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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026 vote 1 2018.04.28 (15:26:29)

 

    나의 사건을 일으켜라


    인생의 답은 나다움에 있다. 당신이 무슨 결정을 하든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그것이 과연 나의 결정이냐다. 주변에서 바람을 잡는 바람에 홀려서 혹은 남들에게 등을 떠밀려 억지로 결정한 것이 아니냐다. 아기는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아기가 결정했지만, 사실은 어른들이 그렇게 길들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규정하는 요소들 대부분은 나 아닌 것에서 비롯되니 그것은 진짜 나가 아니다.


    진짜 나는 무엇인가? 나의 일관성과 연속성에 답이 있다. 내 스타일을 완성하기다. 내 안에서 작동하는 관성력이 있어야 한다. 내 안에 코어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내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소설을 쓰더라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하나로 모아주는 중심주제가 있어야 하듯이 인생에도 그것이 있어야 한다. 소년기에는 부모로부터 주어진다. 대개 나를 둘러싼 환경이 결정한다.


    가족과 가문과 국가와 민족이 나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남이다. 내 안에는 그렇게 내가 아닌 것이 상당히 들어와 있다. 나는 그것들에 휘둘린다. 에너지 문제 때문이다. 그것은 사건이다. 나는 사건에 말려들어 있다. 남들이 벌여놓은 사건에 가담해야 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나와 무관한 남의 일에 에너지를 의존하다가 엉뚱한 사건에 말려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사건이 바뀐다. 게임 체인지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전쟁에 휘말려 있기도 하고 독재에 휘말려 있기도 하다. 빈부차별, 인종차별과 성차별과 같은 사건에 휘말려 있기도 하다. 어느새 그것이 내 인생의 주제가 되어버린다. 거기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된다. 어른이면 그렇게 휩쓸려 있는 사건을 탈출하여 나의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과거라면 가문이 대를 물려가며 복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속한 몬태규 가문과 캐퓰렛 가문 사이의 대물림 복수사건이다. 게임 체인지는 그 굴레를 탈출하여 나의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소년은 가족과 집단과 국가로부터 나다움을 물려받아 한국인답게, 우리가문답게, 남자답게, 여자답게 따위로 규정되며 그것으로 나다움을 삼지만 억지다. 그 남의 답게를 추종하다가 엑스트라로 밀려서 망한다. 주연이 되려면 남의 답게를 끊어내야 한다.


    그런 답게들은 에너지를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며 작용반작용으로 놀아나는 것이며 의사결정의 동력원을 갖추지 못하고 남의 일에 말려드는 것이다. 남의 답게는 세상의 조연들에게 거듭 눈치를 준다. 주눅들게 된다. 조심스레 분위기를 파악하고 주제파악을 하고 무리의 행동에 장단을 맞춰준다. 왠지 내가 이것을 해야될 것 같다. 그렇게 전전긍긍하다가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 


    독립적으로 자기 부족을 결성하고 자신이 발명한 가치로 나다움을 조직해야 한다.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 게임 체인지다. 새로운 족보를 일구어야 한다. 자체 관성력을 조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임의 구조 안에서 탑 포지션을 차지해야 한다. 자기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나냐 남이냐 피아구분으로 가능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면 각각 몬태규 가문과 캐퓰렛 가문의 족보에 속해 있는 것이다.


    가짜 족보를 탈출하고 진짜 족보를 찾아야 한다. 진짜 부모는 신이요 진리요 역사요 문명이요 자연이요 진보다. 소년은 부모에게 복종해야 관성력이 전달된다. 그래야 가문의 일원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다르다. 결혼하고 독립하고 취업하면 가문으로부터 전달되는 관성력이 없다. 아직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 문중 모임에 나가고 동창회 따위를 열심히 찾는 바보가 더러 있지만 말이다.


    어른은 진리에 복종해야 관성력을 얻는다. 신의 편에 가담해야 살아남는다. 사회는 권력에 의해 작동한다. 권력은 거미줄처럼 정밀하게 짜여 있다. 모든 일에 전제조건이 걸려있다. 조건이 고리가 되어 엮여 있다. 그러므로 관성방향이 있다. 관성방향에 서 있어야 관성력을 전달받는다. 순방향은 흥하고 역방향은 망한다. 부모에게는 복종이라는 전제조건이 숨어 있다. 복종해야 관성력을 전달받는다.


    사건의 숨은 전제다. 가족 안에서 권력의 방향과 일치하는가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니까 하고 소년은 철없이 행동하지만, 사실은 다 조건이 있다. 아기는 미소로 엄마를 기쁘게 한다. 소년은 이유 없는 반항으로 엄마를 화나게 한다. 엄마의 조건을 어긴 것이다. 박살나는건 한순간이다. 사실은 아기 시절에 방긋방긋 웃어서 엄마의 호르몬을 끌어내는 방법으로 그 조건을 충족시켜 왔음을 깨달아야 한다.


    똥을 싸지르고도 귀여움 공격을 구사하여 엄마의 분노를 피해온 것이다. 언제나 조건이 있다. 국민의 조건을 어기고 국민의 권력을 침범한 안철수 곤란하다는 말이다. 게임 체인지다. 부모를 떠나 독립해야 한다. 작은 가족이 아니라 큰 세계에 진짜 관성력이 있다. 발견이 발명에 앞서고 발명이 상품에 앞서는게 관성력이다. 위계서열이 있다. 선점권, 기득권, 저작권, 상속권들에 관성력이 숨어 있다. 


