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S급 인재가 드물까? 성급한 나무배트 도입 때문에 한국 아마야구가 망했다는 설이 있다. 홈런타자가 되려면 애초부터 홈런스윙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나무배트로 홈런을 칠 수는 없다. 홈런스윙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다들 똑딱이 타자가 되었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감독이 애들을 그렇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업계에 특급인재가 없는 이유는 애초부터 특급인재로 키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있다. 한강에서는 결코 용이 나지 않는다. 개천은 작은 시골마을이다. 작은 동네라서 왕잡기 쉽다. 또래들 10여명만 제압하면 제법 목에 힘 줄 수 있다. 오만해질 수 있다. 촌동네에서 오만하게 왕노릇 하던 녀석이 커서 나라의 왕이 된다. 애초에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 처음부터 전체를 상대할 수 없으므로 처음에는 작은 전체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래서 개천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적당한 때에 모내기를 하듯이 큰 세계로 이식해야 한다. 양자도약을 연상할 수 있다. 점진적인 개혁은 없다. 단 번에 층위를 바꾸어 올라서야 한다. 애초에 왕자로 태어나야 한다. 처음부터 알루미늄 방망이로 홈런을 쳐봐야 한다. 역대 대통령이 거제도>하의도>김해>포항으로 바닷가나 근혜집 같은 고립된 지역에서 나는 이유가 있다. 좁은 바닥에서 왕잡기가 쉽기 때문이다. 애초에 왕자로 태어나야 한다. 석가는 왕자였기 때문에 깨달았고, 혜능은 촌놈이었기 때문에 깨달았다. 인재는 개천에서 나는게 맞다. 문제는 요즘 들어서 점차 개천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형제 중에는 장남보다 차남이나 삼남이 큰 인재로 될 확률이 높다. 스티브 잡스처럼 입양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문을 지켜야 하는 장남보다 차남이 부담없이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만해야 한다. 겸손을 미덕이라고 하는 사회에는 인재가 없다. 기껏해야 7급 공무원이나 된다. 오만한 왕자가 왕되거나 오만한 촌놈이 왕된다. 신과 맞장을 뜨는 오만을 길러야 한다. 엊그제 아트포트님 기획으로 대학을 막 졸업하고, 순수예술을 하는 초보 예술가들과 대화해 보았다. 애초에 무리학 기획이긴 했지만, 그 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구조론연구소에는 원래 예술가들이 많다. 지금까지 필자가 만난 사람 다 더하면 삼십여명은 넘는다. 그분들을 만나고 든 생각은 대체로 약하다는 거다. 나이브하다는건데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다 그렇지는 않다. 눈빛이 매서운 사람도 있었고, 성깔이 더러운 사람도 있었다. 상당한 성취를 이룬 분들도 있다. 엊그제 만난 분들은 약한 분들이었다. 예술가라면 원래 성질 더러운줄 알았는데. 무엇인가? 고딩때 배운 광염소나타라든가, 광화사라든가 그런 분위기 말이다. 개천에서 굴러먹던 분들은 아니고 도시의 순치된, 길들여진, 야성미가 없는 분들이었다. 여성들이라서 그런지도. 그분들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든가, 나의 느낌은 이렇다든가 하고 나를 내세우고 있었다. 곤란하다. 물어보지 않은 나의 느낌 곤란하다. 왕자는 나를 앞세우지 않는다. 왕국을 나에 앞세운다. ‘나의 느낌’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회가 강요한, 혹은 미술선생이 가두어놓은, 교수들이 억압한, 사회가 요구한 것이다. 착각하지 말라. 나의 생각은 결코 나의 생각이 아니다. 나의 강박증이다. 그분들은 ‘나는 이것이 좋다.’ 고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분은 거기에 강박증이 있었고 그 강박증은 부모와 선배와 선생님과 사회가 억압한 것이었다. 풍선을 분다면 어떨까? 풍선이 터질듯하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풍선이 최대한 팽창했을 때의 아슬아슬한 느낌. 거기서 무언가 느낌을 발견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과단성있게 그것을 터뜨려 버려야 한다. 그 풍선을 빵 터뜨리지 못하면 작가는 될 수 없다. 어쨌든 예술가로 되기 전에 먼저 심리학상담이 필요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었다. 답답한 세계에 갇혀있다는 느낌. 새장을 탈출하지 못한 새.
