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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176 vote 0 2022.03.04 (22:26:36)

    생각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모형을 세우고 대상과 비교하여 빈칸을 채우는 것이다. 이 방법은 모형이 있어야 가능하다. 알고 있는 것을 확장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르는 것을 새로 알아내기는 어렵다. 모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뇌의 패턴을 읽는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촉이 좋은 사람은 말로 설명은 못 하지만 느끼는 것이 있다. 거기서 숨은 규칙성을 찾아낸다. 감이 발달한 천재들이 쓰는 방법이다. 


    셋째는 주변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타겟을 찍어서 대칭을 세운 다음 상대를 자극하고 되돌아오는 반응을 기다린다. 게임을 거는 것이다. 상호작용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다. 자극하고 반응을 기다리는게 놀이다. 사유는 놀이 중에 저절로 얻어진다.


    셋 다 모형을 쓰는 것은 같다. 첫째는 자신이 모형을 가지고 있고, 둘째는 뇌구조가 우연히 모형이 되는 것이며, 셋째는 게임이 모형이 되는 것이다. 첫째는 모형이 없는게 문제이고, 둘째는 모형이 우연히 작동하므로 확률을 높여야 되는게 문제이고, 셋째는 게임에 이겨야 하는게 문제다.  


    첫째는 의도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쉬운 방법은 분류하는 것이다. 머리 속에 좌표를 그려놓고 시간과 공간으로 X축과 Y축을 그린 다음 빈칸에 하나씩 채워넣으면 된다. 자동차를 분류한다면 배기량을 X축으로 놓고 브랜드를 Y축으로 놓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생산연도를 Z축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어디서 배운 것을 써먹을 뿐 창의적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구조론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사실은 뇌가 패턴을 읽고 반응한 것이다. 어색함을 느끼거나 자연스러움을 느끼거나다. 음악에서 리듬과 박자와 화음과 앙상블을 느끼듯이 뇌가 대칭을 포착하고 흥분하는 지점이 있다. 문제는 그 대칭의 축을 포착하느냐다. 축은 또다른 대칭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음과 음의 대칭이 있다면 무대와 객석의 대칭도 있다. 그것을 직관적으로 알아채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다. 천재는 그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찰나의 느낌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천재다.  


    셋째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신이 대칭의 한쪽 날개가 되어 상대편을 자극한다. 둘이 치고받고 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중에 상부구조가 개입한다. 그 상부구조가 발견해야 할 Z축이 된다. 형제가 주먹다짐을 하면 부모가 개입한다. 아이들 싸움이 어른싸움이 되면 정부가 개입한다. 더 높은 단계에 올라서면 시스템이 노출되고 모형이 작동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첫째는 내가 모형을 소유하고, 둘째는 인간의 뇌 속에 기본으로 제공된 모형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셋째는 놀이를 통해 자연 속에 숨은 모형을 드러낸다. 첫째는 깨달은 사람이나 배운 사람의 방법이고, 둘째는 촉이 좋은 비범한 사람의 방법이고, 셋째는 활발한 사람이 경험으로 터득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세 번째 방법이다. 대칭을 세우려면 이분법에 흑백논리에 프레임 걸기로 밀어야 한다. 상대가 반응하지 않으면 자극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갈수록 극단주의로 기울게 된다. 놀이로 끝나야 하는데 전쟁으로 발전한다. 인간의 비극이다.


    인간의 개소리가 다양한 이유는 세 번째 방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활발한 사람이 아는게 많다. 모험하고 여행하고 탐험하는 중에 지식이 획득된다. 그런데 지독한 사람도 나름 성과를 낸다. 모험은 힘들고 지독해지기는 쉽다. 가만히 앉아서 독해지는 방법으로 성과를 내려는 유혹을 받는다.


