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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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94 vote 0 2009.01.02 (10:42:01)

 

구조- 세상의 얽힘과 풀림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늘 구조의 문제에 부닥치게 되기 때문이다. 구조의 문제는 일의 순서와 방향을 결정하는 문제이다.

어느 쪽을 먼저 하고 어느 쪽을 나중 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그러하다. 한 마지기 농사를 짓든, 한 채의 건물을 짓든, 한 솥의 밥을 짓든 반드시 구조의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문제는 구조가 무엇인지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데 있다. 구조는 단순한 얽혀있음이 아니다. 얽히는 데는 얽히는 이유가 있다. 얽히는 순서가 있으므로 얽힘을 풀어내는 순서도 있다.

구조체 내부에 정교한 매커니즘이 숨어 있다. 그것은 얽힘과 풀림의 원리다. 얽히는 순서와 풀리는 순서가 있다. 그 순서가 우주의 근본이 되고 존재의 근원적인 질서를 이룬다.

그러므로 구조를 아는 것이 모두 아는 것이다. 얽힘을 알고 풀림을 아는 것이 구조를 아는 것이다. 어떤 순서로 얽히고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그 어떤 것을 아는 것이다.

●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다.
● 안다는 것은 구조를 안다는 것이다.
● 얽힘과 풀림을 아는 것이 구조를 아는 것이다.

구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닫힌계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계 내부에는 밀도가 걸려있다. 밀도가 가하는 압박에 의해 계 내의 구성요소들은 구조적인 최적화를 지향하게 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계를 구성하는 인자들은 더 많은 자유도를 누리려고 한다. 그 방법은 두 구성요소가 어떤 하나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유의 원리에 의해 얽힘이 성립한다.

그것이 구조(構造)다. 구조란 밀도가 걸려있는 계 내에서 구성요소 둘이 어떤 하나를 공유하는 성질로 하여 서로 얽힌 것이다. 이러한 얽힘에 의해 계 내에서 대칭과 평형이 얻어진다.

모든 구조체 내에는 밀도가 걸려 있으며 이에 따른 대칭(symmetry)과 평형(balance)이 존재한다. 평형은 서로 얽혀 이루어진 전체로서의 하나를 말함이며 대칭은 얽히는 각각의 부분으로서의 두 짝을 말함이다.  

구조는 벼리와 갈피로 이루어진다. 벼리는 통제자이고 갈피는 피통제자다. 두 갈피가 대칭으로 얽혀 하나의 벼리를 이룬 것이 곧 평형이다. 그만큼 구성요소들은 계 내에서 구조적으로 최적화 된다.

두 갈피는 얽힘을 통하여 효율을 얻지만 대신 얽힘을 통하여 벼리에 지배당한다. 이러한 벼리와 갈피의 지배-종속 관계에 의해 세상의 질서가 만들어진다. 이에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고 접근경로가 찾아진다.

어떤 일을 진행한다는 것은 구조의 얽힘을 풀어낸다는 말이다. 벼리가 갈피를 통제하므로 풀어내는 순서는 ‘벼리≫갈피’다. 벼리가 전체를 이루는 하나이면 갈피는 부분을 이루는 둘이다. ‘전체≫부분’의 순으로 문제를 푼다.

구조를 안다는 것은 통제자(벼리)와 피통제자(갈피) 사이에서 지배-종속관계로 얽혀서 이루어진 질서를 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곧 구조를 아는 것이다. 구조는 얽혀 있으므로 그것을 풀어낼줄 안다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문제에 당면하든 간에 그 문제는 얽혀 있으며 그러므로 풀어야 한다. 순서와 방향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다. 그 순서는 ‘전체≫부분’이며 ‘높은 질서≫낮은 질서’이며 ‘벼리≫갈피’의 순서이다.

목수가 집을 짓는 절차와도 같고 운전자가 핸들과 기어를 조작하는 순서와도 같고 프로그래머가 소프트웨어를 작성하는 절차와도 같다.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구조의 풀어내는 순서와 방향을 따라야 한다.

● 닫힌 계가 존재한다.
● 닫힌 계 내부에는 밀도가 걸려있다.
● 계 내의 구성요소들은 구조적으로 최적화되어 더 큰 자유도를 누리려 한다.
● 구성요소 둘이 어떤 하나를 공유함으로써 구조적으로 최적화 된다.
● 갈피 둘이 하나의 벼리를 공유함에 따라 구조적 얽힘이 성립한다.
● 구조적으로 얽힌 둘을 그 둘이 공유하는 하나가 통제한다.
● 통제자 하나가 벼리면 피통제자 둘은 갈피다.
● ‘벼리≫갈피’의 순서로 풀어야 한다.

세상은 구조로 되어 있다. 구조는 벼리와 갈피 사이에 성립하는 질서다. 벼리는 얽혀있고 갈피는 풀려있다. 얽혀있는 벼리가 풀려있는 갈피를 통제한다. 얽힘이 풀림을 통제한다. 세상의 기본원리는 이러한 통제의 원리다.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곧 그 어떤 대상을 통제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어떤 대상을 통제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우리는 아직 그 대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 무언가의 얽힘을 풀어내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구조는 얽힘과 풀림의 구조다. 풀림은 존재론이면 얽힘은 인식론이다. 풀림이 질서이고 얽힘은 가치다.

풀림은 힘을 낳고 얽힘은 미를 낳는다. 남녀의 결혼은 얽힘이다. 부부가 아기를 가짐은 얽힘이다. 그것은 미(美)다. 그것은 가치다. 엄마가 아기를 낳음은 풀어냄이다. 인간 사이의 다툼은 풀어냄이다. 그것은 힘이다. 그것은 질서다.

