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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는 일단 본전치기다. 얻은 것은 없지만 얻을 수 있는 찬스는 얻었다. 그가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감추어진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다. 원래 능력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장관 한자리 했으니 그만하면 출세한거고.
 
대선주자라면 당연히 ‘능력이 있다’는 전제로 판단을 해야한다. 보건복지부가 편한 자리는 아니지만.. ‘능력있는 김근태’라면 불평할 일은 없을듯 하다. 근데 과연 김근태에게 능력이 있을까? 일단은 지켜볼 밖에.
 
정동영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유교주의의 잔재가 여전한 우리나라에서 교만으로 비쳐질 수 있는 선택이다. 일단 감점받고 들어간다. 그러나 대선주자라면 역시 ‘능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판단을 해야하므로.. 일면 찬스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얻으면 크게 얻고 잃으면 크게 잃는 자리가 통일부장관이다. 그러나 정동영이 지금껏 보여준 것만으로 판단하면.. 김근태에게 어부지리의 찬스를 줄 확률도 많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인의 유교정서가 문제다. 예컨대.. 한때는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야 말로 대통령으로 가는 코스의 노른자위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듯 하다.
 
서울시장 하면 .. 그걸로 이미 보상받은 것이다. 유교주의가 강조하는 것은 분수(分數)다. 이미 분에 넘치게 보상받았는데, 보상받은 사람에게 한번 더 보상해주는 일은 잘 없다. 그러므로 대통령으로 가는 코스에 있어서 최악의 길은
 
1) 대통령의 측근.. 비서 혹은 황태자 혹은 ‘리틀 아무개’이라는 별명이 붙는 자리는 최악이다. 대통령 대신 감옥에 갈 확률은 높고, 대통령 자리를 물려받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유시민이나 김두관이 노무현의 황태자 혹은 노무현의 실세로 불린다면 미래는 없다.
 
청와대와의 거리는 멀수록 좋다. 한국사람의 권력자 측근이나 친인척에 대한 질투는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다행히 유시민은 멀리서 외곽포를 쏘아줄 뿐 청와대를 업으려고는 하지 않는다. 잘하는 일이다. 김두관도 요즘 조용한데 현명한 판단. 흉중에 뜻이 있거든 제발 신문에 이름내지 마라. 잘못하면 아주 가는 수 있다.)
 
2)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 이해찬이나 고건, 이회창 등은 ‘총리’라는 큰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물론 대통령 후보는 될 수 있다. 총리 출신은 대통령후보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이다.  
 
3)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역시 넉넉히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불리하다. 더구나 중앙이 아닌 지방의 인물.. 또는 특정 전문분야의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므로.. 국가통합의 역할이 강조되는 대통령으로 가기에는 감점요인이 된다.
 
분에 넘치게 보상받은 인물, 지방의 인물, 전문분야의 사람도 불리
김혁규 역시 유권자가 냉담한 태도를 보인 것은.. 중앙이 아닌 지방의 인물이라는 인상 때문이다. 곧 죽어도 중앙에서 놀아야 한다. 재경부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제통으로 알려져 전문분야의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면 그것도 역시 감점요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바 있지만..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이 다 한번씩은 목숨을 걸었던 사람이다. 유교주의는 보상을 중요시 한다. 곧 분수의 법칙이다. 이중으로 보상받는다면 분에 넘치는 일이다. 노른자위를 거치면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는 보상받을 수 없다. 통일부총리는 노른자위다.
 
결론적으로 정동영의 통일부장관 역임은 감점요인이다. 그러나 그의 유일한 무기는 대세론이다. 즉 그는 막판뒤집기를 노리는 복병마 스타일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개성공단이 뜨는 데탕트시대에 통일부장관으로 큰 공을 세우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동영이 과연 공을 세울 수 있을까?
 
행운아라면 가능하다. 하긴 그는 지금까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노인폄훼발언은 결정적 불운이었지만 그걸로 액땜한 셈 치고.. 근데 믿을 것이 운 밖에 없다니.
 
그런데.. 이런 정치공학을 배제하고 보면.. 지금과 같은 데탕트시대에 통일부장관은 욕심부릴 만한 자리다. 국민정서상 당장은 감점요인이지만 차기 다음에 차차기가 있고, 차차차기가 또 있으므로 정동영으로서도 결국은 얻은 것이 크다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강금실은 다시 부활한다. 본인은 의지가 없겠지만 대통령이 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쨌든 정, 김의 등용으로 강금실은 이득을 챙겼다. 국민의 시선이 당에서 내각으로 쏠린 만큼 내각을 선점한 강도 자연스럽게 조명을 받는 것이다.
 
최고의 승자는 노무현 대통령
총평을 하자면..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측면이다. 지금처럼 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당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을 키워주는 일이 정권재창출을 위해서 우선순위 일번이 된다.  
 
이해찬의 총리기용에 이은 김근태, 정동영, 정동채의 입각은 우리당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킨 셈으로 된다. 차기를 위해서는 이 점이 중요하다.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인재풀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
 
둘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컨셉이다. 세대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고 할 만하다. 세대교체는 만만치 않은 뒷바람을 낳을 것이다. 인재풀의 저변이 넓어지는 점 부터 시작해서 보이지 않는 커다란 후방효과가 있다.
 
유시민이 백바지를 입고 등원했다가 받은 엄청난 비난과, 단병호가 당당하게 잠바를 입고 등원해도 아무런 뒷말이 없는 현실을 비교해 보라. 그 사이에 국민의 인식이 엄청나게 변한 것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여성대통령은 꿈도 꿀수 없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지금은 아무도 박근혜가 여성이라서 안된다고는 말못한다. 오히려 여성이어서 득을 본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밑바닥에서의 작은 변화들이 진짜다. 세대교체는 이와 같은 유형의 것이다.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꾼다. 원래 노인당인 한나라당은 더욱 궁지에 몰릴 것이다.
 

 
이번 주의 황당한 뉴스
1) 이란 남동부 도시 샤흐르에 사는 한 여성이 사람이 아닌 개구리를 출산하여 화제가 되었다고.
 
2) 베컴의 실축은 유리겔라가 초능력을 구사하면서 '힘 조절'에 실패한 때문이었다며 베컴에게 용서를 빌었다고.
 
3) 전여옥의 논평.. 노무현 대통령이 여론을 따르면 포퓰리즘, 소신대로 하면 오기정치.. 좌충우돌 비방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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