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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907 vote 2 2015.05.06 (21:33:31)

     

    생각은 모형을 쓴다. 당신은 어떤 모형을 쓰고 있는가? 모형이 없이 그냥 생각한다고? 황당하다. 생각은 그냥 머리를 쥐어짜는게 아니라 모형을 복제하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에서 각각의 포지션을 추출하여 미리 준비된 모형에 대입시키는 방법으로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뻔할 뻔자 틀에 박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틀에 박힌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창의적인 사유를 하려면 애초에 좋은 틀을 가져야 한다.


    모형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기는 해? 의식하지 못할 뿐 당신은 이미 모형을 쓰고 있다. 그것은 수준낮은 모형이다. 구조모형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흑백논리를 구사하는 이분법 모형을 쓴다. 자연의 대칭성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조금 발전시키면 시작에서 끝까지 직선으로 가는 기독교의 창세기 모형, 시간으로 공간을 치는 도교의 역설적 모형, 작은 것을 모아가는 헤겔의 변증법 모형, 밑도 끝도 없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불교의 환원주의 모형,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뉴턴의 결정론 모형들이 있다. 


    과학계의 원자론 모형은 낡은 것이고 최신의 양자모형까지 진도를 나가줘야 한다. 바른 모형은 구조론의 완전성 모형이다. 에너지의 입출력을 반영한다는 점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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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사건의 원인에서 결과까지 다섯 개의 포지션을 각각 지정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포지션을 지정해야 생각이 진도를 나가주는 것이다. 축구라도 공격수와 수비수,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나누어 명령전달계통을 확보함으로써 전술이 진도를 나가주는 것이다. 포지션은 에너지가 진행하는 루트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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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은 다시 입력측의 상부구조와 출력측의 하부구조로 나눠진다. 여기서부터 대칭성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된다. 무엇인가? 생각에는 꼬리가 있다. 당신이 생각에 성공하려면 꼬리를 찾아 물어야 한다. 대칭에서 꼬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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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뿐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완전성의 마디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완전성을 찾았을 때 패턴이 얻어지는 것이며 비로소 써먹을 수 있다. 완전성은 대칭을 비대칭으로 환원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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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모든 것은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고저가 있으면 장단이 있고, 장단이 있으면 완급이 있고, 음양도 있고 호흡도 있고 맥박도 있다. 대칭을 찾으면 무언가 잔뜩 획득된다. 풍요해진다. 자신감을 얻는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산만하게 늘어놓을 뿐 결말이 나지 않아서 드라마가 완결되지 않는다. 어떻게 결말내지? 유교의 태극모형은 결말이 없다. 소설을 시작해놓고 끝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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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겔의 정반합 모형도 태극모형과 유사하다. 정반합모형은 뭔가 결말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대칭을 비대칭으로 환원시켰다. 춘향과 몽룡이 다시 만났다. 그러나 완전하지 않다. 결정적으로 기운이 없다. 치고 나가는 에너지가 없다. 방향성이 없다. 춘향과 몽룡이 만나서 잘 먹고 잘 살았건 말건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래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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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내려면 반드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변학도를 조져야 한다. 깨뜨려야 한다. 암행어사 출도를 놓아 변학도의 생일잔치판을 엎어버려야 한다. 혁명이다. 노예는 탈출시켜 버리고 사슬은 끊어버리고 들판은 불질러버려야 한다. 가슴 속에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야 한다. 그래야 작품이 된다.


    무엇인가?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촉발하는 방아쇠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모형이 널리 복제된다. 제자리에서 맴도는 헤겔모형은 씨앗을 멀리 날려보낼 수 없다. 닫혀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두루 막혀서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 


    불어오는 바람에 씨앗을 태워 멀리 퍼뜨리려면 열려있어야 한다. 확실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대칭과 균형에 따른 계의 안정을 추구하는 헤겔의 보수적인 변증법이 아니라 그 반대의 진보적인 변증법으로 갈아타야 한다. 당신의 가슴에 뜨거운 화살 한 방을 쑤셔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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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세계의 정반합과 조폭세계의 정반합을 연결하여 더 큰 영역에서 사회의 정반합을 도출할 수 있다. 프랙탈 개념의 동형복제로 판을 키울 수 있다. 종횡으로 연결하여 베를 짜듯이 사건을 조직할 수 있다. 


