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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문제를 보는 관점은 국내정치를 보는 시각과는 완전히 달라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시의 입장에서 볼 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상대하기 쉬운 나라가 아니어야 합니다. 예컨대 일본이라면 까다롭지요. 정치인들이 본심을 잘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가들이 수락한 것도 국내여론을 핑계로 뒤집어놓기 일쑤입니다.

우리의 주적은 조중동의 네티즌에 대한 불신감 조장이다

 

홍어는 거시기가 두 개다. 김주영의 소설 홍어는 바람둥이 남자를 의미한다. 한국은 의리의 사나이 돌쇠민국이 되어야 한다. 홍어민국은 쪼까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아세가 독립기념관의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길게 보고 한걸음씩 가는 겁니다. 여론의 힘으로 대통령의 결정을 엎으려 해서도 안되고, 대통령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해서 실망해서도 안됩니다.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지 항상 의식해야 합니다. 주적은 조중동의 네티즌에 대한 불신감 조장입니다. 우리가 노무현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당장 무엇을 얻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네티즌이 유권자 일반으로 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에 포인트를 맞추고 사고해야 합니다.

네티즌은 정치권으로 부터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네티즌은 네티즌 나름대로의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논리가 있고 시스템이 있음을 과시해야 합니다.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필요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 정치세력이 네티즌 다수의 의사를 좌지우지 하는듯이 보여져서 안됩니다. 냄비끓듯 달아오르고 식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줘서도 안됩니다. 결론적으로 파병과 같은 문제는, 네티즌이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돌아가는 논리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조중동에게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당연히 정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야지요.

어떤 이유로도 파병은 안된다.

노무현의 파병결정에 대해서는 『지지를 철회한다』는 식의 조급한 태도를 보여줘서 안되고, 『노무현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는 식의 맹목적인 추종도 곤란합니다. 우선하고 정치적 태도 자체가 곤란합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안되고 네편 내편을 가려서 안됩니다.

노무현은 노무현이고 네티즌은 네티즌입니다. 우리는 사안별로 연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역할을 분담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싸우기도 하는 겁니다. 이 경우는 싸우는 것이 맞습니다. 이건 정치 차원이 아니라 인권 차원의 문제입니다.

왜인가? 우리 세대는 2, 30대 입니다. 우리가 40~50대가 되었을 때의 우리의 운명을 지금 노무현이 결정해서 안됩니다. 전쟁은 직접적으로 증오를 낳습니다. 이라크전을 목격한 아랍의 소년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그 증오의 피해자는 우리세대가 됩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해당사자로서의 발언권이 있는 것입니다.

물론 노무현 쪽도 사정은 있겠지요. 제 생각으로는 부시가 영변폭격론으로 노무현정부를 위협해서 모종의 뒷거래를 시도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든 말든, 노무현이 어떤 꿍꿍이를 가졌든 말든, 통치권자로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했든 말든, 밝힐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아닌건 아닌 겁니다.

대한민국이 만만한 홍어※이냐?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대통령 말 한마디로 움직여지는 나라가 아님을 과시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다루기 만만한 나라가 아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의회도, 국민도, 언론도, 네티즌도 설득해야 한다는 사실을 내외에 분명하게 인식시켜주어야 합니다.

김정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벌과의 뒷거래나, 청와대와의 밀실흥정만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위험천만입니다. 부시와 김정일은 학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청와대도, 의회도, 네티즌도, 언론도 각각의 독자적인 논리와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나라이므로, 이들 모두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까다로운 나라라는 사실을 깨우쳐야 합니다.

이걸 우리가 증명해야 합니다.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전쟁반대, 파병반대가 정답입니다. 노무현은 힘들더라도 국민의 동의없이는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네티즌의 반전여론은 5월의 미국방문을 앞두고 노무현의 협상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노무현은 네티즌의 전쟁반대를 대미 협상카드로 적절히 이용해야 하고, 네티즌은 전쟁반대를 소리높여 외쳐야 합니다. 노무현은 또 시험에 들었습니다. 네티즌과 노무현 사이에도 팽팽한 긴장이 흘러야 합니다. 파병 및 전쟁지지 철회가 정답이며 네티즌은 그 방식에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노무현은 대한민국이 대통령 맘대로 다되는 나라가 아님을 과시하라!

미국이 깡패대장이면 영국이 넘버 투고 스페인이 넘버 쓰리, 그 다음이 한국, 캐나다, 호주 쯤 되는가 본데 넘버 쓰리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남들이 다들 미국에 등돌려서 미국편에 아무도 없을 때, 『찬스다!』 하고 줄을 잘 서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생각을 했나본데 개쪽이죠.

노무현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2, 30년 후를 생각하라고요. 당신은 우리의 현재를 결정할 수는 있어도 미래까지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그건 월권이에요. 선진국들이 후진국을 ※으로 보는게 뭐냐면 독재자 한사람만 어찌 협잡하면 된다는 생각이지요. 지금 노무현이 해야하는 일은 우리가 그런 만만한 후진국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겁니다.

서영석기자 말대로 노무현대통령은 운신의 폭이 좁았다 칩시다. 그렇다면 그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은 우리의 할일이며 그 방법은 전쟁반대입니다. 우리는 전쟁반대 열심히 할테니 노무현은 네티즌 핑계대고 파병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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