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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556 vote 0 2017.07.08 (12:58:13)

     

    구조론의 해법은?


    언제나 그렇듯이 딜레마다. 화장실에 빠진 개를 구하려고 손을 내밀었더니 개가 손을 물려고 한다. 구해주지 못한다. 어리석은 개를 나무라겠는가? 개가 제힘으로 나오도록 사다리를 걸쳐주고 피해야 한다. 그래도 못 나오면? 답이 없다. 모든 문제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인류학에 답이 있다. 비루테 갈디카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할 때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부족민을 도와서 계몽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무력으로 개입하여 성공한 나라가 딱 한 국가 있는데 그게 대한민국이다. 미국이 선의로 개입해도 대개 나쁜 결과가 나왔다.


    미국은 화장실에 빠진 개를 구하려다가 손을 물린 것이다. 개를 탓하면 안 된다. 치밀한 전략을 들고 가야 한다. 우리는 일본을 침략자로 규정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도움 주겠다고 손을 내민 순진한 일본인들도 많았다. 빵을 주기보다는 빵 굽는 기술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았다.


    일본인 교사들은 조선인 제자들에게 기술을 배우라고 충고했지만, 조선인들은 죽어보자고 말을 안 듣는다. ‘역시 조선놈들은 안돼! 꼴에 양반이라고 깝치는구만. 주제넘게 말이다.’ 이렇게 된 것이다. 일본 선생이 물었다. ‘너희들 나중에 뭐가 될래? ’ 싹수가 있어 보이는 제자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철학자요.’


    일본 선생 벙찌는 거다. 당장 밥걱정부터 해야 하는 가난뱅이 조선인 주제에 감히 철학을 들먹여? 아주 배때기가 불렀구만. 뭐 시인이 되겠다고? 뭐 소설가가 되겠다고? 이것들이 간에 헛바람이 단단히 들었구만. 심지어 일본 천황이 되겠다고 선언하여 경찰의 수사를 받은 조선인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기도 안 차는 거다. 일본인은 조선을 이해 못 했다. 유시민이 노무현을 절대 이해 못 하는 것과 같다. 거대한 소통의 장벽이 있다. 우리는 결코 부족민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이지 조선에 필요했던 것은 빵이 아니고 빵 굽는 기술도 아니고 철학자와 시인과 소설가였다. 


    왜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개화한 필리핀과 이디오피아와 그리스와 아랍과 인도는 아직도 저러고 있는가? 빵이 부족해서? 빵 굽는 기술이 없어서? 아니다. 철학과 철학자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한국은? 한국은 그나마 유교사상이 있다. 유교라는 게 간단히 말하면 집단 내부서열 정하는 규칙이다. 


    보통 개들은 서열싸움 하다가 망한다. 재래식 화장실에 빠진 개가 건져주겠다는 사람을 물려는 이유는 역시 둘 사이에 서열정리가 안 되어서다. 신뢰관계가 없는 것이다. 일본이 조선에 하급기술은 전할 수 있지만, 신뢰의 체계는 세팅해주지 못한다. 무사도로 미는 일본의 신뢰체계가 더 낮기 때문이다.


    이디오피아는 300년 전에 개화했지만, 서열정리가 안 되어서 아직도 내부 서열싸움이 진행 중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철학이 중요하고 시인과 소설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인류학을 공부한 비루테 갈디카스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오랑우탄을 연구하러 정글에 들어갔다. 돕겠다는 현지인이 등장한다. 


    사업 좀 해보려고 하면 족장이 나타나서 틀어버린다. 먼저 그 족장과 교섭해야 한다. 그 족장과 교섭이 끝나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면 다른 족장이 뜬다. 아까 그 족장은 가짜 족장이고 내가 진짜 족장이걸랑요. 이게 끝없이 되풀이된다. 왜? 원래 부족민에게는 족장이 없다. 인디언에게는 추장이 없다. 


    다 백인의 환상이다. 족장이 있으면 벌써 선진국이 되었지 아직 그러고 있겠는가? 부족민에게 족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어떻게? 내 스스로 권위를 세워야 한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대단한 사람인 양 행세하여 부족민의 존경을 받았다. 부족민이 비루테 갈디카스를 신처럼 섬겼다. 족장이 되었다.


    이걸로 백인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미개한 부족민을 속여서 왕노릇 하고 있다는 오해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왜 그렇게 했을까? 내가 권위를 세워야 부족민도 권위를 세운다. 맞대응을 한다. 내가 스스로 높여야 부족민도 스스로를 높여서 내부질서를 만든다. 비로소 시스템이 작동한다.


    내가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하면 부족민도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의사결정을 못한다. 왜? 부족민은 학교를 안 다녔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학교를 다닌 사람만 되는 것이다. 갈디카스가 대단한 사람인 양 권위를 세웠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글의 부족민은 자기네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갈디카스가 목에 힘을 주니 그들도 목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해결이 된 것이다. 이 절차는 꽤나 번거롭고 복잡한 것이어서 이런 절차 닦는 데만 수년이 걸리지만,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한다. 분명한 파트너를 만들어야 한다. 파트너에게 권세를 줘야 한다. 상징물을 주면 된다. 이는 물리적인 건설과정이다.


   민주당의 집권도 지자체 승리와 총선승리라는 2단계의 물리적 절차를 거쳐서 100만 문빠 창출로 된 거지 그냥 된 게 아니다. 어떤 대상을 통제한다는 것은 그러한 내부절차를 닦는다는 것이다. 빵을 주면 안 되고 빵 굽는 기술을 줘도 안 되고 내부질서를 만들어줘야 하며 그 과정은 어렵고 복잡하다. 


    철학자가 먼저 들어가야 한다. 보통 선교사가 먼저 들어가는 게 같은 원리다. 선교사의 방법이 중국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기독교 철학이 유교 철학보다 낮기 때문이다. 일본의 무사도가 조선의 선비도보다 낮기 때문에 먹히지 않는다. 중일전쟁에 이어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조선인들은 태도를 바꾸었다.


    중국과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는 형님아우 하는 내부질서가 있고 일본과 중국에는 그것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무기력하던 조선인들이 갑자기 의욕이 충만해서 산업화에 나서고 기술을 배우려 들었다. 먼저 세계전략이 나와줘야 거기서 대한민국의 독립전략이 나와준다.


    그다음에 기술도 배우고 하는 것이다. 전망이 보여야 움직이는 게 인간이다. 철학과 종교가 그 역할을 한다. 부족민은 종교가 원시적이라서 먹히지 않으며 한경오는 철학이 개판이라서 먹히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전망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없다. 그들의 전망은 원래 사회주의 혁명전략이었는데 망했다.


    고르바초프 때문이다. 그다음은 남북통일 전망이었는데 망했다.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전망이 없다. 정의당은 비정규직, 양성평등, 성소수자 세 가지 이슈를 주장하는데 약하다. 그것은 내부용이고 전망은 반드시 세계전략에서 나와주어야 한다. 종교도 세계종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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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부족민들이 비루테 갈디카스에게 협력한 것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언제라도 세계가 아니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88년 올림픽이 전두환 노태우의 무덤이 된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세계를 끌어들였을 때 군사독재는 끝장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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