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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814 vote 0 2015.05.05 (01:04:52)

    


    종교와 철학의 본질을 보자.


    유교라는게 뭐지? 인의? 예절? 충효? 왕도? 천만에. 유교는 선배가 후배를 지배하는 것이다. 유교를 배운 후배들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 좋잖아. 그게 유교다. 그런데 이거 안 되는 나라 참 많다. 아랍이나 아프리카에서 수백개의 부족이 난립하여 나라가 엉망이 되는 것도 다 후배들이 선배 말을 안들어서 그렇게 된 거다. 


    남미라면 주급을 줬더니 다음날 노동자들이 아무도 출근을 안하더라는 식의 말이 많다. 호주머니에서 돈이 떨어져야 회사에 일하러 나타난다고. 동북아는 유교문화권이라서 후배들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 편이다. 한중일이 경제가 잘 되는게 이유있다.


    모임을 만들어도 쉽게 되고, 조직을 만들어도 쉽게 되고 회사를 차려도 쉽게 된다. 일을 할 수 있다. 이런거 쉽게 될 거 같지만 잘 안 되니까 후진국들이 가난한 거다. 문화와 전통이 있어야 될 것이 된다. 수백 년 걸린다.


    구조론은 살이 아니라 뼈를 본다. 인의가 어떻고 충효가 어떻고 하는건 덧붙여진 살이다. 그거 포장이다. 본질은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말 듣게 하려면? 약속을 할까? 거래를 할까? 제압을 할까? 사귀어 볼까? 이게 본질이다. 약속을 했더니 거짓이 되고, 거래를 했더니 착취가 되고, 제압을 했더니 전쟁이 되고, 사귀려고 했더니 스토커 된다. 위태롭다.


    약속은 정치가의 방법이고, 거래는 자본가의 방법이고, 제압은 군인의 방법이고, 사귀는건 사회주의 방법이다. 종교는 백화점이다. 예수재림 약속도 하고, 십일조 거래도 하고, 하느님 권능 제압도 하고, 예수사랑 사귀기도 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하나가 더 있다. 그 플러스 알파가 중요하다.


    그것은 세다. 기세다. 종교는 기세로 사람을 통제한다. 기세는 다단계들이 잘 쓰는 수법이다. 교회에 모이는 사람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붐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군대라면 신병이 들어올 때 기세가 살아난다. 한국은 아기를 안 낳아서 늘어날 세가 없으니 교회도 망하고 다 망하는 판이다.


    기독교란 뭐지? 사랑? 희생? 구원? 천국? 천만에. 기독교는 권세다. 하느님의 권능으로 성전에 좌판벌인 잡상인을 쓸어버렸다. 예수님이 시범보였다. 통제가 된다. 통제가 되니 좋잖아.


    불교는 뭐지? 자비? 업보? 극락? 천만에. 깨달음의 힘이다. 지로 무지를 쳐서 사람을 복종하게 만드니 좋잖아.


    도교는 뭐지? 도? 덕? 무위자연? 천만에. 역시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여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을 쓴다.


    사람들은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상황에 대칭을 걸어 아我로써 타자를 치는 형태로 통제하는 토기장이 방법은 도교가 쓰는 하수의 방법이고, 계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통제하는 방법은 고수의 방법이다. 이는 유교의 방법이다. 세로 통제하는 자가 고수다. 길목으로 먹는 지정학적 세와 편가르기로 먹는 사회학적 세가 있다.


    유교든 기독교든 불교든 도교든 모두 세를 쓴다. 권세다. 권세로 무에서 에너지를 끌어낸다. 토기장이의 방법은 그 세를 교주에게 몰아준다. 집단의 리더에게 힘을 몰아준다. 구조론의 방법은 반대로 그 에너지를 생성한다.


    ◎ 구조론 - 무로부터 어떻게 에너지, 세를 끌어낼 것인가?
    ◎ 기독교 – 무리를 지도자와 대칭시키고 리더 한 사람에게 세를 몰아준다.


    처음 백지상태에서 세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의 표현으로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인간이 점점 불어나니 세가 생겨나고 세에서 권세가 나오는 것이다. 중산층들이 좋아하는 그런거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말을 ‘장사가 번창하라’는 말로 슬쩍 바꾸어 써먹는 그런 풍조 있다. 조용기 짓 있다.


    ◎ 오자병법 – 시스템으로 세를 유도한다.
    ◎ 손자병법 – 개체를 상대하여 세를 교착시킨다.


    구조론은 세상과 한 방향을 바라봄으로써 세를 얻어낸다. 토기장이는 마주봄으로 세를 통제한다. 이는 오자병법과 손자병법의 차이다. 오자병법은 세상을 시스템으로 보고 손자병법은 개체로 본다. 오자병법은 순자의 유가-법가 철학에 기대고 손자병법은 도교철학에 기댄다.


    공자의 제자가 3천명이나 된다는 말이 있듯이 유교는 많은 제자를 두어 세불리기로 시스템을 설계한다. 노자의 제자는 몇 명이지? 없다. 노자는 세가 없다. 대신 투덜대며 뒤에서 딴죽을 건다. 도교의 주특기는 공자의 유교를 비판하는 거다.


    세상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짜고 치는 데서 에너지가 나온다. 시스템에서 권세가 나온다. 도박만화에 잘 나오는 설정 있다. 열 명의 겜블러와 밤새 도박을 했는데 알고보니 나를 제외한 전원이 사전에 입을 맞춘 한 패거리였더라는 충격적인 사실. 그렇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커다란 한 패거리로 존재한다.


