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의 싸움이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말이 통해야 인간이다. 비인간을 설득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는 없다. 인간은 예로부터 귀했다. 인간에서 비인간으로 추락하는 자들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이지만 그들은 원래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을 가장하고 인간들 사이에 섞여 있었을 뿐이다. 하나의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 많은 비인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인간은 많은 동물 중에서 선택된 존재다. 지구는 넓은 우주 안에서 선택된 별이다. 우리는 인간 중에서 가려진 엘리트다. 운명적으로 소수파다. 기회는 특별한 소수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한국인이 가장 똑똑한 집단이다. 인류 중에서 가장 의사결정을 잘한다. 미션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은 변방에 위치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5천 년 만에 기회를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들은 뭔가 보여주려고 했다. BTS와 봉준호와 김연아와 손흥민이 있었다. 그게 다였다. 그들은 본래의 뒷자리로 물러났다. 낯가림 때문이다. 한 곡조도 뽑지 못하고 일본 뒤에 숨었다. 자민당 뒤에 국힘당 있다. 사실이지 공격보다 수비가 쉽다. 여당보다 야당 노릇이 편하다. 배우 역할보다 관객 역할이 쉽다. 턱도 없이 주인공으로 나섰다가는 작품을 말아먹기가 다반사다. 맛깔난 조연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가 쉽다. 분수를 아는 한국인들은 분수에 맞게 처신한 것이다. 인류는 좋은 파트너를 잃은 거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말이 통해야 탓하지. 소출이 없는 밭은 버린다. 농부와 밭이 겨루되 농부가 지는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밭이 이기는 것은 아니다. 밭은 버려진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비인간이 인간을 이길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버려진다. 우주는 무한이 넓고 지구는 먼지보다 작고, 인류는 70억이 된다. 한국은 대륙 귀퉁이에 붙은 작은 존재다. 큰 것은 둔하다. 작은 것이 일을 내는 법이다. 큰 돌덩어리보다 작은 보석이 빛난다. 큰 페르시아보다 작은 그리스가 강하다. 큰 유럽대륙보다 작은 영국이 강하다. 작은 만큼 내부적인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바퀴축은 작지만 바퀴를 책임진다. 한국은 먼 변방의 존재다. 인터넷 덕분에 중심으로 쳐들어갈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들은 한 번도 중심에 서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중앙을 두려워 한다. 인류는 큰 중국을 버리고 작은 한국을 선택했다. 큰 중국을 선택했다가 끌려다닐 일 있냐고. 중앙이 크면 변방은 질식한다. 미국은 덩치가 크다. 러시아는 인구가 없는데 땅 넓은 것을 믿고 발호한다. 큰 것은 부담스럽다. 인류의 길잡이로 작은 한국 정도면 괜찮지. 부담이 없잖아. 지들이 어쩔건데. 변방에 붙어 있으니 중앙을 호령할 일도 없고. 한국 정도면 인류의 머리꼭지 위로 기어오르지는 않을테지. 한 번 핸들을 맡겨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변방에서 중앙으로 쳐들어가야 하는데 그들은 용기가 없고 배짱이 없다. 변방사람 특유의 체념, 허무와 냉소, 핀잔과 조롱만이 가득하다. 용감하게 앞길을 여는 자는 없고 비겁하게 뒤에서 발목 잡는 자는 많다. 동생이 태어나지 않으니 집단적 우울증에 걸려버렸다. 그들은 하던 일을 반복한다. 이명박근혜를 토벌하기는 쉽다. 그들은 머저리 윤석열을 무대에 올려세워 놓고 토벌하기를 원한다. 바보 때려잡기는 우리가 전문이잖아. 때려잡을 바보를 옹립한다. 왜냐하면 해본게 그거니깐. 그냥 할 줄 아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용기있게 전진하지 못한다. 인류의 지도자로 나서지 못한다. 그런 비전을 말하는 철학자가 없다. 똑똑한 평론가도 없고 안다 하는 사상가도 없다. 지성이 없다. 지성 비슷한 것도 없다. 이어령? 쿠데타 군인 따라다니며 심부름 하던 자를 지성이라니. 지성이 말라죽은 나라다. 일본이 먼저 망하고 한국이 덩달아 망하는 것은 지구 단위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긍정보다 부정이 쉽고, 창의보다 모방이 쉽고, 문제해결보다 빈정대기가 쉽고, 오르막길보다 내려막길이 쉽다. 떠오르기 어렵고 가라앉기 쉽다. '최선을 지향하되 최악에 대비하라.' 이 가르침은 변방에 잘 들어맞는다. 나무의 가지 끝은 작은 바람에 크게 휘청인다. 최선의 문재인에서 최악의 윤석열로 갈아타려고 한다. 후진국에서 그런 일은 자연스럽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중에 자연스럽게 승리한 사람은 없다. 보수가 자멸하여 IMF로 권력을 갖다바친 것이다. 김대중은 때가 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문재인 역시 이명박근혜의 자멸에 반사이익을 얻었다. 유승민, 안철수, 반기문, 홍준표의 분열 덕을 본 것도 있다. 노무현은 기적이었다. 월드컵 4강이 기적이듯이. 이번에는 악재가 너무 많았다. 연이은 스캔들에, 코로나19에, 델타변이에, 오미크론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까지. 지구에 한국이 필요한가? 봉준호가 상을 받은 것은 영화가 억수로 좋아서가 아니라 지구촌이 뭔가 새로운 기운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새바람을 원한 것이다. 유럽은 희망이 없어서 아시아를 기웃거린 것이다. 세계는 한국인 특유의 의사결정능력을 필요로 하지만 한국인은 부름에 응답하지 못한다. 우울증 때문이다.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한다. 용감하게 도시락 폭탄을 던져야 한다. 인간이 이긴다면 지구를 구할 용자는 한국밖에 없다는 의미가 되고 인간이 진다면 지구는 그다지 한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 지구가 결정할 일이다. 문재인 득표율이 41퍼센트. 거기서 한 표라도 더하면 그만큼 잘한 거다. 현실이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