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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52 vote 1 2018.04.23 (22:50:03)

 

    신은 기적을 연출한다


    벌레 먹은 밤이 있다. 원인은 벌레다. 벌레는 밤톨 안에 들어와 있다. 배탈난 사람이 있다. 원인은 상한 음식이다. 상한 음식은 위장 안에 들어와 있다. 원인은 안에 있다. 한자를 봐도 원인의 인因은 口+大이니 닫혀 있는 울타리口 내부에 뭔가 큰 것大이 들어 있다. 과연 그런가? 허리가 쑤시고 아프다면 저기압이 원인이니 원인은 밖에 있다. 배가 아프다면 사촌이 로또를 맞았으니 원인은 밖에 있다.


    벌레 먹은 밤이 있다. 원인은 안에 있다. 벌레는 안에 있다. 내부를 조치해야 한다. 틀렸다. 벌레 먹은 밤은 버려야 한다. 벌레를 제거해봤자 그 밤은 못 먹는 밤이다. 상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다. 배탈난 다음에 약 먹고 치료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상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 외부에서 조치해야 한다. 외부에서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내부에서의 조치도 가능하지만 마지 못해서 하는 거다. 


    원인은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 아니다. 진짜 원인은 바깥에 있다. 안에 있는 원인은 부차적인 원인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전개된다. 기 단계에서 본질적인 원인이 주어지는 것이며 승과 전과 결 단계의 원인은 2차적 변주이니 진짜 원인이 아니다. 구조론으로 보면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다섯 매개변수가 있다. 한 가지 사건에 원인이 다섯 개나 있다. 진짜 원인은 질의 원인 하나뿐이다.


    총을 맞아서 사람이 죽었다. 원인은 총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똑같이 총을 맞아도 어떤 사람은 빨리 죽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죽는다. 건강한 사람은 천천히 죽고 병약한 사람은 빨리 죽는다. 진짜 원인은 총을 맞은 것이며 총알은 밖에서 들어왔고 원인은 바깥에 있다. 그런데 남보다 빨리 죽은 사람의 병약함은 내부에 있다. 천천히 죽은 사람의 건강함도 내부에 있다. 이는 2차적 원인이니 가짜다.


    보통 2차적 원인에 현혹되어 본질을 잊는다. 1차적 원인은 바깥에 있으므로 포착하기 어렵다. 사과가 떨어진다. 왜 떨어질까? 사과의 무게 때문이다. 아니다. 무게는 내부의 2차적 원인이고 1차적 원인은 바깥의 지구 중력이다. 우리는 아무러나 하나라도 원인을 찾으면 만족하고 더는 추궁하지 않는다. 주변적 원인을 찾아놓고 답을 찾았다며 수색을 중단한다. 주범을 놓치고 종범을 체포하는 거다.


    지식인들은 항상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 내부의 원인은 무지다. 답은 교육이니 4대강 비리를 교육하고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날로 교육에 여념이 없지만 진짜 원인은 밖에 있으니 김정은 핵실험 한 방에 백만 표가 날아간다. 그래서 외교가 중요하다. 진정한 해결은 언제나 바깥에서 결정된다. 감기에 걸렸다 치자. 원인은 바깥에 있다. 밖에서 바이러스와 접촉한게 원인이다.


    그런데 이미 감기에 걸렸다면 원인은 안에 있으니 약 먹고 주사 맞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인체 안으로 들어와 있다. 이런 식이면 치료해도 감기는 재발한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어서 외부의 바이러스를 차단해야 한다. 내부에 대응하는 방법도 약간의 효과는 있지만 진정한 해결은 아니라는 말이다. 외부의 환경에 대응하려면? 대표자를 잘 세워야 한다. 우리의 대표자는 노무현과 문재인이다.