    인권도 마찬가지다. 내가 집단을 대표할 때 집단의 진보에 따른 관성이 내게 수렴된다. 에너지 효율성에 관성력이 있다. 신의 권리를 내가 대표하는 데서 기적이 따른다. 사랑이니 행복이니 욕망이니 하는건 집단의 의지를 투사한 것이니 가짜다. 플라톤이 말하려 한 천상의 빛은 관성력이다. 이데아는 관성력이다. 자유와 평등과 정의는 집단이 과거에 벌여놓은 일의 남은 관성이다. 이미 한물갔다.


    사건을 갈아타야 한다. 그럴 때 정의와 평등과 선악들은 휴지가 된다. 어제까지 악으로 규정되었던 김정은이 선으로 탈바꿈한 것은 사건을 갈아탔기 때문이다. 3차 세계대전에서 세계평화로 사건을 갈아탔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생지옥에서 인류는 그 어떤 정의도 자유도 선도 평등도 발견할 수 없다. 인류의 하던 일이 거기서 파탄이다. 일이 깨지면 관성이 깨지고 에너지가 깨진다. 의사결정 실패다.


    모든 사물에 자체 관성이 있다. 컵에는 컵의 관성이 있으니 컵의 이데아다. 그런데 손바닥을 오므려도 컵이 된다. 컵이 따로 있겠는가? 전봇대로 이를 쑤시면 이쑤시개 아니겠는가? 아니다. 이데아는 있다. 관성의 형태로 있다. 손을 오므려서 컵모양으로 만들기보다 쓰던 컵을 반복해 쓰는게 더 효율적이다. 전봇대로 이를 쑤셔봤자 에너지 효율성이 마이너스다. 깨진 전봇대값 한전에 물어줘야 한다.


    하나의 컵을 반복하여 쓰는데 에너지 효율성이 있으니 그것이 컵의 이데아다. 사건은 컵에 의해 반복된다. 마찬가지로 남북한의 화해는 또 다른 나라들의 화해로 복제된다. 인류는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남북이 화해해야 세계가 화해한다. 그 전제조건들로 이루어진 연쇄고리의 정점에 신이 있으니 신을 쓰는게 효율적이다. 신으로부터 연역되는 진짜 족보를 찾아야 게임 체인지가 가능하다.


    비로소 자기 사건을 연출할 수 있다. 기승전결의 기에 설 수 있다. 무신론자들은 족보가 없으므로 공허하다. 연결되지 않는다. 복제되지 않는다. 각각 따로 논다.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디’와 같다. 뭔가 반대하고 미워하며 타인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만 에너지를 조달한다. 이명박근혜 반대는 잘하는데 김대중 문재인 노무현 지지는 못한다는게 무신론자의 맹점이다. 왜? 에너지가 없어서 못 하는 것이다.


    왜? 족보가 없어서 에너지가 없는 것이다. 모계사회 부족민 남자들이 무기력한 이유는 족보가 없어서다. 중국 운남성 나시족 남자들은 서, 화, 연, 주, 차, 기, 금이라 해서 일곱 가지 일을 하는데 글쓰기, 그림 그리기, 담배 피우기, 술 마시기, 차 마시기, 바둑 두기, 악기연주가 그것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임무를 발견하지 못해서 못하는 것이다. 사실은 관성력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권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신이 상속받은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다르다. 이명박근혜를 쳐내기도 하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지지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의사결정권이 있다. 왜? 우리는 신으로부터 주어지는 족보와 그에 따른 지분이 있으니까. 에너지가 있고 관성력이 있으니까. 족보가 있다는 것은 후손이 있다는 것이다. 아들과 딸이 있어 에너지 흐름이 이어진다.


    무신론자들은 부모가 없으므로 자식도 없다. 족보가 없으므로 연결고리가 없다. 기승전결로 이어가는 사건의 연쇄고리가 없다. 일의 다음 단계가 없다. 비전이 없다. 이것을 한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다. 신의 이데아로부터 연역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이상주의가 없는 거다. 물려줄 것이 없으므로 후배가 없고 후배가 없으므로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니 일어난 사건에만 대응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명박근혜 타도는 제법 하는데 문재인 지지는 못한다. 그들은 반쪽짜리 고장난 존재들이다. 인간은 관성력으로 사는 것이며 관성은 반드시 집단에서 오는 것이다. 천하에서 내게로 온다. 전체에서 부분으로 온다. 이미 만들어진 부모의 관성력을 빼먹는 것은 소년기로 끝내고 자기만의 관성을 발명해야 하며 그것은 신과의 접속에서 얻어진다. 신의 관성을 빼먹을 때 기적은 일어난다.


    내가 신의 입장을 대표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뇌좌파들이 끝내 노무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노무현이 무엇을 대표하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자기 개인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대중을 대표한다. 신과 접속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기도다. 신을 대표할 때 신의 에너지로 성공하는 것이 기적이다. 나의 힘이 아니라 자연과 문명과 역사와 진리의 진보하는 관성력을 빼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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