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는 이순신과 권율의 전라도 군사가 열심히 싸웠을 뿐이다. 병자호란 때도 전라도 병사가 광교산에서 이겼을 뿐이다. 동학군도 고려할 수 있다. 표본이 적지만 왜 전라도 군사가 잘 싸울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전성기 왜구와 명나라 군대의 교전비는 10 대 1이었다. 그냥 칼 들고 싸우는 건데 압도적인 전력차가 난다. 왜 명나라 병사는 싸우지 못할까? 일대일로 붙으면 못해도 1.5 대 1이 될텐데 왜 10 대 1로 깨지는가? 키가 작은 데다 변변한 갑옷도 입지 않은 왜구에게 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든 전술에는 파훼법이 있다. 무적의 전술은 절대로 없다. 기효신서의 척계광이 마침내 왜구를 깨는 파훼법을 찾았으니 그것이 유명한 원앙진이다. 전술은 단순하다. 중앙을 돌파하거나 아니면 외곽을 에워싸면 된다. 이를 적절히 혼합한 망치와 모루 전술이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 명성을 떨친 것은 그리스의 팔랑크스였다. 7미터짜리 장창을 들고 열여섯 겹으로 고슴도치처럼 빽빽하게 서면 화살도 몸에 닿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방패로 가릴 수 없는 측후방이 약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알렉산더다. 알렉산더는 여기에 기병을 추가했다. 팔랑크스로 방진을 치고 모루 역할을 맡긴다. 기병을 양날개에 붙여 약점인 측면을 보호하고 적의 배후를 친다. 팔랑크스 방진이 모루 역할이면 기병이 망치 역할이다. 이 전술은 한동안 무적이었지만 로마 군단병은 손쉽게 팔랑크스를 깨버렸다. 팔랑크스는 평지에서 회전을 벌일 때만 먹힌다. 로마군은 그리스군을 산악이나 돌밭으로 유인한 다음 진형을 깨뜨리고 짧은 칼로 찌른다. 한동안은 로마군이 무적이었지만 게르만족이 간단히 제압했다. 중무장한 게르만족 기병을 몽골군은 경기병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어떤 전술이든 깨뜨리는 방법이 반드시 있는 거다. 장점은 동시에 약점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훈련된 군대와 오합지졸의 전력차가 무려 10 대 1이라는 거다. 조선이 약했던 것은 단지 병사가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투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하루에 되는 것은 아니다. 근대전의 요체는 병참의 운용에 있다. 콘스탄티노플을 깨뜨린 메메드 2세가 처음 개척했다. 메메드 2세는 15만병을 동원했지만 대부분 공병대였다. 실제로 전투에는 정예 예니체리 1만도 아꼈을 정도다. 처음에는 성벽이 약한 곳을 골라 우르반의 거포를 비롯하여 각종 대포를 일제히 쏘아본다. 실패한다. 일부 성벽에 구멍을 내고 병사를 투입시켜 봤지만 안에서 구멍을 막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토굴을 파본다. 성 안에서 알아채고 맞굴을 뚫는 바람에 실패한다. 이번에는 해전을 벌여 금각만으로 전함을 밀어넣어 본다. 역시 실패다. 오스만은 원래 해군이 약했다. 금각만에 쳐놓은 쇠사슬을 넘어가지도 못했다. 안되니까 이번에는 육지로 배를 운반하여 금각만에 투입한다. 이 과정은 역시 공병대의 작품이다. 제해권을 일부 빼앗았다. 70일이 지났다. 헝가리 구원군이라도 오면 망하는 판이다. 이번에는 대포를 사격하는 방법을 바꾼다. 삼각형 모양으로 쏘면 성벽이 무너진다. 이 수법이 먹혀서 성곽이 상당히 파괴되었다. 마구잡이로 쏘면 안 된다. 구조적으로 쏘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대포를 계속 쏘다보니 방법을 알아냈다. 이번에는 다시 땅굴을 뚫는다. 이 정도까지 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전군이 알라신께 기도를 하고 모든 병력을 일거에 투입했다. 땅굴과 대포와 전함이 동시작전이다. 천 년 동안 스무 번이나 공격을 당하고도 정공법으로는 넘어가지 않았던 성벽이 넘어졌다. 그 과정은 건축가의 방법이다. 