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6313 vote 0 2004.09.06 (22:04:16)

신은 존재하는가?

어제 모임에서 신과 귀신의 존재여부를 주제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입병이 나서 말을 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뜨거운 걸 잘못 먹어서 혓바닥에 1원 동전 크기만큼 피부가 벗겨짐) 더욱 막걸리+소주+맥주로 정신이 알딸딸 해서리.

결론부터 말하면 ‘신은 존재한다’. 나는 100프로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가지가 문제로 된다. 첫째 신은 어떤 존재인가? 둘째 신은 내 인생에 얼만큼 개입하는가?

신의 존재에 관한 증명법은?
신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데는 복잡한 논리와 배경이 있다. 근데 과연 내 이야기를 이해할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어렵다. 내 생각을 전하기 어렵다.

고래로 부터 전해져온 신의 증명법은 수십가지가 있다. 내노라 하는 철학자들이 한마디씩 자신의 증명법을 내놓곤 했다. 그러나 대개 허황된 것이다.

내각을 3등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최초로 증명하는 사람은 해석학의 방법으로 우회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정면에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앞문을 제쳐놓고 뒷문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우회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나는 수학을 잘 모르므로 이 부분을 더 깊이 말하기는 어렵고, 결론적으로 신의 존재 역시 앞문을 공략해서는 답이 없고 뒷문을 공략하면 빛이 보인다는 것이 나의 최종결론이다.

신의 존재여부에 관한 증명방법은 확률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확률을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인들은 대다수가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있다. 미국의 소방서에는 두터운 교범이 있는데 외계인을 만났을 때의 대처요령도 그 내용에 들어있다고 한다.

(911신고로 출동한 소방관이 외계인과 맞닥드렸을 경우 적대행동을 해서는 안되며 일단 우호적인 인삿말과 다정한 제스처로 외계인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함.)

황당하다. 이는 합리주의가 결여된 태도이다. 물론 합리주의자들의 나라인 우리나라 소방관의 교범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생각하자. 우주에는 무한히 많은 숫자의 별들이 있다. 무한히 많은 숫자의 별들이 있으므로 무한히 많은 확률로 외계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우주가 탄생한 이후 무한히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므로 외계인의 과학은 무한히 많이 발달했을 것이다. 그들은 무한히 많이 발달한 과학으로 지구를 방문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구에는 외계인이 없다. 그러므로 별들이 무한히 많다는 이유만으로 외계인의 존재를 단정하는 것은 틀렸을 수 있다.

이 논리를 인정하는가? 아마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어딘가 틀렸을 거라고 느낄 것이다. 우리가 확률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이처럼 모호하다. 우리는 확률의 개념에 대해 상당히 불투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확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 극한의 법칙이다. 둘째는 비둘기집이론이다.

문제를 내보자.

‘나의 머리카락 숫자와 똑같은 숫자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 안에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것이다. 비둘기집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비둘기집이 있는데 집의 숫자는 열개이다. 비둘기의 숫자는 열두마리다.

이 비둘기들 중 남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는 비둘기가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간단하다. 비둘기 숫자를 집의 숫자로 나눈다. 비둘기가 집의 숫자보다 두마리 더 많다. 비둘기들 중 두마리는 다른 비둘기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는 결론이 성립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인구는 4000만이다. 내 머리카락 숫자는 50만개 정도이다. 그러므로 4000만 나누기 50만의 확률로 나의 머리카락 숫자와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 안에 있다.

비둘기집이론을 알면 확률문제에 대해 매우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극한의 법칙에 대해서는 구조론에서 상당히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확률로 조사해 보자.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연에 의해 이 지구라는 별과 이 많은 생명체들과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졌을 확률은 0이다.

이 부분은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예컨대 온도로 보자. 영하 273도 절대온도에서 수십억도에 이르기 까지 거대한 파장의 대역이 있다.

그 거대한 온도대역 중에 인간이 깃들어 사는 지점은 사람의 체온 35도에서 40도 사이의 5도 정도이다. 즉 인간은 거대한 주파수 대역 안에 극히 짧은 대역의 파장으로 사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작은 틈이다. 너무나 미세하고 작은 틈속에 인간이 살고 있다. 이런 점이 인간과 문명의 존재확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 어떤 예를 들 수 있는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은 물에 의존하고 있다. 물은 유체이다. 유체만이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스를 수 있다.

엔터로피의 법칙에 의해 모든 변화는 높은 질서에서 낮은 질서로 이행한다. 구조론적으로 말하면 밖에서 안으로 이행한다.