    인간이 온갖 차별과 혐오에 빠지는 이유는 자극과 반응의 대칭구조를 세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차별할 때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차별하는 재미에 중독된다.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세 번째 놀이의 방법을 쓰려면 피아간에 긴밀한 대칭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악기의 현이 팽팽하게 조여져야 한다. 문제는 환경의 변화다. 상황이 변했는데도 낡은 대칭상태를 유지하면? 그것이 퇴행이다. 봄이 왔는데도 겨울옷을 벗지 않는다. 평화가 왔는데도 전쟁상태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퇴행은 상대와의 대칭구도를 유지하려다가 환경변화에 따른 새로운 연결을 놓치는 것이다. 저것을 놓지 못하니 이것을 잡지 못한다.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하게 된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강아지가 죽었다. 반려견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자살하겠다면? 강아지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강아지에 집착하므로 삶이 단조로워진 것이다.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죄 없는 아기들이 죽고 있다. 사건은 도처에서 일어난다.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백 가지가 넘는다. 강아지로 도피한다. 삶의 풍성함을 잃고 왜소해진다. 외부환경과의 연결고리가 무수히 단절된다. 하나의 연결을 유지하는 대신 99가지 연결이 끊어진다.  


    음식이라면 다양한 맛을 탐험하는게 중요하다. 음식의 풍미는 혀로 느끼는게 아니다. 소백산 두릅은 제철에 내 손으로 따야 그 향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마트에서 판매하는게 더 부드럽지만 그건 가짜다. 뻑세지만 주먹만 한 것이 한입에 들어가야 진짜다. 음식에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있다. 그중에서 한두 가지를 논평하는게 미식가다. 왜냐하면 다양한 요소들은 언어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논쟁은 증명이 가능한 한두 가지로 압축된다. 그렇게 망한다. 진정한 미식가라면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인은 국물요리를 배척한다. 국물은 가난한 사람이 양을 불려서 먹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도 뜨거운 국물요리를 못 먹는다면 한심하다. 영화 '빅토리아 & 압둘'에서 여왕은 맨손으로 닭고기를 뜯어먹는다. 박근혜는 나이프와 포크가 없어서 햄버거를 먹지 못한다. 김밥은 원래 맨손으로 집어먹는 음식이다. 때로는 손으로 느끼는 촉감이 음식맛의 반을 차지한다.


    많은 사람이 '나는 뭐를 못 먹어'를 외치며 대립각을 세운다. 그게 퇴행이다. 정용진은 비싼 음식이 아니면 맛을 느끼지 못한다. 비린 것을 피하고, 청국장 냄새를 피하고, 젓갈 냄새를 피하다가 어린이의 입맛이 된다.  


    부자들은 결벽증에 걸린다. 자연과 멀어진다. 인생은 왜소해진다. 그게 자기파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 돈 벌면 결벽증 걸릴까? 왜 음식포비아에 걸릴까? 왜 인종혐오에 걸릴까? 왜 안아키에 빠질까? 왜 성소수자가 혐오스러울까? 대칭을 세워야 머리가 팽팽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럴 때 호르몬이 나와주기 때문이다. 돈 벌고 상태가 이상해진 만화가들 많다.


    각종 괴력난신, 차별주의, 종교행위가 모두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는 퇴행행동이다. 인간은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 '나는 뭐가 무서워.' '나는 뭐를 못 해.' 하는 중독에 걸린다. 그걸 벼슬로 안다. 소년의 순수함은 사라지고 때가 묻은 것이다. 타락한 것이다. 모험심과 패기를 잃은 것이다. 순수를 회복하여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흑인도 무섭고, 세균도 무섭고, 동성애자도 무섭고, 귀신도 무섭고, 빨갱이도 무섭고 하다가 심하면 유아로 퇴행한다. 세 번째 방법에 집착하다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잃어버린다. 자신감을 잃고 능동적인 사유를 개척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상대방에게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더 악독한 방법으로 상대를 자극한다. 더 심한 결벽증, 더 심한 혐오증, 더 심한 포비아, 더 심한 분노로 도망친다. 범국가적으로 혐오병에 걸린게 일본의 혐한이다. 누구든 먹고살 만하면 그렇게 된다. 


    인간은 놀이하는 동물이다. 심해지면 전쟁이다. 자신이 무조건 이기도록 설계된 게임만 고집하다가 놀이의 가짓수가 감소하여 점차 코너로 몰려서 최종적으로는 자신을 무대에서 제거하게 된다. 구석에서 더 갈 곳을 찾지 못하면 죽는다.   