    대중은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안다. 대중은 아는데 지식인은 모른다. 지식인은 언제나 내부에 원인이 있다고 믿고 교육에서 답을 찾으니 정의당 망한다. 교육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만 차선책이다. 승부처에는 특히 대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표자는 외부를 상대한다. 내부의 자한당을 상대하지 말고 외부에서 자한당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국 공화당과 일본의 아베를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의 방법이 옳다. 외부의 트럼프를 우리편으로 만들었다. 외부의 김정은도 우리편으로 만들었다. 외부에서 자한당에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게 차단하니 자한당은 말라죽는다. 자한당을 때리는 진보의 방법이 이미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주사약을 처방받는 격이라면 외부의 트럼프와 아베와 김정은을 꼬시는 방법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씻어서 감기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원인이 안에 있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아니다. 원인은 무조건 바깥에 있다. 왜냐하면 구조론의 원인은 사건의 원인이며 사건은 항상 닫힌계를 지정하며 그 닫힌계 바깥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인체 내부의 기생충이 질병의 원인이더라도 사건 바깥이다. 원인은 무조건 바깥에 있다. 단, 물리적 형태의 바깥이 아니라 추상적 사건의 바깥이다. 언제라도 원인이 안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닫힌계를 지정하는 훈련으로 거짓 원인의 착오를 막을 수 있다. 훈련받지 않은 사람은 물체의 안과 밖은 잘 구분하지만 사건의 안팎은 구분하지 못한다. 왜 기적이 일어나는가? 외부의 원인은 통제권 바깥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안의 부품이 망가졌다면 수리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바깥의 도로가 엉망이라면? 봄과 가을이면 도로가 엉망이 되는 러시아의 라스푸티차가 그렇다.


    외부에서 환경이 도와주는 것이 기적이다. 라스푸티차 때문에 모스크바를 눈앞에 두고 되돌아선 독일군 입장에서 보면 기적이 러시아 편을 든 것이다. 바깥과 안이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지식을 머리에 주입하기보다 만날 사람을 만나 도원결의하는 것이 정답이다. 스티브 잡스는 배운 지식 덕분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워즈니악을 만났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것이 기적이다.


    만나고자 한다고 만나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우호적으로 세팅해 두어야 한다.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동해야 한다. 무뚝뚝한 사람보다 사교적인 사람이 만날 사람을 만나 기적을 이룰 확률이 높다. 의리있는 사람이 의리 없는 배신자보다 운명적인 만남을 이룰 확률이 높다. 관우는 좋은 유비를 만났지만 여포는 좋은 동료를 얻지 못했다. 밖으로 문을 열어젖히는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진보로 가면 기적을 만나지만 보수로 가면 기적은 없다. 방향이 맞으면 기적이 일어나지만 방향이 틀리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다. 아주 불운해진다. 모든 외부변수가 나쁘게 작용한다.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면 운 좋게 지갑을 주워 챙기지만 방안에 가만 있으면 본전치기가 아니라 병 난다. 죽는다. 개방하면 기적이 일어나지만 쇄국하면 본전이 아니라 말라죽는다. 


    김대중 때 일본문화 개방이 한류의 기적을 낳았다. 노무현 때 스크린쿼터 폐지가 충무로가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기적과 같다. 한미 FTA가 한국상품의 경쟁력을 높였으니 역시 기적이다. 무뇌좌파들 말 믿고 그 반대로 갔다면? 본전이 아니라 죽는다. 인간은 생물이고 생물은 동이며 동이 정에 갇히면 죽는다. 진보로 가면 트럼프가 돕고 김정은이 돕는 기적이 일어나고 보수로 가면 죽는다.


    사건은 에너지의 확산방향을 수렴방향으로 틀 때 격발된다. 그럴 때 수렴방향으로 좁아지는 깔때기를 지나면서 에너지는 증폭되고 기적은 일어난다. 레닌은 밖에서 왔고 스탈린은 안에서 맞았다. 역사에 항상 반복되는 패턴이다. 잡스는 밖에서 자본을 구해왔고 워즈니악은 안에서 기술을 책임졌다. 우리는 워즈니악이 훌륭하고 잡스는 말빨이 좋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틀렸다. 워즈니악들은 많다.


