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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3 vote 0 2024.10.10 (23:42:07)

     인류는 전쟁을 겪었다. 오랫동안 전쟁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왜 전쟁이 일어났을까? 독일철학의 정신주의 때문이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반자이어택과 우라돌격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독일철학 = 정신주의 = 전체주의로 이어졌던 것이다.


    일본문학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허무주의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허무주의가 아니었다. 일본은 군국주의를 하다가 전쟁에 져서 재빨리 허무주의로 갈아탄 것이다. 허무주의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라쇼몽.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애매함의 미학과 모호함의 즐거움.


    무라카미 하루키는 결론이 없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결론이 없다. 와패니즈들은 환호했다. 결론을 내려다가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박경리 말대로 일본은 사랑이 없다. 로맨티시즘이 있을 뿐이다. 감각은 있고 감정은 없다. 스쳐갈 뿐 통하지 않는다.

   

    해체지향의 프랑스철학과 맞아떨어진다. 전후 프랑스철학이 지배한 유럽 지식사회 분위기는 유교 정사론과 맞지 않다. 유교는 결론을 내린다. 확실한 정답이 있다. 결론은 공자의 인, 자사의 성, 퇴계의 경, 맹자의 의다. 그래서 한류가 뜬다. 대신에 소재가 제약된다. 


    정답을 정해놨기 때문에 소재가 제약되어 만화는 일본이 흥한다. 그러나 일본은 정답을 부정하므로 결말이 없다. 드래곤 볼 아직도 끝이 안 났다. 원피스 아직도 하고 있냐? 카이지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국만화는 확실히 결말이 난다. 악당을 죽이고 끝낸다.


    올드보이나 미녀는 괴로워처럼 일본 소재에 한국 결말을 더하면 대박이 난다. 일본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허무주의로 가서 결론을 못 내리는게 문학이나 만화로는 되는데 영화가 안 된다. 영화는 90분에 결말이 나야 하니까. 이차대전후 세계는 일본을 좋아했다.


    일본이 항복하자마자 냉큼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강한 유럽은 약한 일본을 보고 환호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80년이 지났다. 이제 슬슬 강한 맛을 즐기고 싶다. 허무주의로는 한계가 있다. 일본사상은 신토에서 온 것이다. 


    일본은 신이 3만개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한국은 신이 없다. 유교는 엄밀히 말하면 무신론이다. 귀신도 3대를 넘어가면 제사를 받아먹지 못하고 햇볕에 말라서 사라진다. 오겡끼데스카로 유명한 러브레터는 한국에서 더 흥행했다. 일본이면 그냥 잊어버린다.


    일본인들 쿨하잖아. 은하철도999도 결말이 이상하다. 한국문학이 뜰 때도 되었다. 한국인들은 말끝을 흐리지 않고 결말을 확실히 짓기 때문이다. 유교의 영향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기면 기고 아닌건 아닌거라고. 인류가 갈구하며 찾던 것이 한국에 있었다.


    일본식 허무주의 = 소재의 다양함, 결말의 애매함,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유럽 와패니즈들 환호. 전채에 디저트만 계속 나오고 메인요리가 없음. 


    한국식 정사론正邪 = 소재의 편협함, 확실한 결말, 극한의 밀어붙임, 갈데까지 가버려. 확실하게 메인요리가 나와줌. 


    한국은 강자가 되어본 적이 없다. 외국을 침략한 적이 없다. 한국식 정사론은 약자가 강자의 횡포에 맞서는 정사론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보편성과 통한다. 독일의 정신주의도 약자일 때 나온 것이다. 강자가 되자 나빠졌다. 달달한 일본과자와는 다른 화끈함이 있다.


    한국문학이 부진했던 이유는 태생적으로 유교체질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설프게 일본을 베끼려 했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은 약자의 저항이다. 전쟁에 염증을 내는 서구 지식인사회 분위기와 결이 어긋난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이제 서구가 한국을 따라와야 한다.


    노벨문학상은 철학상이다. 사상에 상을 주는 것이다. 다른 상 열 개와 바꾸지 않는다. 다른 상은 운이 좋으면 받는다.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인공지능 하다가 얼떨결에 받았다. 한국사상이 주목을 받을 때가 되었다. 한국인은 잘못된건 잘못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한다.


    일빠 윤석열이 뜨끔할 것이다. 김대중의 평화상과 한강의 문학상은 광주시민에게 준 것이다. 세계는 기억한다. 아니 필요로 한다. 굴복하지 않고 싸워주는 사람이 동쪽에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절실했다. 문명이 야만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우리가 응답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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