모임과 흩음이라고 하면 제법 말이 된다. 오행설도 그러하다. 목화토금수는 말이 안 되는데 상생과 상극은 제법 말이 된다. 상생은 모으고 상극은 흩는다. 거기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무엇인가? 세상은 죽은 정물이 아니라 산 생물이다. 그러므로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우리가 있고 세상이 있다.


    생물은 움직인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은 동사다. 원자를 말하든 양자를 말하든 존재의 동적 속성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구조론은 언어감각에서 나온 것이다. 언어는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칭에서 출발한다. 6학년 형의 교과서에는 그 대칭이 있었다. 메커니즘이 있었다.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에는 그 대칭이 없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 뭔 개소리여! 장난하냐? 노예 이솝이 왕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왕을 깨우쳐 주는 데는 거북이와 토끼의 우화를 쓰는 책략이 먹힌다. 직설하지 말고 은유하라. 왜냐하면 은유는 누구에게 소속되지 않아 너와 내가 공유할 수 있거든. 아 이건 말 되네. 대칭에 뚜껑이 덮였다. 깨닫고 보니 어른이었다.


    구조론은 대칭과 비대칭으로 모두 설명한다. 대칭은 동사다. 의사결정한다. 명사는 곤란하다. 명사는 세상의 근본이 될 수 없다. 그 명사라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사가 따라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뭐가 더 필요하다면 근본은 아닌 것이다. 구조는 일한다. 일은 동사다. 움직이는 것이다. 구조의 메커니즘은 역시 동사다.


   

 DSC01488.JPG 


    늑대와 양치기 이야기는 더 불쾌합니다. 마을 어른들이 잘못한 거죠. 왜 그런 애를 양치기로 시켰느냐 말입니다. 내게 일을 맡겨주었으면 잘 해냈을텐데. 이솝우화들에서 저는 초딩이라고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 갖고 놀려는거 아닌가?' 마음 깊은 곳에 쌓인 것이 있었습니다. 6학년 형의 책에는 다른 세계가 있었습니다. 지식인 대 지식인으로 대접해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레벨:11]큰바위

2015.11.18 (07:58:19)

그래서 패러디로 고쳐진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거죠.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도 그렇고, 

여우의 신포도 이야기도 그렇고, 

우리가 어렸을 적 들었던 이야기는 동심을 자극하여 진짜 동심을 파괴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닭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많이 핀다는가,

암닥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든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든가,

엉터리 속담들이 난무하는 게 그런 꼴이지요. 


상상력은 창조의 원천인데, 

종교인들이 그 상상력을 창세기 1장에서 그쳐서 문제입니다. 


엄청난 신화, 우화를 상상력의 원천으로 쓰기보다는 

종교적 틀에 가두어버리고 만거죠. 


창세기는 귀납을 거부하는 연역입니다. 


종교는 대부분 연역입니다. 

그러나 연역의 전제가 잘못되면 다 잘못되는 겁니다. 


종교가 구라냐 아니냐는 그 연역을 들여다보면 그냥 답 나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종교의 탈을 쓰고 있는 기독교의 전제는 구라인 경우가 99%

진짜 기독교인들은 소수. 

그들은 기독교인이라 안하고 서로를 다르게 표현합니다. 


언어부터 따지죠. 


종교이야기가 핵심이 아니므로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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