    워즈니악 아니라도 누군가 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잡스 같은 사람은 잘 없다. 오로지 잡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막연히 밖으로 진출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흩어져서 산만하게 된다. 밖으로 나갔다가 방향을 안으로 틀어야 한다. 한국의 진보가 망하는 이유는 사대주의에 빠져 바깥의 서구에 아부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해외파가 기술을 전수하지만 해결사는 노무현 같은 국내파에서 나온다.


    초반에는 외제만 찾다가 나중에는 국산을 찾는다. 패턴이 있다. 초반에는 팝송을 찾지만 지금은 한국 대중음악이 대세다. 반드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여기서 헷갈리기 쉽다. 그냥 안에 갇히는건 죽음이요, 막연히 밖으로 새는 것도 허무요, 밖에서 연결하고 안으로 쥐어짜는 방향전환이 정답이다. 에너지를 컨트롤하는 방법이 그렇다. 그래서 깨달음은 돈오돈수가 된다. 왜 깨달음은 돈오돈수인가? 


    방향전환 때문이다. 점오점수가 되면 방향전환이 안 된다. 예컨대 여친을 사귄다고 치자. 일단 이성에게 친절해야 한다. 모든 여성에게 친절하면 망한다. 한 사람을 선택한 다음 그 사람에게만 친절해야 한다. 여기서 갑자기 핸들을 확 꺾어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돈오돈수가 아니면 안 된다. 여성에게 친절한 것이 수행이라면 그 수행을 단칼에 멈추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외부와 연결하는 에너지 루트는 하나여야 한다. 관우가 유비에게 의리를 지키고 조조에게도 의리를 지키면 망한다. 관우는 좋은 사람이지만 유비에게만 좋아야 한다. 조조에게도 친절하면 망한다. 깨달음이란 외부로 백 개의 촉수를 내밀다가 그중의 하나라도 타겟에 명중하면 나머지 99개를 단칼에 베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확 끊어버려야 하며 돈오돈수가 아니면 끊지를 못하므로 망한다. 

    

    외부로 나갔다가 내부로 방향을 틀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돈오돈수다. 문득 깨닫는다는 것은 문득 방향을 틀어버린다는 것이다. 3초 안에 깨닫고 3초 안에 방향을 틀어야 한다. 미적대면 망한다. 점오점수는 자기 내부에서 답을 찾고 돈오돈수는 외부와 연결하여 팀을 조직한다. 외부는 충분히 탐색해야 하지만 연결선은 하나라야 한다. 팔방미인은 친구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면 안 된다.


    팔방미인은 손학규다. 별 것도 아닌 인물인데 언론에서 매우 빨아준다. 언론사에 친구가 많은 거다. 오직 국민 하나만 친구였던 노무현과 다르다. 외부에 무수히 촉수를 걸쳐놓고 단하나만 취하므로 확률이 작동한다. 그런데 우리는 확률을 불신한다. 돼지저금통에 동전을 저축해 보자. 언젠가는 동전이 가득찰 것이다. 예측가능하다. 그러나 외부의 로또라면 언제 당첨이 될지 알 수 없다. 아니다. 


    모든 경우의 수에 해당되는 번호를 사면 백퍼센트 당첨된다. 80억이 있으면 가능하다. 물론 당첨금으로 보면 적자지만 말이다. 내부가 망가진 자동차는 수리되지 않을 수 있지만 외부가 문제된다면 반드시 답이 있다. 머리가 나쁜건 내부의 문제라서 답이 없다. 친구가 없는건 외부의 문제라서 답이 있다. 친구를 사귀면 된다. 내부는 백퍼센트 되지만 답이 없고 외부는 확률이지만 답이 있다.