    작가는 에피소드를 조직하여 소설을 쓸 수 있고, 음악가는 프레이즈를 조직하여 작곡할 수 있고, 화가는 구도를 조직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짜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는 흔히 범하는 오류다. 이 패턴으로는 곧 식상해진다. 바른생활 교과서처럼 뻔한 결론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파격이 없다. 에너지가 없다. 마른 장작에 불을 붙이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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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과 야당이 있기 전에 국민이 먼저 있었다. 정과 반이 여당과 야당으로 입자를 구성한다면 국민이 질이다. 국민은 절대성을 가지고 일방통행하고, 여야는 상대성을 가지고 교착된다. 우리가 대칭을 좋아하는 이유는 국민이 여야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칭은 통제할 수 있는 상태이다. 출발선과 같다. 거기 머무르면 곤란하다. 통제는 그 대칭을 깬다.


    에너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야당이 항상 패배하는 이유는 국민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야 하는데 그 반대로 가기 때문이다. 어문데 깃발 꽂아놓고 국민더러 이리와라 하면 누가 오나? 국민이 먼저 있어야 한다. 정당은 입자다. 국민을 따라가야 한다. 절대성이 먼저 있고 상대성은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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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은 50 대 50으로 교착된다.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 방에 꿸 수 없다. 하나의 긴 선이 드러나지 않는다. 에너지가 치고나가는 결이 보이지 않는다. 반면 비대칭은 51 대 49로 판정되어 교착을 타개한다. 에너지의 입력부터 출력까지 단번에 진행할 수 있다. 결이 있으므로 파죽지세로 치고나갈 수 있다.


    이때 반문할 수 있다. 51 대 49로 판세가 기울어 있다면 선거만 하면 여당이 이기는 한국선거와 같아서 불안하지 않느냐고? 이 문제는 시간으로 해결한다. 작은 것의 2회반복이 큰 것 하나를 갈음하므로 때로는 작은 것과 큰 것이 대등하게 맞선다. 49가 항상 51에게 밀리는 것은 아니다. 빠른 49는 느린 51을 이긴다.


    문제는 관점이다. 자신을 약자라고 여기는 사람은 방어모드에서 사유한다. 포지션이 잘못 정해져버린다. 선수는 공격과 방어를 겸해야 하는데 방어에만 치중한다면 한 쪽팔을 내주고 싸우는 권투시합과 같아서 이길 수 없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50 대 50의 대등한 상태, 곧 균형상태는 적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방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은 두 배의 힘으로 다시 침략한다. 싸움을 끝내려면 적을 지배해야 한다. 공격전술을 써야 한다.


    공격은 비대칭이다. 그러므로 위태롭다. 특히 지식인들이 공격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그 전술을 적이 쓰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적은 그 전술을 쓴다. 왜냐하면 적은 비겁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착한 사람이 전술을 써야 한다.


    대칭으로 막고 비대칭으로 쳐야 한다. 방패와 창이다. 대칭은 방패, 비대칭은 창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방패와 창을 동시에 써야 한다. 대칭이면서 비대칭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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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우리에게 에너지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있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한다. 마이너스의 비대칭은 열린 구조이므로 외부에서 에너지가 들어온다. 점점 커지는 기세를 탄다. 세를 얻어서 통제할 수 있다.


    구조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만약 우주가 대칭과 균형에 의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을 작동시키는 힘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고, 그 에너지를 누군가는 제공하고 있으며 그 에너지는 대칭과 균형이 깨뜨려짐으로써 비로소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안정된 느낌을 주는 평화로운 그림을 좋은 그림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인상주의는 강한 임팩트를 주는 불안정한 그림이다. 고흐의 그림처럼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 그림이 진짜다. 에너지는 대칭이 깨뜨려질 때 얻어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대칭이 있어야만 그 대칭을 깨뜨릴 수 있다. 대칭이 없는 음악은 소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칭을 추구해야 하지만 그 대칭을 깨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남과 여의 대칭, 여당과 야당의 대칭, 서양과 동양의 대칭, 노동자와 사용자의 대칭, 사병과 간부의 대칭 등 전방위로 대칭을 추구한다. 그 대칭으로 세상은 온통 얽혀 있다. 그러한 대칭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


    그러나 대칭되므로 좋은 것이 아니라 그 대칭을 필요한 때 깨뜨릴 수 있으므로 좋은 것이다. 대칭이 깨뜨려지지 않는 지루한 교착상태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남과 여의 평등한 대칭이라도 그렇다. 때로는 남자가 여자를 따르고 때로는 여자가 남자를 따라야 한다. 시간의 반복성을 활용하여 교착을 타개할 수 있다.


