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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909 vote 0 2015.07.16 (19:07:32)

       

    문명의 대결


    의사결정은 내적인 균일성을 담보한 집단 내에서 일어난다. 집단의 자원을 균일하게 하는 것은 미학이다. 구체적으로는 종교, 이념, 관습, 문화, 가치관들이다. 미학은 국경과 민족과 피부색을 넘어 서로 소통하게 한다. 미학적 균일성은 단지 생각과 가치관이 같다는게 아니다.


    외부를 끌어들여 내부를 친다는 의미에서의 균일성이다. 그러므로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대표자와 수준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그 정보가 집단 내부에 전파될 수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적군이 쳐들어올 수도 있고 유행이 들어올 수도 있다.


    어떤 이유로 스마트폰과 같은 외부의 새로운 것이 집단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거나 혹은 들어와도 전파되지 않는다면 균일성을 담보한 집단이 아니다. 이는 미학의 실패이며 그 집단은 깨진다. 미학이 집단의 의사결정 난맥상을 극복하고 딜을 성공시켜 게임의 주도권을 쥐게 한다.


    의사결정은 대등한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선택을 기다리는 둘과 선택하는 하나로 3자가 대립하는 구도를 갖추어야 한다. 만약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의사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일방적으로 침략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명은 저절로 3자병립구도를 찾아간다.


    헌팅턴의 유명한 ‘문명의 충돌’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념의 종말시대에 7~8개쯤 되는 지구촌 문명들에서 특히 이슬람권과 유교권이 연대하여 기독교권과 대결하는 전개를 그린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예측이기도 하다. 냉전시대에도 비동맹까지 3자병립구도였다.


    지금은 이념이 죽은 시대이다. 구심점을 잃은 이슬람권은 붕괴되고 있다. 분열되었던 유교권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 EU의 붕괴조짐과 그리스의 저항에서 보듯이 죽은 이념이 되살아날 기미도 있다. 이스라엘의 살인, 911사태, IS의 준동에서 보듯 이슬람권과 기독교의 갈등도 계속된다.


    이념시대의 붕괴한 구심력과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여러 원심력이 뒤섞여서 복잡한 양상을 띠면서도 ‘원형이정’의 법칙에 따라 차차 3자병립체제로 정돈된다. 이념이 죽으면 남는건 종교다. 삼국지의 천하삼분지계를 떠올릴 법 하다. 구조론의 축과 날개가 천칭저울을 이룬다.


    이는 표피의 현상일 뿐 본질에서 문명은 일원론적이다. 문명은 하나의 구심을 가진다. 단 서구 기독교문명의 퇴조가 낳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의사결정은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구촌 문명은 결국 하나를 선택한다. 삼국지도 끝나고 진의 사마씨에 의해 대륙은 하나로 통일된다.


    로마의 3두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므로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 유교권의 가세로 나타나는 현재의 솥발구조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문명은 본질에서 이러한 솥발구조를 지향하는 속성이 있다. 한국정치 역시 호남과 영남의 대립에 충청권이 균형자 역할을 한다.


    구조론으로 보면 삼분지계에서 축을 잡는 자가 이긴다. 그리고 그 축을 움직여야 한다. 축을 움직인다는 것은 종교개혁을 한다는 말이다. 종교개혁을 가장 먼저 한 곳은 아랍이다. 그들은 7세기에 종교개혁을 했다. 문명의 중심은 아랍으로 옮겨가고 기독교권은 오랫동안 암흑시대였다.


    이후 기독교의 종교개혁으로 반전되었다. 기독교권이 치고 올라오자 유교권도 종교개혁을 했다. 유교는 반은 종교이고 반은 학문이므로 개혁하기가 쉽다. 그러나 유교권의 본질은 살아있다. 미학은 살아있다. 유교권이 다시 저울의 축을 잡으려는 형세다. 왜인가? 국경과 피부색 때문이다.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하는 제 요소들은 동시에 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종교, 이념, 관습, 문화, 가치관이 국경을 넘어 소통하게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방해한다. 지금 EU의 혼선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르만권과 라틴권은 다른 문명의 씨앗이 교배하여 피워낸 꽃이다. 뿌리가 다르다.


    의사결정방식에 차이가 있다. 독일인들은 원래 말을 거칠게 한다. 메르켈이 독한 모습을 보였다면 사실은 쫄아 있는 것이다. 라틴인들은 그걸 모른다. 오히려 푸틴이 나서서 중재를 해줘야 할 판이다. 같은 기독교권에서도 이토록 의사결정의 난맥상을 일으키는 판이다. 그래서 미학이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그림, 새로운 소설은 그러한 방해물을 극복한다. 일본을 싫어하는 한국인들이 일본소설을 읽고 일본만화를 보는것처럼 말이다. 반일을 외치면서 일본 야동을 보는 인간들 말이다. 미학은 국경을 넘는 힘이 있다. 한자문화권의 미학은 주역과 중용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의 선종불교는 달라이라마를 믿는 티벳불교와 미학이 다르다. 종교는 같은데 체질이 다르다. 겉으로는 교류하지만 사실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한국인에게 환생을 강조하는 달라이라마는 인기가 없다. 한국불교는 주역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도 마찬가지다.


    도교와 불교의 핵심사상은 주역과 중용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주역의 핵심 포인트는 선천후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선천은 체體와 용用개념으로 발전한다. 수레바퀴의 코어가 체, 바퀴살이 용이다. 천도天道와 인도人道 버전도 있고, 이기理氣버전도 있다. 이기이원론에서 이기일원론으로 발전해간다.


    이들은 모두 인과율을 해석하고 있다. 서양의 인과율이 과학적 증명이라는 용도가 있다면 동양의 인과율은 점을 쳐서 미래를 예측하는 용도를 가진다. 일정한 조건에서 그 예측은 맞다. 제로섬 게임과 같다. 둘이 토대를 공유하며 대칭된 상태에서 이쪽의 마이너스는 저쪽의 플러스다.


    밀실살인과 같다.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면 범인은 그 안에 있다. 이는 서구의 인과율과 다르고 불교의 연기법과도 다르다.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고 사건을 추리할 수도 있다. 닫힌계와 토대의 공유라는 조건이 지켜질 때 주역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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