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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강이나 산을 끼고 일어난다. 강과 강 사이, 혹은 산과 산 사이의 너른 평야지대에서는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다.
 
남쪽에 장강이 있고 북쪽에 황하가 있다. 그 사이의 황토지대에서는 전투가 일어나지 않는다. 황하에서 밀리면 장강까지 밀린다. 장강에서 이기면 황하까지 곧장 밀고 올라간다.
 
싸우려면 적지에서 싸워야 한다. 밀고 올라가서 적진이 있는 황하에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는 중원을 적들에게 그저 내주고 장강까지 물러나서 싸웠던 거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우리는 싸워서 이겼지만 그 전장이 우리의 강토 안이니 이겨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는다.
 
역사적 정권교체에 이은 의회권력의 교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싸우더라도 적지에서 싸워야 한다. 우리에게는 152석의 힘이 있다. 황하까지 밀고 올라가서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쳐야 한다.
 
성공한 조선일보의 이전투구작전
지금 대오는 흐트러져 있다. 모두가 언론개혁을 말하고는 있으나..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조만간 의회는 법을 바꿀 것이고 우리는 의회를 독려하겠지만.. 그것으로 과연 언론이 개혁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입법을 통한 방법은 언론의 문제를 알리고 이를 기정사실화 하는 데서의 상징성이 전부다. 이 싸움의 본질이 ‘이념투쟁’임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이념에서 이겨야 이긴 것이며, 논리에서 이겨야 이긴 것이다.
 
(정책은 빌려올 수 있지만 논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 작금의 양상은 논리는 함부로 양보하고 정책만 지키면 된다는 식의 위험천만한 방식이다.)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오보나, 대통령의 언행에 관한 찌질하기 짝이 없는 트집들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그거 막아보자고 언론개혁 하는거 아니다.
 
문제있다. 심지어 일부 우리당 인사들은 조선을 비난하는 것으로 할 일 다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을 비난해서 알리바이를 만들고.. 그러한 방법으로 순결선언을 하고.. 그 반대급부를 찾아 우향우를 하는 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없지않다.
 
조선에 침 한번 뱉었다고.. 모든 것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본질을 보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각종 오보, 라면사설, 우리 경제에 퍼붓는 악랄한 저주.. 찌질하기 짝이 없는 말트집.. 이것이 본질이 아니다. 진짜 전선은 여기에 형성되어 있지 않다.  
 
오늘도 디지털조선에는 안티조선을 비난하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조선이 대통령을 헐뜯는 거나, 우리가 조선을 비판하는 거나 진흙탕에서의 이전투구처럼 보여서 동급으로 취급되게 하자는 것이 적들의 목적이다.
 
꿰뚫어보아야 한다. 적들은 바로 그러한 방법으로(오보, 왜곡, 편파 등 표피적인 문제로 진흙탕에서의 이전투구를 강조하는) 황하에 형성될 수도 있는 전선을, 장강에서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적들의 전술이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생각하라! 왜 우리가 이런 찌질한 문제들로 고민해야 하지? ‘별놈의 보수라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단호한 말씀이 무엇이겠는가? 이런 찌질한 트집에는 상대도 않겠다는 거다. 우리가 이 문제로 힘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소극적 저항에서 적극적 이념공세로
우리는 가만 있는데, 조선일보가 쳐들어 와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으므로 물리쳐야 한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 조선왕조는 가만 있는데 왜넘들이 침략해서 왜란이 일어났다는 식의 사고.. 이런 식으로는 싸워도 우리 영토 안에서 싸우는 것이다.
 
이겨도 피해가 고스란히 남는다.
 
루신의 아큐정전에서 아Q와 샤오디가 서로 상대의 변발을 틀어쥐고 씩씩거리며 30분 동안 엉켜서 한 대도 쥐어박지 못하는 한심한 상태..(아무것도 모르는 국민의 눈에는 이렇게 비친다) 이래서 안된다.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 쳐들어가지 못하는가? 왜 적극적인 이념공세를 펴지 못하는가? 왜 삼군을 일으켜 적도들을 정벌하지 못하는가?  
 