    도박꾼은 당연히 패닉에 빠지는 거다. 혼자서 어떻게 짜고 치는 열 명의 적을 상대해? 그러나 생각해보면 도리어 간단하다. 포커를 치는데 열 명이 짜고 친다면 이를 역이용 하여 연환계로 엮어 한 방에 열 명을 황천길로 보낼 수 있다.


    세상은 개와 소와 당나귀, 오랑우탄 등으로 나뉘어 각각 존재한다면 각각 상대하여 이길 수 있지만 적의 숫자가 많아 괴롭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이길 마음이 없으므로 ‘중간만 가자’ 하고 이 게임판에 뛰어들어서 ‘오랑우탄에게는 졌지만 그래도 당나귀에게는 이겼으니까 됐다’는 식의 위안한다.


    그러나 진짜라면 끝까지 가야 하는 법. 모두 오링시켜서 빈털터리로 보내야 한다. 적의 숫자가 많으면 그 많음을 역이용하면 된다. 숫자가 많으면 세가 있고 그 세의 방향을 바꿔주면 된다. 자기들끼리 자중지란 일으켜서 몰살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진리는 오히려 쉬운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도 그 열 명과 한 패거리더라는 더 충격적인 사실. <- 이거이 중요하다.


    도박만화의 공식은 주인공이 짜고치는 패거리에 당하다가 역으로 주인공이 짜고치는 판을 설계하는 것이다.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가 아귀를 보낸 방법이다.


    세상을 각각 나누어진 채로 흩어져 있는 개체의 집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내밀하게 얽혀서 한 덩어리를 이룬 시스템으로 볼 것인가? 각개격파할 것인가 아니면 몰아서 한 방에 보낼 것인가? 한 방에 보내는게 쉬운 구조론이다.


    개체를 각각 상대하면 노가다가 필요하지만 시스템으로 상대하면 쉽다. 세상을 시스템으로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모두 얽혀 있으므로 소실점 하나만 상대해주면 된다. 좁은 방에서 열명을 상대하는 방법은 전기 스위치를 꺼버리고 잠시 나갔다 오는 것이다. 들어와서 불을 켜보면 자기들끼리 찔러서 다 죽어 있다. 허영만 타짜 속편에도 비슷하게 쓰이는 방법이지만.


    나만 세상의 흐름에서 고립되어 있고 나머지는 다 뒤로 짜웅을 맞춘 패거리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불안감이 사실은 세상이 모두를 한 패거리로 끌어들이는 기술이다. 나만 홀로 고립되어 있다는 불안감을 버리고 자신이 주범임을 깨달아야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타짜의 정마담이 되어야 한다.


    토기장이 방법으로 이길 수 없다. 세상을 상대하는 방법으로 이길 수 없다. 이기려면 전부 한 통속이 되어야 한다.


    마주보면 진행하는 것을 멈출 수 있다. 상대방의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다. 한 방향으로 보면 기세를 더할 수 있다. 자기 에너지를 연출할 수 있다. 왜 있는 에너지를 통제하려고만 하는가? 무에서 생성하여 에너지를 연출하는 것이 윗길이다.


    교통경찰처럼 통제하는 자가 되지 말고 영화감독처럼 연출하는 자가 되라. 교통경찰은 상대를 눌러서 먹지만 영화감독은 배우를 띄워서 먹는다. 자신이 키운 배우가 나보다 더 벌지만 질투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원리다. 


    당신이 영화감독이라면 객석의 관객을 웃게 하고 울리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건 하수의 방법이다. 관객을 감독으로 데뷔시키는게 진짜다. 관객을 타자로 여기고 남으로 여기고 그들을 조종하려고 하면 실패다. 관객을 자신의 제자로 여기고 따르는 후배로 여기고 그들을 데뷔시키는게 진짜다.


    토기장이는 진흙을 타자로 여기고 그들을 주무르려 한다. 구조론은 진흙을 자기 손으로 여긴다. 함께 걸작을 빚어낸다. 달리는 말을 멈추게 하는 것은 손자병법이요 말들로 하여금 달리게 하는 것은 오자병법이다. 도교의 손자병법보다 유교의 오자병법이 윗길이다. 개체를 상대하는 방법보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이 윗길이다. 상부구조에 속한다.


    ◎ 구조론의 상부구조 – 한 방향으로 전개하여 에너지를 창조한다.
    ◎ 기독교의 하부구조 – 맞은 편에서 에너지를 통제한다.


    우리는 유교와 도교와 불교와 기독교에서 달리는 말을 멈추게 하는 기술을 배웠을 뿐, 상대를 제압하고, 거래하고, 부려먹는 기술을 배웠을 뿐 멈추어 있는 말을 일어나서 달리게 하는 기술은 배우지 않았다. 몽둥이를 휘둘러 성전에서 잡상인과 창녀와 깡패를 몰아내는 권세만 배웠을 뿐, 그 성전에서 축제를 벌이고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권세는 배우지 않았다. 진짜는 배우지 않았다. 통제하는 경찰보다 연출하는 감독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DSC01488.JPG


    무언가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방법은 적의 폭주를 멈추게 할 수 있을 뿐 그걸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기려면 자기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 패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에게 없는 그것이 있어야 합니다. 권세가 있어야 합니다. 권세는 경찰처럼 상황을 안정되게 통제하는 자가 아니라 예술감독처럼 화려하게 무대를 연출하는 자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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