    인간이 노숙하는 이유는 살기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세상 전체와 일대일의 대립각을 세웠을 때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노숙자가 느끼는 평화로운 감정은 스님이 9년 동안 면벽수행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모든 것은 세상의 책임이요 내 책임은 제로다. 우주와의 온전한 합일의 감정에 이른다. 노숙중독이다. 


    퇴행은 자신이 음식 쪽으로 전진하지 않고 방어선을 치고 후퇴하며 음식이 내게 다가오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이 변하지 않고 상대가 변하기를 요구한다. 자신의 입맛을 까다롭게 만들고 내 기준에 맞추라고 요구한다. 상대가 기준을 맞춰주면 그만큼 허들을 높인다. 이 패턴을 반복한다. 그렇게 인간은 바보가 된다. 


    순수냐 응용이냐다. 순수는 백지와 같아 무엇이든 빨아들인다. 응용은 이것은 못 하고 저것은 거부하며 점점 왜소해진다. 단조로워진다. 말라 죽는다. 첫 번째는 순수하다. 사유는 온전히 내 안에서 일어난다. 외부환경과 상관없다. 수학자의 마음과 같다. 숫자는 착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 묵묵히 계산할 뿐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로 갈수록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거쳐 심리학, 사회학이 된다. 점점 더 응용이 된다. 중간에 거치는 단계가 많다. 두 번째는 내가 단서를 제공하면 뇌가 알아서 판단한다. 세 번째는 나의 액션을 정해놓고 액션이 먹히는 부분만 받아들인다. 사람들이 다양한 차별과 혐오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나의 구체적인 행위와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행위의 보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며 그 결과가 퇴행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할수록 생각을 덜 해도 된다. 새 친구를 사귈 마음은 줄어들고 있는 친구의 허물에 눈길이 간다. 혹시나 이득을 볼 생각보다 혹시나 손해보지 않을 마음이 커진다. 보수꼴통이 되는 이유다. 잡고 있는 끈을 놓아야 한다. 대칭을 깨뜨려야 한다.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럴 때 얻어지는 것은 신과의 일대일이다. 가장 큰 모형 하나를 붙잡는 방법으로 작은 장벽을 무수히 깨뜨린다. 천하와의 관계를 바르게 설정하는 방법으로 다른 모든 관계에서 유연성을 얻는다.


    이재명은 천재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왼쪽 아니면 오른쪽이다. 1+1=2다. 그게 안 되는게 인간이다. 네 가지 방법이 있다. 봉건 신분제는 귀족만 축구를 볼 수 있다. 상놈은 돈이 있어도 못 본다. 근대 자유주의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축구를 볼 수 있다. 안철수는 돈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제안한다. 이재명은 방송으로 생중계를 한다.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대칭을 보여주면 곧 대칭에 사로잡혀서 그 바깥의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나는 분류한다. 분류만 잘해도 사유의 폭은 굉장히 늘어난다. 넷이면 아쉬우니 하나를 추가하자. 축구를 금지한다. 완전평등을 구가하는 독재국가의 방법이다.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장벽을 허물려고 한다. 각종 차별주의, 혐오행동, 이분법 논리가 자유로운 사유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사람을 방해하고 바보를 이롭게 한다. 이분법은 둘 중 하나를 찍으면 되는데 쉽잖아. 바보도 이분법은 할 수 있다. 사회전체가 바보기준에 맞추어 집단적으로 바보가 된다. 


    넌센스 퀴즈와 같다. 대칭을 제안하고 게임에 가둔다. 대부분 낚인다. 그게 넌센스 퀴즈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정답을 맞출 확률은 급속도로 올라간다. 대칭 위에 또다른 대칭이 있으며 그것이 에너지의 공급루트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사유의 지평은 크게 확장된다. 그것을 꿰뚫어봐서 아는 사람도 있고, 우연히 감으로 알아채는 사람도 있고, 활발한 상호작용 중에 눈치로 아는 사람도 있고, 그것을 잘 알 수 있다고 믿는 특정한 포지션에 자신을 가두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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