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인터넷 글쓰기의 폐단인가?(노혜경 옮김)  

[인터넷 글쓰기의 폐단인가, 아니면 가정교육의 실패일까, 삶의 강퍅함에서 오는 조건반사일까. 한국말의 타락일까,  도대체 왜 그럴까?]

제가 며칠 전 대통령을 향하는 기득권층들의 말이 매우 사납고 무례하다는 글을 올린 일이 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 글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서프라이즈를 좀 들어와 보게 되었는데요. 좀 놀라고 있답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상당히 많은 분들이 언어사용에서 노대통령에게 막말 해대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자기에의 배려는 지나치게 충만하고, 타자에의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는 폭력적인 언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게시판상의 언어폭력은 전에도 있어 왔고, 때로 욕설 한 마디가 백 마디 "우아한" 표현보다 시원하게 카타르시스를 시켜주기도 했습니다. 도무지 들으려는 귀가 없는 견고한 기득권의 성채를 향하여, 똥침 한 방을 날리는 언어는 그 자체가 해방이기도 했습니다.

위선과 가식으로 둘러처진 교양의 언어가 가하는 폭력을 근본적으로 무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으니까요. 딴지일보의 성공이 그것을 입증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딴지가 성공을 거두던 시대에서 매우 성숙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라고 하는 게 방종으로 치달을 수준으로 확장되었고, 개인이 자기 말에 묻어나오는 자기 인격을 스스로 책임질 때도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자기자신을 배려하는 사람은 남을 향하여 무례하게 굴지 않습니다.

우아한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비아냥대기 위해 쓰는 말, 상대를 손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쓰는 말, 싸움을 거는 가시가 있는 말, 그런 말들이 함부로 내뱉은 막막들 안에 말의 총칼을 만듭니다.

물론, 고의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격앙시키려는 음험한 목적을 가지고, 특히 정치적으로 다른 편인 사람들의 마음을 손상시키기 위하여 "준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내 분노를 격발시킨 상대방이 그런 의도로 쓴 글일 때, 내가 이기는 방법이 그의 인격을 존중해주고 그런 도구로 스스로를 내맡기는 그의 영혼을 염려해주는 것 이외에 달리 있을까요? 그 갈고리에 걸려들어 나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마는 게 더 억울한 일이 아닙니까?

덜 성숙해서, 스스로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모욕하거나 함부로 재단하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대놓고 갈구어주는 게 이기는 것일 수 있겠습니까? 이기려는 마음, 글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마음이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고, 이른바 주화입마에 들게 하지 않겠습니까.

서프라이즈 여러분, 우리가 말을 하는 목적은 결국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행복을 누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늘려서 내가 살기에 더 나은 세상을 가꾸어보고자 하는, 어찌보면 자기중심적 욕망이 아닐는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거주하는 말의 세계에 우리 자신이 나서서 말의 오물을 생산하지는 맙시다.

부탁드립니다. 누군가 고약한 말의 냄새를 풍긴다면, 그 냄새는 그 사람 자신의 것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가엾게 여겨줍시다. 안될까요. (노혜경)


사무적인 관점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욕설이든, 막말이든, 비아냥이든 지극히 정치적인 감각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는 노무현의 경우도, 전여옥의 경우도, 김용옥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언어는 일종의 권력의 형식이고, 각자가 갇혀 있는 『게임의 공간』이라는 주어진 프레임 안에서, 자기의 스탠스를 찾아가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앞으로 각을 세우고, 뒤로 정치적 지분을 요구하는 일종의 정치행위 또는 그 연장선 상에서의 행위이지요. 즉 그것이 그들의 유일한 무기이고 그곳이 그들의 전장이었던 것입니다.

도덕의 강조나 인간적인 호소만으로는 결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지극히 사무적인 관점에서 처리되어야 합니다. 나눌 것은 나누고, 합칠 것은 합치며, 막힌 곳은 뚫고, 꼬인 것은 풀어야 합니다.

최근 서프랑과 관련하여 불미스러운 일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결코 간과되어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글쓰기의 폐단도 아니고, 가정교육의 실패도 아니고, 삶의 강퍅함에서 오는 조건반사도 아니고, 한국말의 타락도 아닙니다.

큰 길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갈 때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거리가 나오고 길이 엇갈리면 반드시 문제가 일어납니다. 운전사들은 차 밖으로 나와서 서로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질러댑니다. 한국에서는 목청 높은 운전자가 이긴다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하나입니다. 첫째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수요에 비례해서 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더 많은 길을 닦아야 하고, 신호등도 세워야 하고, 횡단보도도 만들어야 하고, 교통질서도 강조되어야 합니다.

동프라이즈와 시대소리의 탄생은 더 많은 도로가 생겨난 셈입니다. 수요에 비례하여 공급이 늘었으니 일단 추돌사고의 위험은 줄었다고 봅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가면무도회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일은 신호등을 세우고, 범칙금 스티커를 끊는다는 관점에서 엄중 대처되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단지 조금씩 양보하고 인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모두가 약간씩 불편해질 것이고 우리는 그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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