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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대화 중에.. 항간에 논의되고 있는 ‘원균의 재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있어서 생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균은 옳지 않다. 역사의 평가는 준엄하다. 함부로 원균을 옹호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역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다.
 
물론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잡혀야 한다. 장군 박정희의 우상화를 목적으로, 장군 이순신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원균이 마치 악의 화신이라도 되는양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 점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떠나서 냉정하게 본다 해도 이순신이 정(正)이고 원균은 사(邪)다. 원균을 옹호하는 일부 출판사들의 오버는 상업주의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 조선일보의 뜬금없는 결식아동돕기운동이 ‘돈벌이가 된다면 결식아동도 팔아먹는’ 상업주의 이듯이 말이다.
 
여기서의 ‘요’는 오마이뉴스가 ‘더불어살자’고 말하면 칭찬받을 일이고, 조선일보가 결식아동에 관심을 보이면 상업주의냐다. 속된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다.
 
이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한 사람이 바로 공자(孔子)선생이다. 왈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 했다. 역사는 오마이뉴스가 한 것은 로맨스로 기록하고 조선이 한 것은 불륜으로 기록한다. 이것이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
 
옳은 일이라도 친일파가 하면 백성을 기만하기 위한 속임수이고, 설사 살인을 저질렀다 해도 독립군이 하면 보급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불상사이다.(실제로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숱한 친일파의 선행과 독립군의 악행을 목도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 이완용 만큼 독도지키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은 없다.)  
 
춘추필법이 무엇인가? 대의명분을 밝혀 역사를 준엄하게 기술하는 것이다.
 
공자의 명분론으로 보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정의의 기록’이다. ‘정의’는 미학적 의미에서의 내재적 완결성에서 찾아진다. 즉 단순히 ‘옳음’이 아니라, 통시적인 관점에서 보아, 그 기승전결의 전체과정을 관통하며 얻어지는 하나의 완성된 형태(성공사례)를 가질 때 유의미한 것이며, 그래서 역사에서는 별도로 ‘열전’이 씌어지는 것이다.
 
왜 열전(列傳)인가? 개별사건 중심으로 보지 않고, 인간 중심으로 봐야 비로소 전모가 보이기 때문이다. 즉 역사는 ‘성공사례의 기록’인 것이다. 그 성공이 개별사건의 성공이 아니라 ‘인간의 성공’임은 물론이다.
 
왜 정의인가? 그 사태를 완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요는 그 완결성이 어디서 얻어지는가이다. 도무지 어느 지점까지 진도를 나가조야 비로소 완전해지는가이다.
 
우리는 식민지와 625를 겪으면서 일본에서도 배우고 미국에서도 배웠다. 그 덕으로 약간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는 완결이 아니다. 남의 힘을 빌은 것으로써 아직은 세계사 앞에서 명함을 내밀 때가 아닌 것이다.
 
‘완결’은 지구촌 인류에 기여할만한 한국형 성장모델의 완결, 한국형 국가 성공모델의 완결이어야 한다. 총체적인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성공했는가’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의 바탕이 ‘정의’다. 이는 곧 역사적 맥락에서의 ‘내재적인 자기 일관성’이다.
 
정의가 없다면.. 설사 경제가 약간 나아졌다 해도 다른 나라가 본받을 만한 하나의 성공모델이 되지 못한다. 이래서는 진짜가 아니다. 컨닝으로 시험을 통과한 것과 같다. 그래서 역사는 준엄하게 기록되는 것이다.
 
개별사건에 대한 평가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먼저 전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그 전체의 평가에 종속하여 개별사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역사의 준엄한 기록으로 보면 이순신이 선이고 원균은 악이다. 독립군이 선이고 친일파는 악이다. 백범이 선이고 이승만이 악이다. 장준하가 선이고 박정희는 악이다. 김대중이 선이고 김영삼은 악이다.
 
조선일보의 사전 알리바이 만들기
현미경을 들이댄다면 숱한 이순신의 잘못과 원균의 선행을 찾아낼 수 있다. 친일파의 숨은 애국심도 나오고 독립군의 숨겨진 비리도 나온다. YS의 선도 나오고 DJ의 악도 보인다. 그러나 개별사건들은 전체적인 과정 속에서 용해되고 마는 것이다.
 
전체는 무엇인가? 지구촌 인류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명목이다.
 
정(正)과 사(邪)는 가려진다. 최근 조선일보가 갑자기 좌향좌를 하는 이유는, 나중 우향우를 할 명분을 벌기 위한 사전 알리바이만들기 작업이다. 그들이 설사 약간의 지면을 할애하여 ‘체 게바라’의 사진을 실어주더라도 그것은 비난받아야 할 가짜에 다름 아니다.
 
왜? 그것은 미학적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관성이 없는 것이며 조각난 부분들로써 결코 전체에 기여할 수 없다. 도둑놈의 미소는 그 도둑질의 솜씨를 보조할 뿐이다. (미(美)라는 것이 그렇다. 된장 뚝배기는 못생겨도 쓰지만 백자 달 항아리는 아름다울수록 도리어 작은 흠만 있어도 쓰지 못한다.)
 
역사는 지구촌 인류의 공동작업이다. 그 전체에 기여하는 공동선이어야만 유의미한 것이다. 전체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자적인 하나의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역사는 열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전여옥의 김밥투정은 그저 투정으로 그치는 것이다. 왜?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명분을 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청와대의 샥스핀소동은 비판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비판의 주체는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이어야 한다. 그것이 일관성이며 그 일관성으로하여 얻어지는 것이 미학적 완결성이다.
 
전여옥이 비판하는 것은 설사 선의에 의한 발언이었다 해도 조각난 파편들로써 역겨운 것이며 추한 것이다. 아름답지 않다. 미가 아니다. 악녀가 화장에 공을 들일수록 더욱 가증스럽게 느껴지듯이 말이다.
 
그러므로 대의명분이다. 먼저 명분을 득(得)하지 않으면 안된다. 옳은 일일수록 옳은 위치에서 해야지만 정당한 평가를 받는다. 도둑이 훔친 물건의 일부를 나눠줌은 결코 선이 아니다. 다음 번에 더욱 잘 훔치기 위해 뿌려지는 밑밥에 다름 아니다.
 
나라를 훔친 박정희가 이 나라 경제발전에 약간의 기여가 있다해도 그 훔친 나라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기 전에는 결코 선이 아니듯이 말이다.
 
진중권의 발언들에도 물론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개별적인 선(善)들은 온전히 무시된다. 그는 시니컬한 냉소주의자다. 그에게는 낙관적 태도가 결여되어 있다. 그는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그가 지금처럼 조선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 한 과거 안티조선에 기여한 그의 업적은 독도지키기에 애쓴 이완용의 업적과 같다.(하긴 독불 박찬종도 독도장사를 했지) 역사의 준엄한 심판에 의해 그 파편화된 부스러기 선(善)들은 완벽하게 무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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