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6864 vote 0 2004.07.01 (22:11:51)



일간스포츠 만화 비즈맨 하대리입니다. (캐리어우먼 하대리 하지현의 사촌이자 사내의 라이벌인 하정우가 주인공으로 바뀜..작가 맘)

하대리의 친구 은진과 아영 두 사람 중 어느쪽이 더 진실되게 하대리를 믿는 편일까요? 은진과 아영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말하시오.

 


 

믿음이란 무엇인가?
위 만화에서 은진의 경우 자기판단을 믿는 사람입니다. 이는 믿는 것이 아니라 '잘 아는' 거죠. 믿음의 근거로 자기 판단을 내세워서 안됩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판단이 바뀌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꿉니다.

 

한 인간이 가진 믿음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믿음이라는 밑천을 누구에게 투자할 것인가입니다. 타인을 믿는가 자기를 믿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타인을 믿는 사람은 의존적인 사람이고, 자신을 믿는 사람은 타산적인 사람입니다.

 

타인만을 믿어도 안되고 자신만을 믿어도 안됩니다. 그러므로 진실해지기 위해서는 그 믿음의 총량을 늘려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믿음의 총량을 늘릴 수 있을까요?

 

종교인들의 믿음

믿음을 직업으로 하는 종교인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목사들의 경우라면 교리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잘 안믿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도들은 믿죠. 모르니까 믿을 수 밖에.(그러나 이는 타인을 믿는 경우입니다. 의존하는 거죠.)

 

목사들은 교리에 밝습니다. 당연히 교리의 모순도 많이 알고 있지요. 그러므로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 판단에 의지하죠. 그들에게 종교는 서비스업에 불과하며 그들은 충실한 직업인에 다름 아닙니다.(그들은 자신의 판단을 믿는 자들입니다. 문제는 그 자신에 대한 믿음도 굳건하지 못하여 때로 흔들린다는 것.)

 

그러나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다릅니다. 그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도 알고 있죠. 그러므로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아주 많이 아는 ..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이는 믿음의 총량이 큰 경우죠.)

 

믿음은 순수다

믿음은 그 어떤 사실을 믿는다는 즉, 특정 사실에 대한 태도가 아니라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믿음 = 순수'입니다. 어떤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한다면 그것은 믿음이 아니지요. 그 정보는 변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관계로 판단하지요. 그 관계는 잘 변하지 않으니까요.

 

믿음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 특정한 사실을 믿으려 한다면 그 사실은 변한다는 것, 그러므로 사실을 믿어서 안되고 변하지 않는 관계의 수립으로 하여 믿음의 총량을 키워가야 한다는 것.

 

아기는 엄마를 믿죠. 왜? 믿는 수 밖에 없잖습니까? 여기서 믿음은 곧 관계입니다. 아기는 독립할 수 없으므로 엄마와 관계를 맺죠. 문제는 과연 관계맺기에 성공하는가입니다. 믿음이 순수인 것은 관계맺기를 위해 순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순수는 그림의 여백과 같습니다. 비워둔 공간에 채워질 수 있죠. 무엇으로? 관계로.

 

그러므로 순수한 사람이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 호의를 가지고 타자와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진실되게 믿는 사람은 둘 중에 하나입니다.

 

1)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그 비어진 여백의 순수에 관계로 채워질 수 있다.)

2) 우주적인 관심사를 가진 사람.(세상의 많은 부분과 관계를 맺으면 그 관계의 크기만큼 믿음도 커진다.)

 

어느 쪽이든 순수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됩니다. 순수한 사람이란 누구라도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한다는 거죠.

 

이 밖에 믿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믿음이 결여된 사람은?

 

스스로 자기 영역을 축소하여 한정시켜 놓고 그 바깥의 세계에 무관심한 사람.(그들은 관계를 맺으려 들지 않는다.) 예를 든다면 울타리가 든든한 아줌마군단(그들은 가정이라는 보호막 아래 안주하며 외부와의 관계를 배척하고 차단한다. 그들이 설사 많은 사람들과 사귄다 해도 그 내용은 다양하지 못한 즉 단조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또 자기 판단을 타인으로 하여금 대리하게 하는 나약하고 의존적인 사람.(이들은 열심히 헌금하고 10계명을 지키고 주기도문을 외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오직 신 혹은 교주만을 믿는다. 그들의 세상을 향한 관계망은 너무나 협소하다.)

 

결론적으로 믿음은? 순수는? 밖으로 세상을 향해 문을 열어야 한다. 열린 사람이어야 한다. 열려져 있으므로 더 많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 열려진 문 안으로 아무나 들여놓지는 않아야 한다. 양적인 다자와의 관계맺기는 의미없다는 말이다. 획일적으로 되고 폐쇄의 울타리가 쳐질 뿐이다. 부단히 비워놓고 더 많은 세상을 향한 촉수들을 내밀어야 한다.

 

1) 밖으로는 열려있어야 한다.

2) 그 안쪽은 크게 비워두어야 한다.

3) 세상을 향한 더 많은 촉수들을 내밀어야 한다.

 

이는 언뜻 모순되어 보이나 실로 모순되지 않다. 친구가 많으나 진실된 친구가 없을 수 있듯이 믿음이 많으나 진실되지 않은 믿음이 많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양과 질의 차이가 된다.

 

결론적으로 믿음의 크기는 인격의 크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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