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이 글은 김동렬의 <구조론>에 영감을 받아 쓰는 글임을 밝힘

 

합리주의는 본질을 추구한다.

성매매 문제로 시끄럽다. 옳다 그르다로 싸우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가능한 목표인가이다. 인간이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 목표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본질이 보인다. 

여기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어차피 그건 안 돼" vs "언젠가 그건 돼",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은 이 두가지로 압축된다. 

이 둘의 논의는 결국엔 평행선을 그린다. 한 쪽은 성매매 근절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고(그 전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 쪽은 성매매 근절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합리주의는 리, 옥의 결을 따른다. 옥의 결을 따라 쪼개야 옥을 가공할 수 있다. 합리주의는 결국 옥의 결을 따라 옥을 다듬듯이 그렇게 리를 따라간다.

개고기 예를 들어보자. 개고기 먹자, 먹지말자. 밤새 싸워도 결론 안난다. 어차피 먹는 사람은 먹고 안 먹는 사람은 안 먹는다. 성매매도 그렇다. 안 하는 사람은 끝까지 안 한다.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한다. 마치 전쟁이 영원히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전쟁은 끝이 있다. 길게 보아야 한다. 개인의 관점을 벗어나 <우리>의 눈으로 봐야 한다. 인류 전체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인류 전체의 눈으로 성매매 문제를 볼 때, 이를 한 줄로 꿰는 컨셉, 리(理)는 바로 <존엄성>이다.
성매매 문제는 바로 우리에게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존엄한가? 존엄하지 않다면, 인간이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가 아니라면 성매매를 해도 살인을 해도, 뭘 해도 무방하다. 돈으로 사고팔아도 되고 뭔 짓을 해도 된다. 그러나 존엄하다고 우리가 답한다면, 우리가 인간은 존엄하다! 라고 대문짝에 크게 써 붙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존엄한 인간이 자신의 존엄한 인격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성을 떼어 내 사고파는 것을 묵인할 것인가?
합리주의는 이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한다. 인간이 존엄하다고 하는 것은 각 개인이 그 누구와도 치환되지 않는 개인만의 인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고 여기엔 개인의 성역시 인격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굳이 프로이드의 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성이란 것에 대한 가치관, 태도, 행동 같은 것들이 얼마만큼 우리의 인격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인체의 장기와도 같아 따로 떼어내서 팔면 곧 죽음, 인격의 죽음을 의미한다. 성만을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이다. 우리가 성을 사고 파는 순간, 우리는 인격을 사고 파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진보이고 역사의 방향성이다. 존엄성은 나 혼자 "나 존엄한 인간이야!"라고 외치고 다닌다고 존엄해지는 것이 아니다. 60억 인류가 인정해주는 만큼 나는 존엄해진다. 한 명이 인정하면 1이고 두 명이 인정하면 2이고 60억이 인정하면 60억만큼의 존엄성을 누리는 것이다. 고로, 인류는 역사를 거쳐오면서 나를 제외한 오십구억구천구백구십구명으로부터도 인격을 존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다시 성매매문제로 돌아와보자. 이러한 역사의 방향성을 염두에 둘 때,

장기적으로 봐서 개고기 반대 세력이 커진듯이

장기적으로 성매매 반대 세력이 커진다.


가능한 목표냐 불가능한 목표냐?

가능과 불가능은 결국 세력에 의해 판가름되며, 역사는 조금이라도 더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물론 이는 길게 볼 때의 이야기다. 단기적으론 후퇴가 있다. 세력이 충분히 형성이 되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보면 모든 불가능은 곧 가능이다.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너무나 많은 것들이 얼마나 가능한 것들이 되었는지를 보라. 

 

민주주의를 놓고도 <아직 불가능해>를 외치며 종신집권의 꿈을 꾼 박정희와 <그래도 가능해>를 외치며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김대중.

결국 역사의 흐름은 어디로 갔던가? 80년대 이후 민주주의 세력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들에겐 민주주의가 가능한 목표였고, 그렇게 그 목표를 향해 움직여갔다.  


