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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901 vote 0 2015.07.10 (12:01:36)

     

    역학과 미학


    학문은 역학과 미학으로 나눌 수 있다. 인문계와 이공계로 나누고,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나누지만 어수선하다. 인문학 붐은 대기업 중심으로 나온다는데, 반은 허상이다. ‘인구론’이라 해서 ‘인문계 9할이 논다’는 말까지 있다. 그런데 왜 대기업에서는 뜬금없는 인문학타령이냐고.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이공계 출신이 지배한다. 이게 좋은 소식일까? 박근혜도 이공계 출신이라 생각이 다른 사람과 의견조율을 못한다. 이공계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90년대 이후 잘 나가던 일본기업이 망조가 든 것은 기술자들의 발언권이 너무 커져서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그 분야의 천하명장으로 여기는 고집통 장인들이 대기업 이사로 출세해서 절대 타협불가를 외치기 때문이라고. 박근혜 짓이다. 인문계는 어차피 아는게 없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타협해야 한다. 이공계 기피설과 인문계 망조설이 공존하는데 어느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문과니 이과니 하는건 취업시장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학문에 원래 문과 이과 구분이 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형이상학이니 형이하학이니 하는 구분도 아리송하다. 답은 의사결정이다. 의사결정의 원리는 이렇다. 첫째 둘을 취한다. 둘째 그 중의 하나를 버린다. 결정 끝.


    중요한건 이 둘이 하나의 연속적인 전개라는 것이다. 둘을 모으는건 인문계고 하나를 버리는건 이공계다. 모으려면 돌아다니면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잘 보여야 한다. 버리는건 쉽다. 단 그러다가 고집통이 된다. 미학과 역학으로 구분해야 한다. 미학은 모으고 역학은 버린다.


    모든 것은 의사결정 하나로 수렴된다. 그것이 학문이다. 학문은 미학과 역학으로 대별되며 둘은 하나의 연속적 과정이다. 모은 다음 버린다. 일단 여럿을 수집한 다음 한 개를 채택하고 나머지를 버려야 한다. 그 채택될 하나만 챙기면 되지 않느냐고? 그게 아니라는게 문제이다.


    반드시 둘을 모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학을 통과하지 않은 역학은 실패다. 미학은 수평적인 팀웍만들기, 역학은 수직적인 지배다. 일본과 독일의 특징은 수직적인 지배에 강하고 수평적 팀웍이 약하다는 거다. 물론 그들도 좋은 팀을 만들지만 위에 시키는 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 독일이 하고 있는 짓만 봐도 알 수 있다. 자기들은 무수히 부채를 탕감받고 그리스는 조지려 한다. 독일은 19세기부터 여러차례 탕감받았다. 그리스와 독일은 수평적 관계인데 독일은 그걸 인정못하는 거다. 미국이 독일에 사인 주면 바로 행동한다. 지금 오바마가 잘못한다.


    독일과 일본은 미국을 형님으로 모시는데 위에서 수직적으로 명령이 내려와야만 움직이는 애들이다. 아베와 박근혜의 신경전도 그렇다. 아베생각은 ‘일본이 형님이고 한국이 아우인데 아우가 왜 개기냐’ 이런 거다. 한국과 일본을 대등한 수평적 관계로 인식하는 뇌구조가 없다.


    어떤 것이든 그렇다. 자신이 옳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보여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스는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굴욕적인 타협으로 비치지 않도록 포장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독일놈들은 인문계를 안 다녀서 이걸 이해를 못한다. 당연히 굴욕적인 타협을 요구한다.


    일본이 패망할 때 그들은 맥아더에게 엎드려서 굴욕적인 타협을 했다. 문제는 그것이 굴욕적인 타협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왜? 미국과 일본 사이에 상하관계가 확인되었으므로 미국형님을 오야붕으로 모시는건 전혀 굴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미국이 오해한 것이다.


    일본의 1억 총옥쇄 주장은 싸우겠다는게 아니고 ‘항복하면 형님해주냐?’ 이런 거였다. 원래 일본이나 독일의 뇌구조는 대등한 수평관계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수직구조를 편안해 한다.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가 사인을 보내도 읽지를 못하고 딴소리다.


    미국인은 깜짝 놀랐다. 항복한 일본인들이 비분강개하기는커녕 매우 편안해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인들은 잃었던 아버지를 찾은 듯 만족해했다. 서열정리가 끝난 강아지들처럼 그들은 항복이 행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베는 지금 다시 한국에다 서열정리를 요구하고 있다.


    학문은 미학과 역학으로 대별된다. 미학에는 종교, 이념, 철학, 예술, 윤리, 디자인, 문화, 풍속 등 다양한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서로 합을 맞춰보는 수단들이 망라된다. 특히 종교와 이념이 중요하다. 지금 좀 사는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는 종교와 이념의 차이만 존재한다.


