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말씀(로고스)이 있었다.
그 말씀으로 빛이 있으라..하니 빛이 생겼다.
창세기는 그렇게 차곡차곡 이 우주를 준비했다.
그리고 맨 나중에 인간을 탄생시킨다.
인간은 이 우주의 역사에 있어 가장 늦게 등장했다.
이게 뭘까..뭔 이유와 사연과 필연이 있는 것 같다.
맨 나중에 등장하는 것은 어떤 역할일까.
손님이다.
손님 초대는 다 준비되고 난 뒤에 초대장 날리는 것이다.
관객은 완벽한 준비 후에 입장 시키는 것이다.
아직 무대수리도 끝나지 않았고 첼로 바이올린 섭외도 안되었는데 청중을 입장 시키진 않는다.
인간은 손님이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객석에 주섬주섬 자리를 잡는 것이다.
눈치가 빠른 이는 분위기 파악을 하고 작품 감상에 들어가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들은 안절부절 우왕좌왕이다.
인간은 뒤에 등장했다.
겨우 일만년 전이다.
그러나 창세기는 인간의 등장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왜냐..관객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산이나 강이나 돌이나 나무나 코끼리나 사슴이나..
이런 것들은 다 무대장치이고 소품이다..관객이 될 수 없다.
세상과 인간 중에 신은 무엇을 먼저 만들었겠는가 ?
그대 또한 친구를 부르기 전에 술을 먼저 담는다.
그 술맛을 알아 줄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란 우주에서 유일하게 우주 자체를 평가해 줄 수 있는 존재다.
그렇다..인간은 증인으로서의 인간이다. 증거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임무다.
신의 술을 마셔줄 친구가 인간인 것이다.
사실 인간이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
신이 없으면 안되지만 그리고 이 물질 세상이 없어도 안되지만..
인간은 사실 어떤 의미론 전혀 필요없는 존재다.
그러나 인간이 없다면.. 이 우주는 ..神은 쓸쓸하고 섭섭할 것이다.
알아주는 이 없어 너무 외로운 나머지 神은 창조판을 엎어버리고 자살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인간은 <중간자>적 존재다.
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다.
인간은 그래서 人間이다 그 사이에 위치한다.
실제론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인간은 엄청 중요한 존재다.
각설하고
인간의 입장으로 돌아가자.
인간은 어느날 털석 관객석에 떨어진 황당한 존재다.
아무도 모른다.
왜 자기가 여기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사전 정보가 전혀 없다.
그것을 확인할 방법, 혹은 힌트는 두가지 밖에 없다.
한가지..는..이 연극을 끝까지 보는 것.
또 하나는 옆사람이나 먼저 왔던 사람을 찾아 귓속말로 물어 보는 것.
우리는 이 연극의 전모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증인이 되어야 한다.
먼저 말로써 증인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그대가 똑같이 창의를 해 보임으로써 증거해야 한다.
즉 우리는 증인이 되어야 함과 동시에
재현을 하여 그것이 정말로 이루어 짐을 증거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유일한
미션이다.
또 각설하고..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은 말이 아니라 로고스다.
말은 인간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태초부터 태초와 같이 탄생한 존재가 아니다.
태초엔 말이 아니라 로고스인 말씀이 있었고..
인간은 그 말씀이 무언지 모르는 채로 탄생했다.
말씀은 로고스다..
인간 이전에 있던 <뜻>이다. 창세의 설계도다.
태초에 질서가 있었다. 질서가 세상을 열었다.
그 질서가 뭔지 몰라도 인간 이전에 있었던 것은 틀림없다.
그 질서에 의해 인간 자신의 존재가 확정되었음에 틀림없다.
그것을 확인하라.
관객으로서 창세의 현재를 잘 보면서 그 질서의 원리를 찾아라.
그리고 재현하라. 응용하라. 창조하라..그 원래의 법칙(로고스)을 증거하라.
태초의 질서..태초의 설계도..태초의 원리..
그것이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