세상은 얽힘이라는 가치와 풀림이라는 질서로 이루어졌다. 얽힘이라는 미와 풀림이라는 힘으로 세상은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서로 얽혀서 사회를 이루니 가치가 되고 그 얽힘을 풀어서 문제를 해결하니 질서가 된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한편으로 부단히 얽으면서 한편으로 부단히 풀어내는 것이다. 식물이 생산한 것을 풀어 곡식을 마련하고 화석으로 축적된 것을 풀어 연료를 마련한다. 풀어내는 데는 힘이 소용된다.

풀어진 것을 다시 얽는 데는 미가 소용된다. 그것은 가치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을 구하는 것은 얽는 과정이다. 얽음은 힘만 가지고 안 되고 반드시 미가 받쳐주어야 한다.

남북의 통일은 얽음이다. 힘으로 안 되고 미로 가능하다. 부부가 결혼했다 해서 충분히 얽힌 것은 아니다. 사랑의 밀도가 존재한다. 밀도높은 사랑을 위해서는 미(美)가 필요하고 멋이 필요하다.

● 얽힘의 순서 - 만나기≫맞물리기≫맞서기(대칭)≫하나되기(평형)≫소통하기
● 풀림의 순서 - 받기(질)≫쌓기(입자)≫틀기(힘)≫풀기(운동)≫주기(량)

존재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벼리와 갈피로 되어 있다. 이 다섯 중 앞의 것이 벼리면 뒤의 것이 갈피다. 앞이 뒤를 통제한다. 질이 입자를, 입자가 힘을, 힘이 운동을, 운동이 양을 통제한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을 ‘받기, 쌓기, 틀기, 풀기, 주기’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각각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에 해당한다. 이것이 존재의 보편적인 질서다. 세상에 이 순서를 어기고 가능한 것은 없다.

모든 일은 이 순서대로 진행된다. 무슨 사업에 착수하든 무슨 계획을 세우든 무슨 조직을 꾸리든 어떤 스케줄을 잡든 어떤 프로그램을 짜든 어떤 건물을 짓든 반드시 이 순서에 따라야 한다. 이는 수학이면서 물리학이다.

인간의 인식은 이와 반대의 순서로 진행된다. 입력과 출력의 방향이 반대다. 존재가 풀림이라면 인식은 얽힘이기 때문이다. 존재가 힘과 질서의 원리에 지배된다면 인식은 미와 가치의 원리에 지배된다.

인식의 순서는 ‘지각, 수용, 분석, 종합, 응용’이다. 이는 존재의 순서인 ‘질, 입자, 힘, 운동, 량’을 뒤집어놓은 것이다. 인간의 인식은 량을 지각하고 운동을 수용하며 힘을 분석하고 입자를 종합하고 질을 응용한다.

세상은 존재론과 인식론으로 전부 설명된다. 곧 풀림과 얽힘, 벼리와 갈피, 질서와 가치, 힘과 미, 역학과 미학으로 세상은 전부 설명된다. 이를 종합하는 것은 통제(統制)다. 곧 제어(制御)다.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통제하는 방법, 그것을 제어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문화든 예술이든 그러하다. 세상은 구조다. 구조는 얽힘이다. 그 얽힘을 풀어내는 것이 통제하는 것이다.

통제할줄 안다는 것은 벼리를 잡아끌때 갈피가 함께 딸려온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다. 벼리와 갈피 사이에 대칭과 평형의 원리에 따른 지배-종속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곧 질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질서를 이용하면 적은 힘을 들여 많은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벼리≫갈피의 순서를 따를 때 그러하다. 만약 그 반대로 한다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갈피를 잡아끌 때 벼리는 딸려오지 않는다.

우주에는 만유인력이라는 근원의 통제력이 존재한다. 계에 밀도가 걸려있기 때문에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구조적 얽힘이 성립하고 이에 따라 목적한 대상에 대한 인위적 통제가 가능하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중력라는 근원의 압박에 의해 하나의 기준으로 통제된다. 생태계는 생존이라는 근원의 압박에 의해 통제된다. 만약 이러한 근원의 압박이 없다면 생태계는 해체되고 만다.

정치는 투쟁이라는 압박에 의해 성립하고, 경제는 경쟁이라는 압박에 의해 발전한다. 자동차는 동력원이라는 압박에 의해 굴러가고, 시계는 태엽장치의 압박에 의해 움직인다. 반드시 근원의 압박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다. 발전소가 댐에 고여있는 물의 수압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발전하듯이 풀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풀어내는 만큼 그 반대로 얽어야 한다. 바르게 얽어야 옳게 풀어낼 수 있다.

질서와 가치, 힘과 미, 풀림과 얽힘, 존재와 인식, 자연과 인간, 벼리와 갈피는 세상을 움직이는 두 근본이다. 그러면서 둘은 본래 하나이다. 얽히고 풀리는 방향이 다를 뿐 그 내막은 같다.

자연의 풀림과 인간의 얽힘이 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이 두 가지 근본의 충돌에 의해 일어난다. 풀어서 힘을 얻으려는 사람과 얽어서 미를 얻으려는 사람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가치의 미는 동기를 부여하고 질서의 힘은 문제를 해결한다.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될 수 없다. 힘만 앞세우는 자는 친구를 잃고 미만 탐하는 자는 종속된다. 그러므로 둘 사이에서 제어를 알아야 한다.

학문에 임하여 첫 번째로 배워야 할 것은 앎 그 자체이다. 안다는 것이 무언인가를 알아야 한다. 세상은 얽혀 있으므로 그것을 풀어낼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세상이 미로 얽히고 힘으로 풀리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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