    남녀는 평등하지만 부모와 자식은 평등하지 않다. 구조는 열린구조여야 하며 치고나가는 방향성, 곧 결이 있어야 한다. 음악이라도 그러하다. 고저장단을 동원하여 작곡가는 대칭을 만든다. 그리고 강력한 파격을 투입하여 그 대칭을 깨뜨린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그럴 때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베토벤의 운명교향곡과 같다. 혼절할만큼 그 에너지를 완전히 쏟아내고서야 다시 잔잔한 평화가 온다. 최후에 한 방의 임팩트를 갈기고 곡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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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처럼 착각되는 이유는 동적균형에 의한 가속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정지해 있는 사람과 달리고 있는 사람의 에너지는 다르다. 세상의 근본은 불균형이지만 움직임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멈추면 죽는다. 그래서 세상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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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원래 생각을 잘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하듯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태로만 생각을 잘 하도록 뇌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야 서로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생각을 잘 한다면 타인과 협력하지 않고 남을 우습게 보며 짐승처럼 혼자 돌아다니겠지요. 그러므로 인간은 어떤 상대에 대적하는 형태로만 뇌가 잘 작동합니다. 그래서 말대꾸 하나는 참 잘 합니다. 서로 말대꾸하는 둘을 자기 안에서 경쟁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소설가로 성공하려면 그것을 해내야 합니다. 둘이 싸우게 하고 한편으로 그 싸움을 끝내야 합니다. 적당한 때 판정을 내리는 제 3의 참견자를 등장시켜야 합니다. 교착을 타개하고 대칭을 깨야 합니다. 아멜리 노통브가 뻔한 하나의 모형으로 수십편의 소설을 자기복제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눈치챌 수 있어야 합니다.  





[레벨:7]새벽이슬2

2015.05.07 (07:05:03)

문재인대표가 이 글을 봐야하는데...
오늘도 감사합니다^^*
[레벨:8]상동

2015.05.07 (08:05:48)

요약해 봅니다.

정반합(변증법)이 아니고 합반정(구조론)이죠.

결과(덧붙임)가 아니고 원인(쪼개짐)이죠.


첫번째 패(받는자리)가 아니고 두번째 패(주는자리)를 가져야 합니다.

받는 자리는 뭘 선택해도 주는 자리에 종속된다는 것이 진리.

받는 자의 변명은 무슨 말을 해도 이미 틀린말이고 거짓말이라는 것이 진리.


받는 자리(본능)에서 주는 자리로 이동하려면

중간에 받기를 거부하는 자리(훈련)를 거쳐야 하는데...


보통사람들은 이 받기를 거부하는 자리를 두려워하고

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것이 가장 큰 문제.


받기를 스스로 거부(허무의자리)하지 않으면 절대로 주는 자리(존엄의자리)에 못간다는 것.

[레벨:4]혜림

2015.05.08 (23:29:32)

존엄은 동적균형에 의해서만 표현이 되는 것이군요. 대칭과 비대칭의 균형을 맞추려는 끊임없는 움직임이 없다면 존엄을 표현할 길이 없으니까요.
대칭에는 다양성의 나타남이 없고, 비대칭을 통해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데, 비대칭에도 일정한 공식(구조)이 있어야 다양한 개성으로 존엄이 표현되니까요. 대칭과 비대칭이라는 두 쟤료로 동적균형을 요리하면 다양한 풍미를 가진 존엄의 형태를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레벨:8]상동

2015.05.09 (09:05:32)

맞습니다.

자유의 자리에 있는 자는 살이 아닌 뼈를 볼 수 있는 자이고 (정적4비트의 자리)

존엄의 자리에 있는 자는 다음단계를 보는 자입니다.(동적5비트의 자리)


[레벨:4]혜림

2015.05.09 (11:48:15)

더 명확한 설명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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