    노력이 먹히는 부분도 있지만 하부구조의 일이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질-입자-힘의 노른자위는 노력이 먹히지 않는다. 힘-운동-량은 노력이 먹히지만 쭉정이라 큰 의미는 없다. 좋은 교육은 마땅히 노력형 교육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여 만날 사람을 만나서 팀을 조직하고 확률을 지배하는 의리교육이어야 한다. 무슨 일이든 초반에는 만남의 기적으로 먹고 막판은 노력으로 먹는다.


    김연아, 박태환, 윤성빈은 한국에 처음 뭔가를 도입한 천재다. 김연아 전에 피겨가 없고, 박태환 전에 수영이 없고, 윤성빈 전에 썰매가 없다. 첫 번째 가서 천장을 뚫는 사람은 기적을 연출하는 천재여야 하며 두 번째 가는 김연아 키즈는 노력으로 먹는다. 묻어가는 것이다. 천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를 운용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답은 외부에 있으니 외부의 히딩크와 오서코치다.


    외부의 박항서가 돕지 않고 베트남 안에서 자가발전으로 절대 안 되는 판이다. 물론 당신에게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박항서도 아니고 히딩크도 아니고 김연아도 아니고 박태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신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문제다. 별 볼 일 없는 당신에게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위대한 한국에는 천재가 필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은 천재다. 그들은 비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기적을 만들어낸다. 기적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타이밍에 대비하려면 평소에 기도가 필요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노력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올라가는 방법으로는 절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릴 때는 타이밍이 필요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때는 원래 타이밍이라는게 없다. 노력은 타이밍이 없지만 천재는 타이밍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왜? 타이밍을 맞추려고. 안철수는 선거에서 지고 한국에 그대로 있다. 왜? 노력해 보려고. 기적은 타이밍에 있고 타이밍을 맞추려면 미리 올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도다. 신은 위에 있기 에 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신의 마음, 진리의 마음, 역사의 마음, 진보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삼아야 한다. 내 생각은 이래 하고 자기소개 곤란하다.


    너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연주자는 지휘자의 손끝을 보며 타이밍을 잰다. 계속 지휘자의 손끝을 보고 있어야 한다. 당신 생각 필요 없고 지휘자 생각을 읽어야 한다. 연주자가 바이얼린을 켜든 트럼펫을 불던 자신의 순서가 아니더라도 계속 지휘자를 보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연주하지 않아도 마음은 연주하고 있어야 한다.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기도의 의미다. 24시간 접속상태다.


    신과 접속되어 있어야 하고 역사의 에너지의 흐름을 타고 있어야 하며 진보의 생명성과 함께 율동해야 한다. 그럴 때 기적은 일어난다. 안과 밖이 맞아떨어진다. 큰 것이 이루어진다. 에너지가 폭발한다. 세상은 바뀐다. 지식인이 백 년을 해도 못하는 것을 대표자는 한 방에 해낸다. 노력은 그렇게 선발대에 의해 천장이 뚫린 다음에 후속부대가 하는 시시한 일이다. 노력은 철학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늘날 지식인이 엘리트주의에 빠져 천재를 비웃고 대표성을 비웃고 대중에게 뭘 가르쳐보려고 하지만 시시한 짓이다. 그것도 약간의 의미는 있겠지만 그것은 뒷설거지요 끝내기요 마무리요 유종의 미다. 지식인도 기여할 때는 있다. 그러나 끝물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힘을 쓰려고 하면 광기타령에 나치타령으로 방해하던 정의당 지식인이 힘을 쓸 때가 왔다면 이미 한국은 끝물이다.


    한국이 유럽처럼 노쇠했을 때는 그게 먹힌다. 서구가 탈근대 운운 개소리 하는 것은 노쇠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만났고 더 이상 만날 사람이 없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만날 때 기적이 일어났다. 이미 만났으므로 기적은 없다. 기적은 미국에서 일어났다. 미국의 독립을 프랑스가 도왔다. 그 미국인들은 원래 영국인이니 영국과 프랑스의 만남이 미국독립의 기적이다.