공사판에서 공사를 하듯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다. 대포와 땅굴과 전함을 하나씩 시험하다가 전술이 완성되었다 싶자 모든 전력을 일거에 쏟아부었다.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이다. 중요한 것은 전투를 거듭하다보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는 거다. 파훼법은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왜군의 조총이 강하다지만 성벽에 숨어서 직사를 피하면 된다. 들판의 회전만 피하면 된다. 실제 일본군은 대부분 장창과 활로 공격했다. 조총은 기병의 쇄도를 저지하는 목적이다. 임진왜란 초반을 제외하고 조선군은 조총에 당하지 않았다. 평야에서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나라의 홍이포가 강하다지만 참호를 파고 숨으면 된다. 조선군이 비격진천뢰와 신기전과 승자총통과 편전 등의 우수한 무기를 갖추었다. 좋은 무기를 갖추고도 고전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권율은 신기전을 쏘는 화차 40대를 동원하고 전라도 군사로 이겼다. 처영대사의 승병이 일각에서 무너졌지만 권율이 막아냈다. 모든 무기를 때려넣고 우수한 지형에서 정예로 싸우면 당연히 이긴다. 절대 승리하는 방법이 있다. 정예와 오합지졸의 교전비는 10 대 1이다. 왜군은 갑자기 열배로 강한 권율의 조선군을 만난 것이다. 누구든 알렉산더와 항우와 징기스칸을 따라가면 강군이 된다. 훈련이 필요하지만 사실 훈련할 필요도 없다. 정신자세가 중요하다. 문제는 그 정신력이 그 정신력이 아니라는 거다. 신념, 용기, 애국심, 충성심, 단결을 강조하지만 가짜다. 바보야! 그건 정신력이 아냐. 히딩크가 말한 정신력은 다른 거다. 한국팀에 와보니 팀 안에 선후배 서열이 있었다. 기함할 일이다. 백퍼센트 지는 군대다. 홍명보 선배님 하고 부르니 축구가 안 된다. 명보! 간단하게 불러라. 히딩크 지시가 먹혔다. 박항서도 같다. 베트남팀 안에 있던 보이지 않는 위계서열을 외국인 감독이 제거해 버린 것이 먹힌 것이다. 미국 독립군이다. 영국군과의 교전비가 10 대 1이다. 왜 미국군은 영국군 소총보다 사정거리가 긴 우수한 소총을 들고도 영국군에 만방으로 깨졌을까? 미군 2만5천이 죽을 때 영국군은 1,250명이 죽었을 뿐이다. 미국인은 죄다 등신인가? 훈련이 중요하지만 훈련 이상의 그 무엇이 전라도 군사에게 있었다. 그게 뭐냐다. 왜군에게 패배한 경상도 군대와 왜군을 이긴 전라도 군대의 차이는 홍명보 선배님과 명보의 차이다. 이건 정신력이지만 정신력이 아닌 그 무엇이다. 척계광이 처음에는 양반집 자제로 군대를 만들었다. 왜군과 싸워 연전연패다. 방법을 바꾸어 이번에는 농민의 자제로 군대를 만들었다. 그 이후로 왜군에게 패배한 일이 없다. 교전비 10 대 1로 깨지던 명나라 군대가 갑자기 열 배로 강해진 것이다. 왜 미군은 영국군에게 지는가? 훈련도 문제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민병대는 젊은이와 나이 많은 사람이 뒤섞여 있다. 그리스의 팔랑크스와 로마의 군단병이 강한 이유는 그들의 유별난 동지애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한솥밥을 먹고 같은 데서 잔다. 밀집하여 동료의 땀냄새를 맡는다. 뒷병사가 앞병사의 등을 밀게 되어 있는데 밀다가 스킨십을 해서 우정이 돈독해졌다는 설도 있다. 이건 호르몬의 영역이다. 말로 하는 신념이나 애국심이나 충성심이 아니다. 빽빽하게 밀집해서 동료의 방귀냄새를 계속 맡다가보면 뇌 안에서는 동료의 신체를 자기 몸의 일부로 아는 것이다. 그 절정은 테베의 신성부대 300명이었다. 그들은 150쌍의 게이였기 때문에 전우애가 있었다. 300명의 게이들은 전멸할 때까지 한 명도 등을 보이지 않고 싸웠는데 근래에 무덤이 발굴되어 진실이 입증되었다고 한다. 이를 능가한 것은 스파르타 군대다. 평소에도 15명의 소대원이 모여 하루 한 끼는 무조건 같이 식사한다.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잠을 자야 강군이 된다. 무의식이 바뀌고 호르몬이 바뀌어서 강군이 된다. 말로 떠드는 충성심, 애국심은 소용 없다. 국군처럼 소대 안에 계급이 있으면 절대로 망하는 거다. 