그런데 생명은 안에서 밖으로 성장하고 있다. 즉 엔트로피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안과 밖의 경계가 불분명한 유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동서고금의 모든 과학자들인 인간이 물이나 진흙이나 물렁한 유체에서 탄생했다고 믿는 것이다. 예외는 전혀 없다. 생명이 쇠나 돌이나 납이나 불속에서 나왔다고 믿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이 절대성에 주목해야 한다.

지구상에 무수한 물질이 있지만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물질은 물 밖에 없다. 이 확률 낮음에 주목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조건들은 많다. 모든 생명은 산소 하나의 의존하여 호흡하고 있다. 또 모든 동물은 단백질 하나에 깃들이고 있다. 예외는 없다. 복수의 선택지는 애초부터 없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따져보면 우연히 지구상에 생명이 존재하고 할 확률은 없다.

우연히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면 우연히 화성에도 생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없다. 화성에 확실하게 생명이 없듯이, 없다면 확실하게 없는 것이다. 그것이 확률이다.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모든 것들을 신이 창조했다는 말인가?’ 천만에.

내 이야기를 오해해서 안된다. 우연히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니 그렇다면 방금 앞에서 말한 내용과 모순되지 않는가? 아까는 확률이 전혀 없다고 해놓고 이제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다니?’

방법이 있다. 주사위를 던져보자. 주사위의 면은 여섯개다. 이때 주사위를 던져서 처음부터 5가 세번 연속해서 나올 확률은 몇이나 될까? 그 확률은 낮다. 그러나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사위를 1만번쯤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확률은 0이 된다. 즉 주사위를 던지는 회수에 비례해서 이변이 일어날 확률은 점차 낮아지는 것이다. 엔트로피의 원리다.

이 우주는 어떨까? 신은 주사위를 무수하게 많이 던졌다. 그러므로 그 확률은 매우 낮아져서 0에 근접했다. 그러므로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이 확률을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연히 필소생명요소들 상호간의 궁합을 맞출 확률은 0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은 복수의 선택지 중 하나가 선택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온도, 물, 불, 빛, 산소, 단백질 등이다. 낱낱이 따져보면 매우 많다.

특히 이들 중 불은 특별하다. 보통 불은 산소가 타지만 산소 없이도 타는 불이 화학적으로 있다. 열과 빛을 내고 연소작용이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복수의 선택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산소가 없다면 불소로 호흡할 수 있다. 이렇게 확률이 아주 낮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발견된다. 그러나 그래도 확률은 전혀 없다. 왜?

예컨대 인간은 35도에서 40도 사이의 온도틈에 살고 있는데 물은 1만도에서 끓는다면? 역시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산소 없이도 불에 타는 물질이 있고 불소로도 호흡할 수 있지만 이처럼 상호간에 궁합이 안맞아서 역시 전체확률은 0에 근접하고 만다.

즉 온도, 물, 불, 빛, 산소, 열, 단백질(탄소화합물) 등 생명의 존재를 규정하는 필수적인 물질이 그 종류는 매우 많은데 그 각각은 하나 뿐이거나 혹은 둘이라도 실제로 널리 작용하는 것은 하나 뿐이라서 선택지가 매우 적은데 그 각각의 확률이 낮은데다 이들을 모두 곱해놓은 확률은 더욱 낮아지므로 확률은 결국 0이 된다는 것이다.

온도, 물, 불, 빛, 열, 산소, 이온, 단백질 등 몇가지를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명을 규정하는 필수조건들의 숫자는 훨씬 더 많다. 이들 각각의 존재확률이 0.1의 숫자로 표현될 수 있다면 이들을 모두 곱했을 때 그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문제는 이들 상호간의 모순으로 충돌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간의 생명은 35도에서 40도 사이의 틈바구니에 깃들어 사는데 물은 1백만도에서 끓는다면?

열은 있는데 열이 대부분의 물질에서 전도되지 않는다면? 물질이 전하나 이온 따위를 가지지 않는다면? 산소가 있지만 그 양이 매우 적다면? 빛이 있지만 대부분의 물질이 빛을 반사하거나 통과시키고 열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빛이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면?