인류의 대표자 마음으로 신과 맞장뜨지 않으면 안 된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은 나의 느낌 때문이 아니다. 그곳이 가장 높기 때문에 그곳을 오르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에고’를 내세우고 자아를 언급하면 곤란하다. 나를 배제하는 데서 예술은 시작되어야 한다. 추사는 돌의 느낌을 연구해서 추사체를 만들었다. 붓글씨는 원래 돌을 쪼아서 쓰든 전서체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것은 내마음대로 하는게 아니고 돌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예술의 출발점은 과학적 발견이다. 내 마음이 아니고 과학마음대로다. 70억 인류 중에서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형태, 나만이 알고 있는 질감, 나만이 알고 있는 선, 나만이 알고 있는 빛깔! 나만이 알고 있는 존재의 위태로움을 포착하면 비로소 발언권이 얻어진다. 대칭성과 긴장감을 발견하면 마이크 잡는 거다. 예술은 사회적인 발언권을 얻은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다. 고흐는 화가가 된 다음에 그림을 배웠다. 그림을 배워서 화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자기만의 무언가를 보고 난 다음에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뒤늦게 그림을 배운다. 그래야 진짜다. 화가니까 그리는게 아니고 그려야 하니까 화가로 되는 거다. 화가가 되기 전에 먼저 발언권을 얻었는가? 화가로 되었는가? 등용문을 올랐는가? 70억 인류 중에서 오직 자기만이 본 지점이 있는가? 개천에서 용이 나왔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그림은 그 다음이다. 직선만 3년을 긋고 그 다음에 곡선 들어가야 한다. 그림을 색으로 꽉 채우고 그 다음에 여백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곡선 긋거나 처음부터 그림에 여백이 있으면 꽝이다. 공간을 꽉 채우고 난 다음에 동세를 발견해야 한다. 그림은 텅 빈 캔버스에 뭔가를 옮겨넣는 일이 아니다. 이삿짐 센터냐? 꽉 채워놓고 조금씩 비워내는 것이다. 완전히 채운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물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장 굵은 붓으로 한 번 그어서 가득 채우고 난 다음에 작은 붓을 잡아야 한다. 붓을 두 번 그으면 실패다. 한 번 선을 그었는데 아직도 캔버스에 빈 공간이 있으면 실패다. 사무라이가 한 번 칼을 휘둘렀는데 대나무가 잘리지 않았다면 큰 일이다. 때려치고 딴데 알아봐야 한다. 그리스의 무너진 신전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육중한 느낌을 얻은 다음에 타지마할묘나 베르사이유궁전같은 기교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출발점이 어디냐 말이다. 득음한 다음에 노래해야 한다. 무엇인가? 처음부터 홈런을 쳐야 한다는 말이다. 홈런 못치면 알루미늄배트로 치면 된다. 처음부터 직선을 그어야 하며, 직선이 어려우면 자 대고 그으면 된다. 새까맣게 메워버리면 된다. 종이를 먹에 담그면 직선은 이미 그어져 있다. 쉽다. 에너지를 먼저 태우고 그 다음에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이다. 통짜덩어리를 먼저 익히고 그 다음에 형태를 논하는 것이다. 메시지 같은 것은 던져버려야 한다. 장난하나? 색과 빛과 형태를 다루는 달인이 된 다음에 메시지를 구할 일이다. 찰리채플린의 슬랩스틱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개그를 쳐야 한다. 처음부터 개그치는 자는 쫓아버려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사각형의 큐브를 만들었다. 잡스형님도 아직 직선 긋고 있는 판에 새까만 후배가 벌써 곡선해잡수시겠다고라고라고라? 미쳤나? 잡스 발 끝에도 못 미치는 주제에 잡스형님도 미처 손대지 않은 곡선을 시도해? 잡스형님이 아직 선 하나에 머물고 있는데 새까만 후배가 벌써 선 두 개를 그었다고? 이런 쳐죽일 놈을 봤나? 왜 이것이 중요한가 하면 세계시장을 상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음악이나 영화는 상당히 되고 있다. 그림은 안 되고 있다. 디자인으로 밥먹는 시대가 왔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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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 다들 왕자병에 걸려있지 않습니까?
세계에서 일본인과 유태인을 우습게 하는 민족은 한국인 뿐이라던데.
^^ 선생님 말씀에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다시 마음이 밝아집니다.
저도 유대인하고 일본인을 우습게 여기고 있거든요.
예술분야에서 특급 인재가 없는 이유는 그들 스스로 '예술가'가 아니라 '기술가' 라고 생각하기 때문. 예중, 예고, 예대, 유학... 이런 코스를 돌고나서 예술가 자격증 취득하는 거.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김소희 요리사의 식당은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독일 방송국에서도 취재하러 오는 등...또, 무슨 대형 마트와 협업을 해서 아무튼 그쪽에서 좀 유명해요. 케이블 올리브 채널에도 요리 코너에 나오시는 데, 이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요리를 잘 할려면 다양한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고요. 맛을 알고, 맛을 느끼는 혀의 감각이 중요하다는 얘기겠죠. 젊은 애들이 팬은 잘 돌리는 데, 맛을 느끼는 감각은 좀 부족하시다면서. 김 요리사, 그쪽 발음으로 김 코흐트 라 하더군요.
그림도 될것같은데 요즘 박물관이나 어린이 도서관 같은데 가서 아이들 그림을 보면 미래가 밝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왕자로 태어나야 한다는 말에 다시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이 아이들이 스스로 그린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아서 한것이라는것이 뻔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