자잘한 문제로 트집을 잡아.. 진짜 본질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하게 분위기를 흐려놓는 적들의 전술.. 이걸 역으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 편파, 왜곡, 오보, 라면의 차원이 아니라 '대의명분'의 차원이어야 한다.
 
YS를 정면으로 치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족치는 큰 싸움을 왜 두려워한다는 말인가? 친일청산, 독재청산을 통한 냉전정치의 총결산이 왜 당면의 과제가 되지 못한다는 말인가?
 
성공한 조선일보의 자부심이 본질
80년 신군부의 등장을 배경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소위 언론개혁이라는 것이 있었다. 언론학살을 주도한 집단이 조선이라는 사실은 알려진 바와 같다. 개혁(?)이었다. 우습게도 그때 그시절에도 화두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개혁이었던 것이다.  
 
5공식 개혁이 있었다. 과외금지, 두발 및 교복 자율화, 야간 통행금지 해제. 컬러텔레비젼 방송, 프로야구단 창단, 그리고 ‘국풍 81’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전국 3만조폭 여의도대집회.. 따위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다. 그 배후가 조선일보임은 물론이다.
 
즉 그들은 파시즘의 개혁을 주도한 것이다. 신군부와 야합해서 그들이 일정기간 대한민국을 신탁통치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얻었는가?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막대한 자부심을 얻었다.
 
이러한 적들의 실체를 똑똑히 알아야 한다.  
 
흔히 신문사의 사주가 문제라고 착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조선의 문제는 바로 20년 전 그때 그 시절.. 전두환식 개혁을 주도했던 그 파시스트들이 지금도 조선의 편집데스크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사주보다 더 악질적인 개혁파(?)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라는 괴물은 지금 사주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고질라’로 성장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그 고질라를 사냥할 임무가 주어졌다. 무에 두렵다는 말인가?
 
정신차려야 한다. 우리당의 실용주의 소동이 다 무엇인가? 20년 전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일어나 신군부를 배후조종한 일단의 파시스트 야심가들이 했던 소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래서 이념이 필요한 것이다. 그때의 그들과 차별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
 
이념에서 이겨야 이기는 것
조선을 이기는 것은 결국 이념에서 이기는 것이다. 전두환식 실용주의를 개혁이라고 떠벌여서는 이념에서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작금의 언론개혁은 심판을 바꾸자는 것에 불과하고.. 진짜는 그 다음이다. 우린 전혀 다른 것을 원한다.
 
그 진짜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개혁? 사주의 전횡? 편파보도? 라면사설?.. 당연히 고쳐져야 하지만 본질이 아니다. 따지자면 오마이뉴스도 한겨레도 비판받을 곳은 너무나 많다. 한겨레도 오보는 낸다. 오마이도 라면기사 쓸 수 있다. 어차피 피장파장이다.
 
80년대 조선일보식 개혁, 조선일보식 실용주의가 파시즘이었다는 사실을 폭로하므로써 비로소 밀고 올라가서 ‘황하에서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다. 수비가 아니고 공격 말이다. 우리편 골대 앞에서 싸우지 않고 상대편 골대 앞에서 싸우는 게임 말이다.
 
왜 우리는 늘 검증받아야만 하고 적들은 단 한번의 검증도 받지 않는거지? 왜 진보가 수구를 검증하는 지점에서 전선이 형성되지 않고, 수구가 빨갱이(?)를 검증하는 지점에서 전선이 교착되고 있는 거지?
 
이 싸움의 본질은 결국 이 나라가 ‘누구의 세상인가’이다. 그 숨은 고질라들과 인터넷세력의 패권경쟁이다. 이거 알아야 한다.  이러한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황하에서 싸울 것을 장강에서 싸우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별놈의 보수'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왜 적극적인 이념공세를 펼치지 못하는가? 왜 더불어 사는 좋은 세상을 말하지 못하는가? 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복된 세상을 내놓고 떳떳히 말하지 못하는가? 우리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왜 죄인처럼 쫄아서 적들의 눈치나 보고 있는가? 동네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고 온 아이처럼 쭈그리고 앉아있어서 될 일인가? 그 어깨를 펴라. 나아가서 단호하게 말하라. 이 세상은 당신들의 세상이 아니라고. 그 놈의 아가리 닥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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