성매매 문제도 그러하다. 결국엔 성매매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얏! 우리는 성매매를 용납할 수 없어! 하는 세력이 더 커진다. 많은 이들이 점점 더 인권에 눈을 뜨고 있다. 우리의 안과 밖에 만연한 온갖 폭력에 눈을 뜨고 있다. 어린이 성폭력 문제, 체벌 문제 등이 이슈가 되면서 어려서부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온전한 결정권을 갖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장난 틈을 타 돈에 몸도 자존심도, 꿈도 희망도 영혼까지도 파는 듯 보이겠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고장은 결국 긴 호흡으로 보면 인류의 집단지성이 해결해 나아갈 것이다. 고장난 틈을 타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우리가 사고파는 것의 한계를 명확히 긋지 않아서이다.  그러나 그 한계는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세태가 점점 더 막장이 되어가는 것은 역으로 우리가 넘어서는 안 될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들은 점점 더 책임질 수 있는 자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체득하고 있다.   

 

두 눈을 뜨고 보라. 점점 더 사람의 가치를 말하고, 몸의 소중함을 말하고, 사람사는 세상을 외치는 이들이 늘어간다. 그 늘어나는 만큼, 성매매 문제의 해결도 가까워 온다. 누구나 상대방을 물건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는 때가 오면, 성매매는 사라진다. 

 

결국 성매매 문제는 '성매매는 인간에 대한 모독이얏!, 절대 용납할 수 없어!'라는 관점이 대세가 되는 시점부터 해결된다. 그러니 부디, 길게 보라. 인권이 보편적인 가치임을 납득하는 이가 많아질 때까지,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싸우고 때론 타협하고 때론 숙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니 결코 미래의 꿈마저 잃지는 말자.

 

"씨발 족같은 세상, 내가 비록 성매매는 안 한다지만, 성매매는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을 걸?"라고 울부짖으며 절망하기보단, 나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될 때까지 그렇게 길게, 멀리, 깊게 가자. 성매매가 사라지는 세상은 온다. 자신이 원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즐겁게 섹스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은 온다.

 

그때까지, 다들 힘내시라.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8.04 (22:04:03)

존엄≫자유≫사랑≫성취≫행복 발견한 인류가 나왔으니 진도를 나가는 것은 시간 문제겠지요.
제대로 진도를 나가는 하나가 있어 주면, 60억이 다 헤메다 갈 지라도 하나가 나와주면, 다음 진도를 나가는 것이지요. 지금 인간 상태는 60에서 70억으로 가는 것도 힘겨운 수준입니다.  다음 인류가 나서줘야 합니다. 다음세력이 나서줘야 하지요. 60억이 100억이 되는 것보다. 다음 인류 하나가 600억이 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고요.

저들, 지난 시절 산업화로 인류를 이끈 무리들은 한계를 보이고 있소, 족벌세력에게 휘둘리고 있소.
존엄을 위협하여  자유를 박탈하고, 존엄 대신 안전을
자유를 박탈하여 소통을 왜곡하고, 자유 대신 서열을
소통을 왜곡하여 사랑을 유린하고, 소통 대신 지시를
사랑을 유린하여 행복을 파괴하고, 사랑 대신 소유를
행복대신 쾌락을 삶인냥 둔갑시켜 권하고 있소.
포장지에 행복이라고 쓰고, 쾌락을 담아 뿌리고 있소.

성매매를 존엄매매질로 묶어 보면, 존엄매매 ≫자유매매 ≫사랑매매 ≫성취매매 ≫행복매매로 묶어 볼 수 있겠소. 못생긴 창녀부터 언개 검개 국개 쥐박 개독에 개불까지 다 엮여 나오겠소. 엮고 보니 창녀가 그나마 났소. 역하오. 매매질에 환장한 것들은 두고 가오.

오세님의 일성에 번쩍한 이들은 얼렁 얼렁 나서오.
헛된 매매질에서 깨오. 나오오.

사람 사는 세상으로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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