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증과 거증의 원리
알리바이(alibi)란 피고가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장부재의 증명이다. 이는 곧 원고의 거증에
대한 반증이 된다. 피고의 현장부재가 반증(反證)이 된다면 피고의 현장존재 사실은 거증(擧證)이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바, 어떤 사실의 입증은 ‘동일한 시공간대 공유’라는 거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살인사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인자와 피살자가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장소에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의 양변을 이룬 각 항의 일의적 동시확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증명에
사용하는 방법들이 모두 그러하다. 예컨대 문서에 사인을 남긴다거나 혹은 서류에 도장을 찍는다거나
또는 법정에서 목격자를 증인으로 세운다거나 하는 일이 그러하다.
또 전래설화에서 이별을 앞둔 연인들이 훗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거울을 둘로 쪼개 나누어 가진다거나,
혹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녀가 훗날의 증표로 삼기 위하여 여인의 치맛고름이나 남자의 저고리 옷고름을
뜯어 보관한다거나 하는 방법들이 모두 이러한 동시확정의 원리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