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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897 vote 1 2019.02.14 (11:06:43)

      
    마음은 바다를 건넌다


    마음에 품은 것이 의도라면 그 의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의식이며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과의 관계다. 관계는 긴밀해야 한다.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보통은 반대로 생각한다. 둔감해지라고 한다. 바보가 되라고 한다.


    비유하면 배와 화물의 관계다. 보통은 배에 실은 화물을 마음으로 본다. 화물이 많으니 줄이라 한다. 내려놓으라고 한다. 짐을 싣지 말고 빈 배로 다니면 되잖아. 그런데 말이다. 빈 배로 왜 다니지? 짐을 버리고 빈 배로 다니라는 말은 살기가 힘드니 죽으면 된다는 말과 같다.


    배는 짐을 싣고 다녀야 배다. 사람은 마음을 쓰고 살아야 사람이다. 마음을 비우고 살라는 말은 죽으라는 말이다. 마음에 실은 화물을 버릴 이유도 없고 행복해지기 위해 바보가 될 이유도 없다. 포기하면 되잖아하고 말하지 말라. 더 크고 빠르고 튼튼한 배로 갈아타면 된다.


    그 전에 바다와 친해야 한다. 바람의 변화를 살피고 파도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유능한 선장이라면 많은 짐을 싣고도 거뜬히 대양을 건널 수 있다. 질, 입자, 힘, 운동, 량 순서대로 정신, 의식, 의도, 생각, 감정이다. 정신은 바다와 친해지기다. 긴밀한 상호작용이라야 한다.


    그것은 긴장하고 업되고 설레고 깨어나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다. 파도타기를 하는 서퍼처럼 바다와 하나가 된다. 민감해져야 한다. 그다음 의식은 화물을 장악하기다. 짐칸이 다양해야 한다. 화물은 짐칸에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어야 한다. 더 예리해져야 한다.


    둔감한 사람이라면 화물이 갑판 위를 굴러다니는 것과 같다. 무거운 것은 바닥에 싣고 가벼운 것은 갑판 위에 올려 균형을 잡는다. 정신은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고 의식은 내부의 질서를 통제한다. 정신은 파도와 바람에 맞서고 의식은 배에 싣고 있는 화물을 책임지는 것이다.


    의도는 그 배에 싣는 화물을 선택하기다. 어떤 화물을 선택할지는 어떤 바다에 어떤 배를 띄웠느냐에 달려 있다. 작은 호수에 대형 유조선을 띄울 수 없고 작은 보트에 대형 컨테이너를 실을 수 없다. 배는 바다보다 작아야 하고 화물은 배보다 작아야 한다. 결맞음의 문제다.


    보통은 화물을 줄이라고 한다. 틀렸다. 일단은 배의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그전에 먼저 바다를 키워야 한다. 마음은 우주적으로 넓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바라보는 대상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슴을 쏘아 맞히려고 하는데 사슴이 도망가므로 스트레스받는다. 


    그러나 산 주인은 스트레스받지 않는다. 사슴이 도망가도 내 산에 있다. 포수의 좁은 마음 버리고 산주인의 큰마음 얻어보자. 우리가 우주를 모르고, 역사를 모르고, 문명을 모르고, 과학을 모르고, 진보도 모르니 혼자 밤길을 가는 사람처럼 두려워하고 스트레스받는다. 


    마음이 커져야 한다. 우주를 알고, 과학을 배우고, 역사를 알고, 진보의 편에 서면 대낮에 큰길을 가는 것과 같아 스트레스는 없다. 사건의 다음 단계를 알고 있으므로 돌발상황에도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마음이 커지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 여유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받는 이유는 선택지가 적어 궁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원래 많다. 정 안 되면 산속에 들어가서 자연인이 되면 된다.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자연과 친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역사와 친하고 진리와 친하면 선택지는 우주적으로 넓어지게 된다.


    사람들이 종교에 집착하는 이유도 같다. 우주도, 과학도, 역사도, 진보도 모르니 종교로 대체하는 것이다. 종교 안에 우주도 있고, 과학도 있고, 역사도 있고, 사회도 있고, 진보도 있다. 그런데 가짜다. 그것으로 21세기 초연결사회에 대응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위안은 줄 수 있다. 


    마음은 밖으로 태평양처럼 넓어야 하고 안으로 면도날처럼 예리해야 한다. 그럴 때 화물은 배에 단단하게 결박되며 큰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 의도는 상관없다. 마음에 실은 짐을 버릴 이유가 없다. 섹스를 하고 싶거나, 미인을 만나고 싶거나, 성공하고 싶다면 그게 의도다.


    돈 벌고 싶고 명성을 떨치고 싶은 의도가 앞서면 망한다. 의도를 내려놓거나 의도를 비우거나 간에 망한다. 어떤 경우에도 망한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플러스는 거짓이다. 의도는 원래 거짓이다. 마음의 법칙은 마이너스다. 정신은 하나에 집중하고 의식은 곁가지를 배제한다. 


    성가시고 귀찮은 것을 라인에서 배제하여 계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아닌 것을 배제하는 것이 진짜다. 요리한다면 도마 위에 별것을 다 올려놓고 칼질할 수 없다. 잡다한 것을 치워야 한다. 의식은 한 가지 표적을 겨냥한 상태에서 잡다한 것을 치워가는 마이너스다. 


    오늘은 무엇을 사들일까를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무엇을 버릴까를 생각하기다. 에너지는 마이너스 방향으로만 통제된다. 물을 끼얹는 플러스가 아니라 산소를 차단하는 마이너스가 불을 끈다. 겉으로 플러스로 보여도 실제로는 마이너스다. 이는 우주의 보편 된 원리다.


