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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38 vote 0 2008.09.03 (00:00:09)

하나의 언어는 하나의 판단이다. 문장구조 안에 판정을 내리는 저울이 숨어 있다. 문장이 주부+술부로 구성된다면 주어가 판정할 대상을 지목하고 술어가 판정된 내용을 표시한다.

하나의 단어 안에도 그러한 판정이 있고 그 단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장 안에도 그러한 판정이 있다. 언어는 다의성을 가지므로 한 단어로 말해도 실제로는 한 문장의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라고 한 단어로 말해도 ‘너 저리 가’의 의미가 있다. 반대로 아무리 긴 문장으로 친절하게 말해도 핵심은 ‘가!’라는 하나의 의미일 수 있다. ‘가!’는 동사다. 액션을 나타낸다. 언어는 액션이다.

● 단어 : 동사≫주어

● 문장 : 진술≫명제≫담론

언어는 단어에서 문장으로 발전하면서 사실≫의미≫가치≫개념≫원리에 따라 그러한 판정의 정도를 심화시킨다. 더 적극적인 판정을 내린다. 문장이 최종적으로 지시하는 액션의 내용을 구체화 한다.

● 동사≫주어≫진술≫명제≫담론

● 사실≫의미≫가치≫개념≫원리

언어는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동사와 주어가 단어라면 진술과 명제와 담론은 문장이다. 동사가 단지 액션의 사실만을 나타내는데 비해 주어는 그 액션이진행화는 경로를 지정하는 의미까지 담아낸다.

거기에 더하여 진술은 가치를 담아내고, 명제는 개념을 담아내고, 담론은 원리를 담아낸다. 액션이 편지의 배달이라면 그 편지의 수신인과 목적지와 주소지까지 한꺼번에 담아내는 것이다.

● 동사 : 사랑해. (동사구-술어)

● 주어 : 사랑은. (명사구-주어)

● 진술 : 사랑은 ~이다. (명사구+동사구로 이루어진 문장)  

● 명제 : [~가 ~이면][사랑은 ~이다.](전제+진술로 이루어진 논리적 문장)

● 담론 : <사랑은 ~이다.> <왜냐하면 ~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 된다.> (진술≫검증≫사례의 이야기 구조를 갖춘 문장)

*** 명제 :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따라하여 전제와 진술의 대칭으로 이루어진 논리구조를 갖춤으로써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형태의 진술을 명제로 본다.

*** 담론 : 진술을 검증하고 실제의 사례로 재현하여 보임으로써 독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완결된 형태의 이야기 구조를 담론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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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이 사기(史記)를 쓰되 연대기와 열전을 썼다. 일어난 사실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자의 춘추필법에 따라 적극적인 가치판단을 했다. 사례를 드는 열전이 있어야 그러한 담론의 형식이 완성된다.

안다는 것은 표면의 확인된 사실≫에서 나아가 이면의 숨겨진 의미≫가치≫개념≫원리를 안다는 것이다. 앎은 판정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경로가 있고 대상이 있고 목적지와 주소지가 있다.

앎은 액션이다. 내가 때렸다면 주먹이 날아간 경로가 있고 맞은 대상이 있고 맞은 장소가 있고 맞을만한 이유가 있다. 언어는 사실≫의미≫가치≫개념≫원리의 논리구조 안에서 기능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어사전은 단지 표면의 사실을 기록할 뿐이다. 백과사전이 있지만 고유명사와 보통명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 언어들의 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주소지를 나타내지 않는다.

백과사전은 사랑(love)을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으로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랑이 인간에게만 있겠는가?

국어사전은 사랑을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설명한다. 이런 식의 풀이는 관계를 나타내지 않으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랑은 낳음≫자유≫소통≫사랑≫행복의 논리구조 안에서 기능한다.

언어는 판정한다. 판정을 내리는 저울이 있다. 그 저울의 실제적인 작동을 중심으로 기술해야 한다. 사랑은 하나의 판정이다. 저울이 기울어 사랑한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누가 왜 어떻게 판정을 내렸을까?

사랑은 액션이다. 사랑이 화살이면 누가 그 화살을 쏘았는가? 그 화살이 맞히려는 표적은 무엇인가? 낳음이라는 사수가 자유라는 이름의 활에 소통이라는 시위를 당겨 행복이라는 표적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쏜다.

국어사전의 기술이 연대기라면 구조론 사전은 열전이다. 모든 인물의 열전을 쓸 수는 없으므로 몇몇 대표어의 열전을 쓰는 것이며 나머지 개념들은 이를 본받아 그 이면에 숨은 의미와 가치를 추론할 수 있다.

개념의 구조

하나의 단어 혹은 명제 또는 진술은 사실≫의미≫가치≫개념≫원리 순으로 발전한다. 사실은 겉으로 드러남이다. 의미는 연결이다. 가치는 짝짓기다. 개념은 통합이다. 원리는 창조다. 낳음이다.

● 개념의 발전 - 사실≫의미≫가치≫개념≫원리

● 개념의 작동 - 원리≫개념≫가치≫의미≫사실

문제는 순서다. 인간의 인식에 반영되는 순서와 자연에서 작동하는 순서는 상반된다. 자연에서는 낳음이 먼저다. 그것이 자궁이 되고 모태가 된다. 원리에서 개념이 나오고 뒤이어 가치, 의미 사실이 판정되어 나온다.

그러나 인간은 눈, 귀, 코, 입, 몸으로 사실을 수집한다. 사실을 연결하여 의미를 찾고 의미를 짝지어 가치를 얻고, 가치를 통합하여 개념을 잡고 개념의 자궁을 추적하여 원리를 발견한다.

원리에 도달해야 완전하다. 원리를 찾는 것이 깨달음이다. 원리를 찾아가는 길이 구조다. 과학의 지식은 표면의 사실을 구하고 철학은 이면의 원리를 구하고 미학은 현장에서 실천하여 재현한다.   

담론의 형식은 진술≫검증≫사례다. 마찬가지다. 과학의 사실에서 진술을 얻고, 철학의 원리에서 주소지를 찾아 검증하고, 미학의 실천에 의해 사례가 재현된다. 과학과 철학과 미학의 통합이 깨달음이다.  

● 과학의 사실 - 드러난 사실을 확보한다.

● 철학의 검증 - 그 존재의 주소지를 확인하여 검증한다.  

● 미학의 실천 - 현장에서 실천하여 사례를 재현하여 보인다.

아는 것은 검증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이 필요하다. 깨달음은 과학을 철학화 하고 철학을 미학화 한다. 그 방법으로 인식의 1사이클을 완성한다. 완성될 때 전파된다. 공명한다. 소통된다. 응용된다. 낳는다.

어떤 사실을 깨닫는 것은 깨달음이 아니다. 보편의 진리 안에서 그 개별적 사실의 깨달음이 가지는 주소지를 찾아낼 때 비로소 깨달음은 완성된다.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미학적 실천으로 재현되어야 비로소 완전하다.

깨달음은 소통의 언어를 공유함이다. 나의 깨달음이 너의 깨달음과 공명하여 공동체적인 삶의 모랄을 완성하고 더 나아가 문화의 양식으로 완성시켜 널리 세상과 소통하는데 성공해 내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은 언제라도 실천이다. 내가 언제 어디서 특정한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것은 그 세계로 가는 단서를 얻었다는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 세계의 출입문을 발견한 것이다.

그 문 안쪽으로 성큼 내딛어야 한다. 깨달음의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 깨달음에 토대를 둔 공동체적인 삶의 모랄과 문화의 양식의 완성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힘을 보태어 커다란 낳음의 자궁을 건설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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