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장 좋은 시절을 진리를 찾아 해맸습니다. 그럴수록 진리가 내 삶을 갈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럴 때마다 인류에 대해서 생각하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어디선가 또는 다른 시대에서도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돕는 것 같습니다. 진리를 찾으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형식과학을 건드리게 되는데 이게 사람을 가둬버립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죠. 어쨌든 저는 신이 인간을 위해 진리를 준비했다면 사유의 필연적인 루트가 있을 것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루트의 출발점은 바보나 원시인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간단한 개념이여야 했죠. 그것은 점입니다. 하지만 점에 진리가 있을 리 없죠. 나는 구조론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구조론이 탄생하고 또 제가 구조론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 모두가 도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직관이고 직관이란 찍어 맞추기입니다. 직관이 가능하고 승률이 꽤 높은 것은 언어가 있고 인터넷이 있기 때문입니다. 학문이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인정했을 때 머리는 아프지만 적어도 많은 개념들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요. 어떤 단어를 알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단어를 사용해서 좋은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면 비록 오답이라고 해도 결국 답을 찾아갑니다.
제 고민은 수학이 먼저인가 인문학이 먼저인가. 이게 골치거리였죠. 둘다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구조론연구소는 인문학적인 성격이 강해보입니다. 어쩌면 인문학이냐 수학이냐 구분을 초월한 일원론적인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쨌든 수학과 인문학이 전혀 말이 통하지가 않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성향도 전혀 달라 보입니다. 제 나름대로 둘을 통합해서 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김동렬
점은 단절이고 선은 연결이며 각은 충돌이고 체는 독립이고 계는 결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