    성공, 행복, 출세, 명성, 평판, 지위, 돈 따위 플러스가 눈에 보인다면 사실은 마음이 공허한 때문이며 그대의 마음이 공허한 이유는 성공, 행복, 출세, 명성, 평판이라는 화물을 내려놓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대가 건너야 할 바다와 타고 갈 페리호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항해할 바다는 무엇인가? 당신의 타고 갈 배는 무엇인가? 돈, 성공, 행복, 출세, 명성, 평판 따위는 그 배에 실린 화물에 불과하다. 문제는 인간이다. 화물은 곁다리로 따라간다. 인간이 되면 인생은 성공이며 돈, 성공, 출세 따위 외부에 전시하는 표지는 아무래도 좋다.


    마음에 실은 화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당신에게 건너갈 바다가 없는 것이 문제다. 바다는 역사, 진보, 자연, 사회, 집단, 국가, 과학, 문명들이다. 그것은 환경이며 환경과 친해지는 게 먼저다. 바다를 얻었다면 배를 띄워야 한다. 둘의 상호작용은 예리하고 섬세해야 한다.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둔감하면 죽는다. 큰 바다를 먼저 얻고 예리한 배를 다음 얻으며 화물은 상관없다. 화물이 가벼우면 빨리 가서 좋고, 화물이 무거우면 안정되게 가니 좋다. 돈이라도 좋고, 성공이라도 좋고, 행복이라도 좋고, 출세라도 좋고 뭐라도 좋다.


    무엇을 내려놓을 이유도 없고 무엇을 붙잡을 이유도 없다. 노무현처럼 큰 바다에 좋은 배를 갖추었다면 출세해도 좋고, 출세하지 않아도 좋다. 돈을 벌어도 좋고, 돈을 벌지 않아도 좋다. 작은 배를 타고 개천을 건너는 나룻배가 돈을 벌면 양반이 아니라고 뒷말하는 것이다.


    강준만이나 진중권이나 김규항과 같은 소인배는 작은 보트를 타고 개천을 건너는 사람이므로 돈을 만지면 반드시 사고가 난다. 좀팽이 꽁생원에게는 돈을 멀리하거라. 마음을 비우거라 하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큰 인물이라면 큰 바다를 건너가니 아무러나 상관없다. 


    돈이 있으면 능력자를 만나서 좋고, 돈이 없으면 여행자를 만나서 좋다. 성공하면 다음 사업과 연결되어 좋고, 성공을 못 하면 제자를 키워서 좋다. 행복하면 만족하여 좋고 불행하면 절절한 밑바닥 이야기를 얻으니 풍성해서 좋다. 어떤 경우에도 대응할 카드는 반드시 있다.


    무엇을 포기하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걸맞은 대응이 있고 지면 지는 대로 걸맞은 카드가 있다. 이기면 현찰을 챙기고 지면 경험치를 쌓는다.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채움이나 비움이 아니라 에너지다. 에너지는 길 따라 가고 길을 얻는 게 중요하다.


    트럭에 실은 화물을 비우면 되잖아 한다면 바보다. 마력과 토크를 올리면 된다. 트럭은 화물을 싣기 위해 존재한다. 마음은 마음먹기 위해 존재한다. 마음 굶으면 되잖아 한다면 바보다. 마음 굶지 마라. 한 번 에너지의 결이 끊어지면 꺼진 불과 같아서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마음은 먹어야 한다. 마음 굶으면 정신분열 일어난다. 환경과 긴밀하지 않으니 바다를 획득하지 못하고 집단과 결속되지 못하니 부두를 얻지 못하고 칼날이 예리하지 못하니 그 배에 돛대가 없고 작은 배에 화물을 잔뜩 실으니 침몰한다. 화물을 버릴 게 아니라 큰 배를 짓자.


    큰 바다로 나가서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세계 단위로 사고해야 한다. 백 년 앞을 내다보는 수소경제의 커다란 비전을 얻은 사람은 오늘날의 자질구레한 정치판 소동에 신경쓰지 않는다.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시선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 해결책은 언제나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정신과 의식과 의도와 생각과 감정의 각 단계에 대응할 수 있다. 순서만 틀리지 않으면 된다. 바다와 항구와 배와 화물과 목적지의 각 단계에 대응할 수 있다. 악기를 조율하여 좋은 소리를 끌어낼 수 있다. 앞단계에 일이 잘못되어도 다음 단계에 충분히 만회된다.


    어떤 경우에도 상황에 맞는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단, 미리 의도를 정해 놓았다면 실패다. 행복, 돈, 성공, 출세, 명성 따위를 정해놓으면 안 된다.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하고 써 붙이면 안 된다. 그런 것을 정하는 이유는 동료와의 비교 때문이며 비교는 어린이의 학습심리다. 


    남과 비교하는 이유는 자기 바운더리가 없기 때문이다. 고유한 내 활동공간을 얻었다면 자체적으로 나아갈 방향이 정해져서 남과 비교할 이유가 없고 비교가 없으면 내 안에서의 자연스러움과 완전성을 따를 뿐 남에게 증명되는 돈, 출세, 명성 따위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행복하면 편안해서 좋고 불행하면 절절해서 좋다. 행복이 피아노의 높은음이면 불행은 낮은음이다. 어떤 음이든 소리가 나면 좋은 거다.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며 비교의 이유는 그대가 건너야 할 바다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좁은 세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2.15 (06:47:48)

"남과 비교하기 때문에 망하는 것이며 비교의 이유는 그대가 건너야 할 바다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좁은 세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큰 바다로 나가서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세계 단위로 사고해야 한다."

http://gujoron.com/xe/1062964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9.02.15 (19:30:24)

마치 바이블을 읽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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