이스라엘에 늘 깨지던 이집트군이 강군이 된 것은 대학생을 군대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은 같은 강의실에서 방귀를 먹는다. 원래는 대학생은 나라를 이끌어갈 기둥이므로 아끼고 부랑자를 군대에 보냈다. 부랑자는 어차피 죽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연전연패를 하다가 사다트가 결단을 내려 대학생을 병사로 투입하자 단번에 이스라엘을 이겨버렸다. 대학생은 질이 균일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자원의 질이 균일해야 이긴다. 오자가 이를 알았다. 오자병법이 그러하다. 전라도 군대가 이긴 이유는 그들이 상대적으로 균일한 자원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한산성에서 조선군이 항명하고 반란을 일으킨 이유는 서울군대였기 때문이다. 서울놈들 데리고 전쟁한다는 것은 애초에 어불성설이다. 서울놈들은 워낙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자원의 질은 무조건 균일해야 한다. 양반, 상놈, 노인, 젊은이, 이방, 중인, 사냥꾼, 종놈, 중놈, 백정, 무당 기타등등 섞여 있으면 백전백패다. 물론 이들도 몇 년을 같이 활동하면 강군이 된다. 대학생은 4년간 같이 생활하므로 아니 초딩 때부터 16년간 같이 생활해서 강한 것이다. 교육이나 훈련이 없이 처음부터 강군이 되려면 절대 한 동네 출신을 모아야 한다. 지휘관과 병사는 같은 동네 사람이어야 한다. 지휘관을 중앙에서 파견하는 제승방략은 무조건 망한다. 일본군은 원래 같은 고향 출신으로 사단을 편제한다. 무조건 같아야 한다. 동질성이 없으면 백퍼센트 망한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지만 본질은 호르몬이다. 동료의 방귀를 3년은 먹어야 뇌가 바뀌고 전우애가 생기는 거다. 상대적으로 전라도 군사가 강했던 이유는 척계광이 농민군을 소집한 이유와 같다. 소대 안에 신분차가 있으면 위화감을 느끼므로 일체화 되지 못한다. 전라도는 뻥 뚫린 평지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균질성이 있었다. 이는 호르몬의 작용이므로 어쩔 수 없다. 이기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전투를 거듭해봐야 답을 찾게 되는 거다. 메메드 2세는 70일간 공방을 치르면서 여러번 실패했지만 조금씩 답을 찾아갔다. 당나라군대도 여러 번 실패했지만 결국 병참을 확보하여 고구려를 이기는 방법을 찾아낸 거다. 배후의 안전이 없이 기습하다가는 을지문덕, 강감찬에게 망한다. 척계광도 여러 번 실패하다가 왜구를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 안해봐서 못하는 거다. |
경험해본 호르몬 몇 개가 떠오릅니다.
1.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끝난 저녁에 선배가 운동장에서 굴리고, 막걸리 사발을 먹이더군요.
2. 지리산 MT를 가서 며칠 함께 산을 타며 고생하고 먹고 자기
3. 회사에서 해병대 캠프 비슷하게 일주일을 굴리며 잠까지 거의 못자게 굴리기
말씀하신 호르몬 작용, 모두가 함께 이야기나눌 거리가 생긴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우리학교에 학폭으로 학교를 괴롭히는 학부모가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른 학교는 갈수록 힘들어진다는데, 우리학교는 올해 몇 건의 학교장종결 빼곤 학폭사안으로 인한 정식 학폭위 개최는 없다. 선생님들의 팀웍이 된다. 균질하다. 오랫동안 근무하는 분위기다. 애들 먼저 생각한다. 학폭으로 가든 안가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결과는 그냥 나와준다. 교장샘은 민원에 시달리는 다른 학교 교장들에게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어디나 선수가 있다. 선수를 알아보는 관리자가 있다. 선수만으로는 안된다. 선수들이 떼거리로 있어야 한다. 그 선수를 알아보는 관중들도 필요하다. 관중들이 날뛰면 감독과 선수도 흔들린다. 학교가 그러하다. 우리학교는 안그렇다. 내년에도 이러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