정리하면
1) 필수 생명요소 물질이 있다.
2) 필수생명요소 물질의 숫자는 매우 많다.
3) 그 각각의 성립은 복수의 선택지 중 하나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단일하거나, 아니면 복수의 숫자이더라도 실제로 유의미한 기능을 하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불소로도 산소와 같은 호흡반응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다른 물질과의 궁합이 맞지 않고 또 불소는 그 양이 적어서 우주 어딘가에 불소로 호흡하는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4) 생명의 존재확률은 그 각각의 필수생명요소들의 존재확률을 전부 곱한 숫자가 된다.
5) 그 방법으로 얻은 확률은 무시해도 좋을만큼 낮은 숫자이다. 여기에 다시 각 요소간 궁합효과를 대입했을 때 전체확률은 정확히 0에 도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확률의 결론을 믿을 수 있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둘기집이론처럼 명확하다. 즉 이렇게 확률은 산출될 수 있고 그 확률은 매우 낮은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구 상에는 생명이 있다. 신이 완벽하게 설계한 덕분일까?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다. 신의 설계는 기본적으로 불확정성의 원리와 충돌한다.

즉 신 아니라 신의 할배라도 설계라는 방법으로는 이 낮은 확률을 인위적으로 높일 수 없는 것이다. 즉 완벽한 설계의 방법으로는 절대 생명을 창조할 수 없는 것이다.

즉 이 문제는 우연에 의해서 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창조에 의해서도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지구상에 사는 생명의 존재를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단 하나의 방법 밖에 없다. 그것은 단계적인 업그레이드이다. 즉 우주를 창조함에 있어서 물질들(106가지 원소)의 기능을 처음부터 설계하는 방법으로는 생명의 탄생조건을 만들 수 없으므로 단계적으로 확률을 올려가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6면의 주사위는 처음부터 5가 세번 연속해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1억면을 가진 주사위는 처음부터 5가 세번 연속으로 나올 확률이 매우 낮다. 주사위의 면 수가 많을수록 그 확률은 낮아진다.

필수생명요소들이 다자로 구성된 선택지 중 어느 하나의 확률적 택일이 아니라 단 하나의 선택지를 가지며 예외는 없는 절대조건이라는 것은 1억면의 주사위를 던졌는데 처음 세번 연속해서 5가 나올 확률만큼 적다.

생명요소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렇게 얻어진 확률을 전부 곱한 수로 나누었을 만큼 낮은 확률이라는 것이다. 확률은 1억면의 주사위가 5를 연속 세번 내기를 그 생명요소의 숫자만큼 반복할 확률과 같다.

그렇게 해서 얻은 숫자를 다시 각각의 요소들의 궁합에 대입했을 때는 다시 그 만큼 확률이 낮아진다. 이렇게 얻은 숫자가 100보다 훨씬 더 작으므로 생명이 있을 확률은 0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초기 단계에서는 6면의 주사위를 사용한다. 그렇게 얻은 확률로 다시 도스를 윈도로 업그레이드 하듯이 단계적으로 주사위의 면수를 늘려가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즉 신의 설계는 단 한번의 창조로 완성되지 않으며 몇회에 걸쳐 반복적인 창조로 원하는 성과를 얻고 그 얻은 성과를 토대로 다시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우주에 생명이 존재하여 있다는 것은 우주가 절대로 단 한번의 주사위놀음에 의해 창조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연에 의한 단 한번의 주사위놀음으로 창조하기는 엔트로피의 법칙과 충돌하므로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단 한번의 빅뱅에 의한 창조를 내세우는 유물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신의 완벽한 설계로 창조하는 방법은 불확적성의 원리와 충돌한다. 역시 불가능하다.

오직 하나의 방법으로만이 가능하다. 그것은 창조된 결과를 토대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즉 우주는 결코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구조론에 의하면 모든 변화는 밖에서 안으로 이행한다. 즉 한번 창조한 결과를 토대로 재창조한다는 것은 외부의 힘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이는 물질우주 밖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물질우주가 스스로 자신을 재창조한다는 것은 구조론과 어긋나고 엔트로피의 법칙에 어긋난다.

결론적으로

1) 우주는 단 한번의 빅뱅으로 생겨나지 않았다.
2) 생명우주의 존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주어진 결과를 토대로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여러번에 걸친 반복적인 탄생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3) 구조론에 의해 증명되는 바 그 여러번의 반복된 탄생과정을 2회 이상 반복하게 하는 힘은 반드시 물질우주의 바깥에서 와야만 한다.
4) 물질우주의 바깥에 제 3의 힘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5) 우주의 바깥에서 개입한 그 제 3의 힘을 신으로 볼 수 있다.

완벽한 사전설계에 의한 생명우주의 탄생은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서도 절대로 불가능하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결과를 토대로 재창조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주가 신의 창조에 의하지 않고 순전히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도 역시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재작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 반복의 과정에는 필연 외부에서의 개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맨 위에서 제기한 신에 관한 두가지 문제 중 두번째 질문은 ‘신은 내 인생에 개입하는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개입하고 있다. 즉 우주의 제어기능이 명백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 역시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재시도하기’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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