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5228 vote 1 2004.07.20 (16:02:47)

경마장에서 사용되는 경주마의 성적은 부계혈통에 좌우된다고 한다. 더비에서 훌륭한 성적을 낸 명마의 후손을 비싼 돈 주고 들여와서 국내 경마에 투입한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없이 매번 신통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5전5패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 우수한 혈통의 좋은 말이 특별한 이유없이 6전 6패를 기록할 확률은? 1에 가깝다. 그러므로 6번째 경주인 이번에 우승할 확률은 99퍼센트이다. 적극 배팅한다.

● 5전 5패를 기록한 말이다. 이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을 낸 말이 우승할 확률은 1에 가깝다. 우승하지 못할 확률이 99퍼센트이다. 고로 배팅하지 않는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에 배팅할 것인가?

사실이지 이 문제에 분명한 정답은 없다. 명마의 후예라 해서 반드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모든 성공한 부자들은 이 상황에서 배팅한 사람이더라는 사실이다.

배팅한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가 된 사람은 모두 배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열명이 있다면 이 상황에서 두명 쯤은 배팅을 하고.. 나머지 8명쯤은 배팅하지 않는다. 그 배팅한 두명 중에 한명은 대박을 내서 부자가 되고, 다른 한 명은 대박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일생을 살면서 이런 배팅의 기회는 여러번 있다.

그러므로 첫번째 배팅에 실패한 사람도 두번째 배팅에 성공하여 결국은 부자가 된다. 즉 위의 경우에 배팅한 사람 중 절반은 일찍 부자가 되고.. 나머지 절반은 두어번 망해 먹었다가 재기해서 결국은 부자가 된다.

배팅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부자가 되지 못한다.

당신이라면 배팅할 것인가? 배팅한다고 해서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팅하지 않고는 부자가 될 방법이 없다. 일생에 한번은 배팅해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 한번이 지금인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우리는 무수히 이와 같은 경우에 맞닥드리게 된다. 배팅한 사람 중 일부는 빨리 성공하고 나머지 일부는 드라마틱하게 성공하며.. 배팅하지 않은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여기서의 요는 본질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경주마의 성적을 좌우하는 요소는 매우 많다. 그날의 날씨에 따른 주로의 컨디션, 말의 성격, 기수의 솜씨, 경주 중에 일어나는 우연한 사고들이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건 본질이 아니다. 본질은? 말의 혈통이다.

본질로 승부하는 자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간단하다. 배팅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엔 두배의 돈을 거는 것이다. 또 실패하면 네배의 돈을 걸면 된다.

문제는 이 방법은 부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름에서는 무조건 밑천이 많은 쪽이 이긴다. 즉 부자들은 자금사정에서 여유가 있고.. 여유가 있으므로 본질로 승부하는 것이며 그 결과로 집금에 성공하는 것이다.

가난한 자들은? 밑천이 적다. 그러므로 본질이 아닌 우연한 변수들에 기대를 건다. 혹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하지만 그 잃거나 따게 한 행운의 요소들은 숫자가 매우 많아서.. 집중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 부자의 공식 .. 배팅에 실패하면 다음번에는 같은 말에 두배의 돈을 건다.
● 가난의 공식 .. 배팅에 실패하면 다른 우연적 요소를 찾아서 돈을 건다.

위 두 공식 중 무엇이 다른가? 부자의 경우 앞의 배팅이 다음번 배팅에 영향을 미친다. 즉 부자는 돈을 잃을수록 다음번에 대박을 낼 확률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가난한 자의 경우는 앞의 배팅이 다음번 배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언제나 새로운 행운의 요소들로 말을 갈아타기 때문에 기왕의 승부들에서 얻은 정보가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번 무에서 새로 시작하는 셈이 된다.

본질로 승부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앞의 실패가 다음번 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경우를 말한다.

정치판에서도 그렇다. 2002년 지자체선거에서의 민주당의 패배가 대선승리에서 민주당의 승리확률을 높였다. 2004년 탄핵승부에서의 패배가 총선승리의 확률을 높였다.(탄핵안 가결자체로 대통령의 패배다.)

앞의 싸움과 뒤의 싸움을 연계시키는 방법으로 앞의 싸움에 질수록 다음 싸움에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앞의 싸움과 뒤의 싸움이 서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매번 무에서 새로 시작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이 경우 패배에서 아무런 건질 것이 없다.

앞의 싸움과 뒤의 싸움을 연계한다는 것은.. 패배하면서도 거기서 뭔가 건지는 것이 있음을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생에 무수한 승부들이 있다. 가진 밑천이 없으므로 우리는 돈을 버는 승부에는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승부, 혹은 정치에서의 승부라면 한번 배팅해 볼만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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