    그리스와 러시아는 그리스 정교회 소속이다. 종교가 같으니 생각도 비슷하다. 아랍이 낙후한 것도 종교 때문이다. 라마단을 버리지 않고는 힘들다.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인도의 카스트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동북아의 부흥은 유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선종불교 미학도 중요하다.


    어떤 종교와 이념을 가지느냐, 구체적으로는 철학과 예술과 윤리와 문화와 풍속을 가지느냐에서 문명의 수준은 대거 결정된다. 그 다음은 지정학적 구조다. 먼저 미학이 에너지를 모으고 정치적 구조가 핵을 결정한다. 그 정치는 외교에서 판명되고 그 외교는 지정학적 위치가 결정한다.


    한국의 외교는 한반도의 위치가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이 프랑스와 친하려 해도 일단 거리가 멀다. 셋째는 내부적인 동원력이다. 내부에 차별이 있으면 동원되지 않는다. 여자는 빼고, 흑인은 빼고, 조선족은 빼고 하면서 빼기 시작하면 동원될 인간이 없다. 그 문명은 반드시 망한다.


    넷째가 이동기술이다. 이동의 편의다. 중국은 인터넷이 상당히 막혀있다. 자유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 일본은 한국인에 비해 덜 돌아다닌다. 여행을 많이 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여야 수평적 팀구조의 세팅이 가능하다. 그리스의 실패는 가족끼리 회사하기 때문이다.


    다섯째가 경제력과 인구다. 잘 사는 나라가 잘 산다. 결론은? 다윈의 진화론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구조론은 문명이 진화하는게 아니라 복제한다고 주장한다. 이 다섯가지 조건 중에 하나가 빠지면 문명은 망한다. 갖출 것을 갖추는 것이 미학이고 갖춘 다음 실행하는건 역학이다.


    문명은 복제한다. 단 포지션 중에 하나가 비면 복제하지 못한다. 조건이 갖추어지면 순식간에 진보하고 조건이 안 되면 절대로 안 된다. 아랍이나 인도는 종교와 이념에 막혀서 안 된다. 인도가 좀 되는 것도 구자라트의 시크교도가 그나마 개방적인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이 좀 된 것도 과거 사회주의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는 간단하다. 석유를 나눠쓰면 사회주의다. 사회주의가 망하자 석유를 독점하게 되었고 곧 멸망코스로 진입한 것이다. 다윈주의를 버려야 한다. 생물은 진화하나 문명은 복제한다. 포지션을 갖추면 순식간이 발전한다.


    ◎ 미학 – 종교, 이념, 윤리, 문화, 풍속, 디자인 등 인문적 요소.
    ◎ 지리 – 지정학적 위치, 외교력, 정치적 지배구조.
    ◎ 동원 – 내부에서 일체의 차별을 극복하는 구조.
    ◎ 이동 – 자유, 여행, 통신, 등 일체의 왕래
    ◎ 산업 – 인구와 돈, 영토, 자원 등 가진 것.


    미학은 에너지를 주고 국경을 넘어 타자와 손잡게 한다. 국가간 빈부차는 대개 종교와 이념 때문이다. 지리는 다른 나라와 손잡게 하고 정치적 지배를 달성한다. 그리스는 국토가 쪼개져 있어 정치적 지배가 어렵다. 지나치게 지방분권화 되어 있다. 일본도 국토가 좀 찢어져 있다.


    식민사관은 다윈주의를 변형시킨 인종주의 역사관의 한계다. 인종주의는 버려졌지만 그 인종주의 아이디어를 공급한 다윈주의를 버리지 않았으므로 식민사관은 독초처럼 살아남는 것이다. 문명은 진화가 아니라 복제라는 본질을 알아야 하며 그 복제는 미학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다.


    일단 미학으로 갖출 팀을 꾸리면 그 다음은 역학으로 진도를 빼는 것이며 이는 상하간에 친한 독일과 일본의 장점이다. 모르는 사람과 친해야 미학이다. 그러려면 예절을 알아야 하고 표정이 예뻐야 한다. 그래서 미학이다. 종교든 이념이든 결국 미학적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DSC01488.JPG


    미학에서 에너지를 얻고, 지리에서 자리를 잡고, 동원력에서 힘을 모으면 됩니다. 미학은 종교와 이념, 문화에서 이웃과 힘을 합칠 수 있는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며, 지리는 중앙집권으로 의사결정의 핵을 결정하는 것이며, 동원은 일체의 차별이 없이 가진 역량의 백퍼센트를 빼먹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밖으로 잘 돌아다니면 만사형통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마중물로 쓰게 원래 가진게 좀 있어야 합니다. 이 다섯이 갖추어지면 문명은 비약하고 하나가 빠지면 쓰러집니다. 점진적 발달은 없습니다.  


[레벨:12]김대성

2015.07.11 (23:45:10)

역학은 힘의 학문이고, 미학은 학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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