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예수의 위대성은 그가 인간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내었다는데 있다. 이것이 그를 『완벽한 인간의 전형』으로 못박아두려는 박제술사들의 시도를 항상 불발에 이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기로, 예수의 큰 매력이라 할 것이다. -어떤 글에서-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 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 말하진 않겠다. 2급수, 3급수 헤엄치며 진흙탕을 건너서, 지뢰밭을 건너서 정권을 잡았다. 오염되고 바짓가랑이 흙 묻히며 지나왔다』 -노무현의 고백 중에서-

『동프라이즈와 시대소리의 출범은 개혁세력을 홀로 대표해온 서프라이즈의 부담을 상당부분 덜어주었다. 욕은 골고루 나누어서 먹고 칭찬은 서프라이즈 혼자 듣게 되었으니 어찌 아니 복된가!』

이상적인 축구감독은 없다
이상적인 인간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히딩크도 물론 이상적인 감독은 아닙니다. 다만 충분한 조건이 주어지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유능한 감독일 뿐입니다.

지난해 이탈리아전입니다. 1 : 0으로 뒤진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은 패널티킥을 실축한 안정환을 빼기는 커녕 공격수를 5명이나 투입하는 기상천외의 작전을 펼쳤습니다. 1년후 기자들이 작년 6월의 이상한 전술에 대해 질문하자 히딩크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만약 그때 내가 공격수를 전원 투입하지 않았다면 아마 일생동안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내가 그때 공격수의 숫자를 늘린 이유는 그 때문이다.』

무슨 뜻일까요?

그대 갈림길에 선다면
두갈래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을 택하는 것이 옳을까요?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다만 후회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라고.』 어느 쪽이 후회하지 않는 길일까요?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와 같은 상황을 무수히 경험합니다. 원칙적으로 이쪽이 옳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저쪽을 택하지 않으면 일생을 두고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 그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코엘류감독 잘하고 있는 걸까요?
코엘류가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온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신입니다. 그 역시 불완전한 한 사람의 인간이며 정답은 이제부터 찾아야만 합니다. 필요한 것은 어차피 한번은 거쳐야 하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과정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일입니다.

축구협회가 나서서 대신 정답을 찾아주겠다고 합니다. 『안정환이나 투입해 봐』,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가 본데 한국에서는 3.4.3이라니까!』 이런 목소리들이 과연 도움이 될까요?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라면 그 시행착오의 데이터는 누구 머리 속에 축적되어야 하는 걸까요? 혹 코엘류가 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술을 바꾸었다고 칩시다. 그래서 이겼다고 칩시다. 이 경우 데이터는 축적되지 않습니다. 두고두고 후회하는 선택이 됩니다.

친선경기에서는 이기든 지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겼으면 왜 이겼는지, 졌으면 왜 졌는지 그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원인을 알아내어 데이터를 축적하려면 반드시 감독이 하자는 데로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후회하지 않는 선택입니다.

거함이 항로를 잡으려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합니다.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는 선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야 합니다. 설사 선장의 판단이 옳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정보는 제공할지언정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 코엘류는 4.2.3.1을 실험했을까요? 왜 코엘류는 끝내 안정환을 투입하지 않았을까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잘못을 나중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해봐도 되는 잘못은 중요하지 않은 경기를 하는 지금 몰아서 한꺼번에 해보는 것입니다.

이상적인 인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적화된 시스템에 의존해야 합니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그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그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도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밖에 없습니다.

무엇이 시스템인가요? 첫째는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과정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입니다. 둘째는 모든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데이터가 선장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최적화시키는 것입니다.

『노무현은 구주류와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득권세력의 오판을 유도하므로서 나중 발목잡힐 소지를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욕은 배가 터지도록 먹었지만 외교와 경제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제거되었다. 』

파이터는 벽을 등지고 선다
싸움을 앞둔 파이터는 벽을 등지고 섭니다. 승부사는 먼저 뒤를 돌아보고 배후의 안전을 확보한 다음에 비로소 공격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먼저 뒤쪽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

거함이 한번 항로를 잡으려면, 번잡한 항구를 빠져나올 때 까지는 전진과 후진을 번갈아 합니다. 작은 보트라면 물론 미로같은 항구라도 거침없이 달리겠지요.

코엘류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장부터 씽씽 달린다면 작은 보트를 운전하는 겁니다. 노무현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장부터 80퍼센트의 지지를 받으며 씽씽 달린다면 보트운전입니다. 어차피 해야할 시행착오라면 초반에 몰아서 하는 것이 곧 거함이 미로같은 항구를 빠져나오는 일입니다.

노무현 집권 3개월에 무엇을 얻었는가?
집권 3개월입니다. 그동안 노무현호 무엇을 잘했느냐구요? 거함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미로와 같은 항구를 빠져나왔습니다. 모든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데이터가 선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습니다. 이 과정이 남들이 보기에는 지루하고 답답해보이겠지만, 파이터가 벽을 등지고 서는데 성공했으므로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번잡한 항구를 빠져나와 이제는 망망대해입니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가속도라는 이름의 프리미엄을 얻습니다. 노무현의 여러 결정들이 언뜻 일관성이 없는 듯 하지만 분명 한가지 공통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불확실성의 제거입니다.

『가속도』라는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 욕을 얻어먹더라도 두고두고 발목잡힐 일이 되는 위험요인은 사전에 모두 제거하고 거함을 출발시키는 것입니다. 부딪히고 깨어질지언정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한, 노무현호 3개월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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