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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607 vote 0 2009.08.06 (00:43:46)

구조론적 사고법

구조론은 소싯적 필자의 ‘언어’에 대한 관심에서 나왔다. 꼬맹이시절 어깃장을 잘 놓아서 ‘어김쟁이’로 불렸다. 짐짓 딴전을 피우고 말귀를 못알아들은척 하며 언어의 의미를 내 방식대로 해석해 버리는 거다.

어떻게든 어깃장을 놓으려고 기를 쓰다가 ‘어깃장 놓는 공식’을 연구하였는데 거기서 구조론이 나왔다. 어깃장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패턴을 수집하다보니 패턴의 패턴이 또 있음을 알게 된다.

패턴의 패턴의 패턴이 또 있더라. 이렇게 단계적으로 패턴을 쌓아가다보니 언어의 구조가 드러났다. “뭐하니?:” “뭐 한다.” “뭐 한다고?” “뭐를 ‘하느냐’고 물었으니까 ‘한다’고 대답한거야. 틀렸어?”

이런 식이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진지하게 말씨름을 했다. 그것은 언어를 해체하는 것이었다. 언어 안의 숨은 구조에 매력을 느꼈다. 그것을 비틀고 장난치다 보니 그 끝단이 궁금해진 거다.

어렸을 적 꿈은 누구나 그렇듯이 과학자였다. ‘과학자=발명가’로 알고 있었다. 어지간한건 남들이 다 발명해 버리고 남은게 없더라. 발명할게 없어서 나는 이상사회를 발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종교와 미신을 배척하면 이상사회가 된다. 그것이 진보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났다. 사회를 과학화 하기로 한 김에 또 언어도 과학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했다.

철학은 언어를 과학화, 수학화, 정량화 하는 거다. 거기서 합리주의를 유도하는 거다. 수학은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언어는 단어의 의미를 수학처럼 기계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숫자 1은 언제나 1의 자리를 지켜주지만 사랑은 언제나 사랑의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변덕스럽다. 언어는 계량화 할 수 없으므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서 얻어지는 맥락이 중요하다.

수학화 한다는 것은 포지션을 지정한다는 거다. 숫자 1에서 1이 나타내는 것은 포지션이다. 1은 첫번째 자리다. 포지션은 자리정하기다. 언어는 포지션이 수시로 바뀌므로 맥락을 따라 이해해야 한다.

특정 단어 하나에는 고착된 자리가 없지만 묻고 답하고 하며 말을 이어가는 맥락에는 확실히 자리가 있다. 포지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포지션이 바뀌면 바뀌었다고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된다.

맥락이 변해가는 족보가 있다. 족보를 추적하면 된다. 그것은 관계다. 관계는 세팅된다. 포지션별로 짝을 지어서 세트를 만들면 된다. 사랑은 여러 의미로 쓰이지만 구조론을 적용하면 의미가 고정된다.

질≫입자≫힘≫운동≫량 전개에 따라 존엄≫자유≫사랑≫성취≫행복을 한 줄에 꿰면 사랑의 의미가 고착된다. 사랑은 여럿이지만 이러한 구조의 전개에서 세번째 오는 사랑은 딱 하나다.

자유에서 유래한 사랑, 성취를 낳는 사랑은 하나다. 행복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성취 다음의 행복은 하나다. 존엄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자유를 품는 존엄은 하나다. 포지션을 추적하면 의미가 확정된다.

여기서 존엄은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 된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인간이 그룹을 만들고 리니지를 따라가며 가치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개나 돼지보다 가치있는 이유는 인간전체의 가치를 투사하기 때문이다.

역사전체의 가치를 합치기 때문이다. 개인을 인류전체, 역사전체의 대표자로 보기 때문이다. 개나 돼지는 모든 돼지, 모든 개의 대표자가 아니다. 어제 돼지와 오늘 돼지의 차이는 없다.

어제 인간과 오늘 인간은 다르다. 어제 인간은 아날로그 인간이고 오늘 인간은 디지털 인간이다. 완전히 다르다. 거기서 인간의 존엄성 개념이 나오고 인권개념이 유도된다. 유도하는 절차가 있다.

천부인권이라 해서 문득 하늘이 내려주는게 아니다. 패스를 주고받다 보면 공에서 가까운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 자연권이다. 사상가의 논쟁으로 결판낼 일이 아니고 정치가의 선언으로 확정될 일 아니다.

포지션을 부여하면 저절로 된다. 시합을 진행하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아홉살쯤에 얻었다. 사회를 과학화하고 언어를 수학화 한다. 공식을 찾아낸다. 그러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단어를 명확히 정의한다. 개별 단어에 의미를 고착시킬 수 없으므로 맥락을 활용한다. 구조를 찾아낸다. 문장 안에 숨은 방정식을 찾아낸다. 방정식은 별게 아니고 그냥 미지수가 두 개면 방정식이다.

하나는 작용이고 하나는 반작용이다. A면 B다. 이게 이렇게 되면 저건 저렇게 된다는 거다. 단어의 의미는 변하지만 짝짓기의 룰은 변하지 않는다. 짝지으려면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는데 에너지가 소용된다.

에너지를 조달하려면 효율성을 끌어내야 하고 효율성은 가장 빠른길에서 얻어지며 서울에서 부산은 모로가도 되지만 가장 빨리 가는 길은 비행기타고 가는 길 하나다. 명백히 확정된다. 유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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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대 여자들 패션은 확실히 10년 전과 다르다. 70년대라면 남자와 경쟁하는 캐리어우먼의 권위주의 패션이라 할 수 있다. 넥타이 맨 여자 느낌을 준다. 그때는 도도한 정장차림이 인기있었다.

요즘 20대 여성은 남자와 경쟁하지 않는다. 인터넷 덕분이다. 인터넷 분야는 남자 특유의 완력이나 남자끼리 술먹고 어깨동무하는 식의 친화관계가 필요하지 않다. 센스만 있으면 된다. 센스는 여성이 낫다.

요즘 20대 여성 패션은 전문직의 자부심이 반영된 탈권위주의 패션이다. 이런 경향을 만들어낸 것은 어떤 뛰어난 디자이너가 아니다. 여성들의 IT업종 취업이 만들어낸 사회학적 현상이다.

짝이 있고 짝짓기 공식을 따라가면 구조가 드러난다. 취업한다는 것은 짝을 짓는다는 것이다. 사회 안에서 자기 포지션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속일수 없는 구조가 드러난다. 그 안에 과학이 있다.

모든 짝이 있는 것은 속일 수 없다. 알리는 포먼이라는 짝에 의해서 검증되고 효도르는 크로캅이라는 짝에 의해서 검증된다. 사와 동사, 주어와 술어, 전제와 진술, 근거와 주장, 존재와 인식의 짝을 추적하면 다 드러난다.

http://gujor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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