    영국과 독일인도 만났고 프랑스와 러시아인도 만났고 그들은 죄다 만났으니 이제 기적의 시절은 갔고 신통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식상해진 것이다. 그들에게 도원결의는 불가능하다. 의리는 시골에서 처음 서울로 상경한 사람의 드라마다. 원래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은 의리가 없으니 서울에서는 대통령이 나올 수 없다. 간 보고 연애하는 서울에서는 절대로 기적이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인과 프랑스인은 아직 제대로 만나지 않았다. 한국인과 일본인도 제대로 만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한국은 외국과 스치기만 해도 기적이 예약된다. 한류가 뜨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일본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오노 요꼬와 존 레넌의 만남처럼 일본인과 엮이기만 하면 신기한 일이 일어나곤 했다. 그런 시절은 갔다. 기적은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 반복되면 그게 기적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만남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디자인이지 지식의 계몽이 아니다. 우리는 기적으로만 진짜승부를 이긴다. 에너지와 타이밍과 지정학적 구조로만 진짜 승부를 이긴다. 에너지는 외부에서 온다. 한국이 요즘 잘 나가는 이유는 한국과 세계 사이의 모순 때문이다. 한국인이 더 똑똑하고 더 좋은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선발이 아니라 후보라는 모순이다.


    그 모순이 한국을 키우는 것이며 한국의 에너지는 사실 세계로부터 넘어오는 것이다. 그 에너지가 원래 한국 안에 없었는데 외부에서 슬금슬금 넘어왔으니 한국 안쪽만 들여다보던 지식인에게는 기절초풍할 일이요 기적이요 뜬금없는 일이요 이해불가다. 기적은 있다. 안과 밖이 맞아떨어졌을 때 위대한 도약이 일어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기도하는 자만 기적을 디자인할 수 있다.


    신은 위에 있고 인간은 아래에 있으며 천하의 만물은 마이너스라 아래로만 갈 수 있을 뿐 위로 못 간다. 위로 못 가는 인간이 위로 솟았다면 그게 기적이다. 기적은 외부의 도움에 의한 것이니 한국의 성장은 세계의 도움에 의한 것이다. 위로 올라가려면 반드시 위에서 끌어올려줘야 하니 평소 위와 사귀어둬야 하며 그래서 기도이다. 명상한다며 하루 종일 머리에 힘 주고 있어봤자 허무하다.


    이미 내가 깨달아 먹었다. 이미 해먹어 버렸기 때문에 당신의 명상은 필요 없다. 당신의 점오점수는 필요 없다. 깨달음은 지구에서 대표자 한 명만 하면 된다. 이미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는데 당신이 그것을 재탕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인류 중에 한 명만 하면 된다. 당신은 버스 운전사가 아니라 좋은 승객이 되어 팀에 들어서 묻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승객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내부를 바라보는 자는 자격이 없다. 외부로 간다며 가출해 버리는 자도 자격이 없다. 바깥으로 계속 떠돌아다니는 자는 자격이 없다. 에너지가 없다. 외부를 만나 내부로 끌어들이는 자가 진짜다. 에베레스트에 처음 가서 등정루트를 개척하는 자가 진짜다. 개척자는 한 명으로 족하다. 그 한 명을 위해 천 가지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니 기적의 형태로만 느닷없이 나타난다. 돈오돈수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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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8.04.24 (11:34:15)

김동렬님 글 더 재미있게 읽는 팁.


맨 아랫문단부터 순차적으로 위로 올리면서 읽는다.  그러면 앞말이 더더욱 궁금해지며, 

머릿속에 박하잎 향기가 마구 펼쳐진다.

[레벨:30]솔숲길

2018.04.24 (17:25:24)

앗. 저도 이 방법을 씁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cintamani

2018.04.24 (11:36:32)

오~~ 진짜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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