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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940 vote 0 2021.08.27 (11:11:37)

    구조론은 형식이 내용에 앞선다. 그런데 형식은 가짜가 많다. 자연에는 가짜가 없는데 인간이 주장하는 형식은 가짜다. 질이 형식이고 입자는 내용이다. 질에 치중한다면서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자들이 많다. 질에서 입자로 곧 형식에서 내용으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질에 머무르는 자는 그 형식이 가짜이기 때문이다.


    공부 안 하는 애들이 서울대 의대 가려고 재수한다는 핑계를 댄다. 목표를 높게 잡는다. 그냥 거짓말이다. 구글 웨이모는 처음부터 5단계를 노렸는데 이게 투자받을 목적의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드는 것이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가성비로 밀고 있는 테슬라가 진실하다. 남극점을 다투었던 스콧과 아문센의 대결을 떠올릴 수 있다.


    스콧은 진지한 과학자이고 온갖 첨단 과학장비를 동원했으며 다양한 광물을 채취했고 지리를 조사했다. 아문센은 그냥 깃발 하나 들고 뒤에 살살 따라갔다. 인류를 대표하는 과학자의 자세가 없이 그냥 언론에 이름을 내려고 요령 부린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영국인들이 신사인 척하며 언플한 것이고 스콧은 진지하지 않았다.


    원래 장비빨에 기대는 자가 가짜다. ‘공격하라.’ ‘포격지원을 해줘야지요.’ ‘공격하라.’ ‘공중지원 없이는 무리입니다.’ 사실은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이다. 구조론은 형식이 중요하지만 방패막이로 형식타령 하는 자들은 애초에 남을 속일 의사가 있다. 구조론은 하드웨어가 먼저 가고 소프트웨어가 따라간다. 관념은 소프트웨어다.


    승부는 하드웨어에서 난다. 이념과 사상이 인류를 신세계로 인도하는 일은 절대로 없고 단지 현장에서 이미 일어난 변화를 해설할 뿐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잘 살펴보면 하드웨어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우리가 인문학을 무시하면 안 된다. 인문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지리상의 발견이 대표적이다.


    산업은 하드웨어고 종교는 소프트웨어인데 종교인들이 먼저 신대륙으로 간다. 대륙과 대륙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하드웨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견인한 것이다. 앞사건의 소프트웨어가 뒷사건의 하드웨어를 촉발시킨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때문이다. 물론 청교도들이 타고 간 배는 하드웨어의 성과였다.


    삼각돛과 나침반과 타가 없으면 신대륙으로 가고 싶어도 못 간다. 이 세 가지는 아시아에서 먼저 개발되었다.


    스콧.. 하드웨어가 본질. 과학적 탐구가 진실. 아문센은 언론에 떠보려고 깃발 하나 들고 스콧 뒤에 살살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발내밀기 한 넘.


    아문센.. 스콧은 말로만 과학타령, 실제로는 어벙한 군인. 북극의 추위와 싸워보지도 않았으면서. 현장에는 가보지도 않고 관념으로 떠벌이는 자.


    구글의 와꾸가 중요한가, 테슬라의 가성비가 중요한가? 구조론은 와꾸가 중요하다는 입장인데 와꾸에는 가짜가 많다.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프레임을 걸고 이념타령을 하는 것도 그게 가짜 와꾸를 만들어내는 행동이다. 신자유주의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낸 거짓 와꾸다. 이념이라는 소프트웨어 안에서 정치기술의 하드웨어다.


    물론 그 안에도 일말의 진실은 있다. 문제는 관념적, 피상적으로 가면 숙명론이 된다는 점이다. 이게 다 하느님 때문이다. 왜 하필 한국을 중국 옆에 붙여놔서리. 한국이 유럽 어느 한 귀퉁이에 있었으면 잘 나갔을 텐데. 이런 식으로 남 탓을 계속하면 이게 다 나의 나쁜 아이큐 때문이다. 이게 다 부모 잘못 만나서 이렇게 되었다.


    왜 내 얼굴은 이토록 못생겼느냐. 왜 나는 하는 일마다 재수가 없지? 팔자를 잘못 타고 태어났는가 봐. 엄마가 10분만 더 참았다가 나를 낳았으면 부자가 되었을 텐데. 사주책 읽어보고 시간 딱 맞춰 제왕절개로 낳아야지. 올해는 삼재가 들었나 봐. 왜 내 로또는 당첨이 안 돼?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과는 대화를 할 수가 없다.


    그 말이 틀린건 아니지. 사실 이게 다 하느님 때문이다. 맞다. 하느님을 잡아다가 족쳐야 한다. 내 로또는 빼놓고 어문 넘을 당첨시키는 동행복권 담당자 새뀌도 족쳐야 한다. 뭐든 관념으로 가는 자들은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는 거다. 말빨로 면피하려는 비겁한 자다. 반드시 현장에는 상호작용의 물리적 접점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차지해야 할 교두보가 있는 것이며, 물리적 공략대상을 공략하면 운이 트이고 확률이 올라가고 시험에 합격한다. 큰 것을 차지하면 작은 것은 따라온다. 한국은 반도체라는 물리적 핵심을 잡아서 아프간에 수송기도 보내고 선진국 행세를 하는 거다. 미국이 신자유주의를 안 했다면 지금과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래봤자 결과는 도긴개긴 큰 차이 없음이오. 궁시렁대는 자들은 신자유주의 대신 다른걸 욕하고 있겠지. 어떤 경우에도 말로 때우고 팔짱 끼고 관망하며 이죽거리는 것은 같다. 어떤 경우에도 될 넘은 되고 안될 넘은 안 되고 누구는 자빠지고 엎어지고 멱살잡이는 계속된다는 말이다. 그게 인류의 살아가는 양식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로 가도 소련처럼 망하고, 자본주의로 가도 노동자 신세는 괴롭고, 생산력 외에는 답이 없음. 단, 산업의 생산력만 치중할게 아니라 문화적, 교육적, 인문학적 생산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한 가지 사건의 결과가 또 다른 사건을 격발하므로 소프트웨어를 무시하면 안 된다. 종교가 관념인데 종교가 사람 잡는거 봤잖아.


[레벨:9]회사원

2021.08.27 (11:37:19)

이 부분에서 정리가 필요했는데, 제대로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벨:9]회사원

2021.08.27 (12:18:05)

제 생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승부는 현장에서 물리적 교두보를 확보함에 따라 가려진다. 

2.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물리적 승부가 중요하다. 

3. 그런데 물리적 승부를 뒷받침하는 모든 요소에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사병 집단을 모으면 물리력을 충족되는데, 사병 집단만 모아놓으면 전략, 전술, 병법의 이해가 없어서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일단 병력이 있는 상태에서 고급 소프트웨어가 깔려있어야 한다. 

4. 고급 소프트웨어만 있고 병력이 없어도 진다. 그렇다고 병력만 모으고 소프트웨어를 등한시해도 진다. 

5. 어떤 경우에는 하드웨어를 구하기가 쉬워서 고급 소프트웨어가 결국 승부를 가르는 요처가 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의 첨단 기술력 중심 제조업, ex) 삼성전자)

6. 최종적으로 고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모두 있어야 하며, 최종 승부는 하드웨어에서 갈리지만 (물리적 현장 접점), 이 승리의 기반이 되는 로직과 설계가 거의 고급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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