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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580 vote 0 2018.04.30 (13:06:28)

 

    에너지를 철학하라


    세상은 사건이다. 인간은 사건 속의 존재다. 그 점에서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 사건은 의도가 있고 방향이 있고 다음 단계가 예비되어 있다. 그사이에 찾아야 할 방향성이 있다. 사물이 아니므로 사건이다. 사물이 집합이라면 사건은 연결이다. 사건을 연결시키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인간은 흐르는 강물에 떠서 가는 곳 모르고 흘러가는 존재다. 에너지가 약하면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당하게 된다. 외력에 침범당하는 것이다. 철학이 필요한 이유는 외력에 맞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냥 살면 되는데 그냥 살지 못하는게 인간이다. 외부로부터의 환경변화가 인간을 가만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살을 타고 가면서 물결을 이겨내야 한다. 물 밖으로 나가면 에너지를 잃고 말라 죽는다. 물결에 휩쓸리면 환경변화에 치인다.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능란하게 흐름을 타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만으로 살 수 없고 반드시 외부의 힘에 의존해야 한다. 복종하면 안 되고 이탈해도 안 되며 앞서가도 안 된다. 


    함께 가면서 조율해야 한다. 서로를 길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외부 환경과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적절히 단절되고 또 이격되어야 한다. 하나여야 하지만 아주 한통속이 되면 안 되고 부단히 좌표를 확인하고 적절히 자기 위치를 지켜가야 한다. 사건은 의사결정의 중심이 있다는 점이 각별하다. 


    부분이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스위치가 있다. 연결고리가 있다. 대칭이 있고 대칭의 중심점이 있다. 접점이 있다. 약한 고리가 되는 급소가 있다. 민감한 부분이 있다. 쌓아둔 돌무더기 속에서 돌 하나를 집어내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물에 뜬 배 위에서라면 짐 하나를 치우면 배가 기울어진다.


    아니다. 배는 기울지 않는다. 배가 탄력을 받았을 때는 상관없다. 배의 속도를 줄이면서 짐을 하나씩 치워보자. 처음에는 이상이 없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배는 기울어진다. 그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이 있다. 경계선이 있다. 빙점이 있다. 여기까지는 되는데 여기부터는 안 되는 지점이 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농담해도 괜찮고 막말해도 괜찮은데 어느 순간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정색하고 노려보는 지점이 있다. 절대성에서 상대성으로 바뀌는 지점이다. 관성력에서 작용반작용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파도를 정면으로 뚫고 가야 하는 지점과 유연하게 타고 넘어야 하는 지점이 있다. 고수와 하수가 갈리는 지점이 있다. 


    자체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할 것인가다. 관성력에서 작용반작용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그 역은 없다. 위치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도 그 역의 경우는 없다. 절대성 모드에서 상대성 모드로 바꿀 수 있지만 상대성은 절대성으로 갈아탈 수 없다. 에너지가 없어 안 된다.


    걸어가던 사람이 업혀 갈 수 있지만 업혀 가던 사람이 걸어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초반에 선택을 잘해야 한다. 처음에는 걸어가다가 안 되면 업혀 가야 한다. 처음부터 업혀 가다가 자생력을 잃어버리면 안철수처럼 낙오되어 오도 가도 못한다. 권투기술을 쓰다가 불리하면 유도기술로 바꿀 수 있으나 그 반대는 곤란하다.


    원거리 공격인 권투를 하다가 클린치 상태가 되면 근거리 공격인 유도를 쓸 수 있다. 처음부터 유도를 하다가 갑자기 권투로 바꾸면 상대방은 도망가 버린다. 화살을 쏘다가 적이 근접하면 창으로 바꿔야 한다. 창으로 육탄전을 벌이다가 활로 바꿀 수 없다. 활시위를 매기기도 전에 죽어 있다. 원거리 타격이 먼저다.


    방향이 있고 수순이 있다. 그렇다면 맨 처음에 어떤 기술을 쓸지가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사건 위에 또 다른 사건이 있다. 작은 사건 위에 큰 사건이 있다. 가장 큰 사건에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 가장 큰 사건이 있다. 가장 큰 항해목적이 있다. 선단의 모함이 있다.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시작할 수 없다. 그곳을 알아낼 수도 없다. 당신은 미미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당신은 대단한 사건 속에 있지 않다. 당신은 주력함이 아니라 작은 보트에 타고 있는 신세다. 당신이 주제넘게 함장인 척하고 나서면 사람들이 비웃는다. 당신은 주제파악을 하고 겸손을 보인다.


    분수에 넘지 않게 작은 보트의 사공으로 만족한다. 주변부에서 엑스트라로 만족한다. 주인공으로 나서지 못한다. 그래서 망한다. 창에서 활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망한다. 유도에서 권투로 못 바꿔서 망한다. 귀족이 망해서 평민 될 수는 있어도 평민이 갑자기 귀족이 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못 하기 때문에 망한다. 


    그런데 말이다. 운명적으로 한 번은 당신에게도 주인공 역할이 돌아올 때가 있다. 대비해야 한다. 당신은 함장이 아니지만, 함장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신은 귀족이 아니지만 귀족의 매너를 배워둬야 한다. 당신은 유도선수지만 틈틈이 권투기술을 익혀둬야 효도르 된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찬스에 대비해야 한다.

    당신은 작은 사건을 타고 있지만 큰 사건을 책임지는 훈련을 해두어야 한다. 천하인의 배포를 가져야 한다. 에너지의 루트를 꿰고 있으면서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약자의 처세술이 아닌 강자의 철학을 배워야 한다. 그럴 때 기적이 당신을 찾아온다. 허둥대지 않고 처리해내면 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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