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04 vote 0 2018.12.03 (13:31:46)



    의사결정비용의 문제


    에너지의 작용에 방향성이 있는 이유는 첫째 모든 의사결정에는 비용이 지불되기 때문이고 둘째 모든 의사결정은 대칭을 이루면서 짝수의 형태로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막에 홀로 고립되어 있다. 구조를 요청할 수단이 없다. 휴대폰으로 119를 부를 수 있다면 고립된게 아니다. 사건은 이런 형태로 일어난다.


    사건은 계를 움직이고 움직이면 외부와 단절된다. 수학에서 사건은 event다. 이벤트는 주사위를 1회 던지는 것이다. 공중에 던져진 주사위는 외부와 단절된다. 만약 뒤로 몰래 연결한다면 반칙이다. 주사위 도박에서 속임수를 쓴 것이다. 알아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당신은 공중에 던져진 주사위 신세가 된다.


    안철수가 대선후보로 TV토론에 나오면 공중에 던져진 주사위와 같다. 외부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다. 끈 떨어진 연과 같다.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신세가 되어도 머리를 잘 쓰면 최대한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게 구조론이다. 끈이 떨어지는 즉시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겠는가? 대칭을 조직해야 한다.


    패러글라이딩을 해도 바람을 잘 타면 100킬로를 날아갈 수 있다. 누구라도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순간에 끈 떨어진 연이 된다. 잘나가는 남자라 해도 여자에게 먼저 고백하는 순간에 그렇게 된다. 싸대기 맞지 않으려면 처신을 잘해야 한다. 침실에서는 본 실력이 나온다. 아빠도 돕지를 않고 엄마도 도와주지 않는다.


    사막에 고립된 당신은 최대한 버텨야 한다. 오줌을 마시면 하루를 버틸 수 있고 자기 피를 빼먹으면 사흘을 버틸 수도 있다. 뭔가 플러스가 되는 외부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고 오직 자기를 고갈시키는 마이너스 방법만 가능하다. 이때 취해야 하는 조치는 자신을 50 대 50으로 쪼개는 것이다. 반드시 50 대 50이어야 한다. 


    자기를 둘로 나눈 다음 하나로 뒤를 받치고 다른 쪽을 움직이는 식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두 다리로 걷는 것이 그러하다. 왼발로 뒤를 받치고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이 동작을 교대한다. 그런데 만약 6 대 4로 기울어지면 곤란하다. 6으로 뒤를 받치고 4를 이동시킬 수 있으나 4로 받치고 6을 이동시킬 수는 없다.


    계산이 안 되는 하수는 여기서 무너진다. 왜냐하면 6은 4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엔트로피다. 6으로 4를 이동시킬 수 있으나 4로 6을 이동시킬 수는 없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50 대 50도 정답은 아니다. 48 대 48 대 4라야 한다. 48로 받치고 48을 움직이며 4는 그 과정에 소비된다. 4는 의사결정비용으로 지불된다.


    항상 짝수로 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50 대 49 대 1은 안 된다. 양자역학의 원리다. 비용도 짝수가 되고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도 짝수여야 한다. 49대 49대 2도 안 된다. 49 안에도 별도로 대칭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왼발을 움직이려면 무릎을 중심으로 허벅지와 종아리를 대칭시켜야 한다. 계속 짝수로 가는 거다.


    그러므로 움직일 때마다 자투리의 손실이 일어난다. 비용이 1이라면 1만 소비해도 되는데 짝수를 만드느라 추가로 1을 더 소비한다. 그렇게 괜히 소비된 1은 대개 열로 변하여 빠져나간다. 열은 언제나 평형을 이루는 성질이 있으므로 그 과정에 열 자신을 소비시킨다. 열은 열을 멈추는 것이 등장할 때까지 움직여 간다. 


    그것이 평형이다. 인체도 평형이고 소비도 평형이고 열도 평형이며 자연계는 모두가 평형을 이룬다. 움직일 때마다 평형을 이루므로 그 평형비용이 소비되어 계속 마이너스 된다. 무언가 조금씩 손해를 본다. 의사결정비용이 청구되는 것이다. 이 도리를 알면 바둑을 두어도 상대방의 다음 수를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다. 


    상대방은 대칭을 이루려고 하므로 대칭을 깨면 된다. 상대방이 두어서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위치에 내가 먼저 두면 된다. 물론 상대방이 개념없는 하수라면 그런 거 없다. 그 경우는 상대의 행마를 무시하고 내 말의 대칭을 만들면 된다. 균형을 만들면 이기고 균형을 허물면 이긴다. 적을 6 대 4로 기울게 만들면 이긴다. 


    한나라당은 노빠와 호남의 균형을 이용하려고 하고 우리는 박빠와 명박의 대칭을 이용하려고 한다. 상대방이 내부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도록 몰아가면 이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2.04 (05:26:27)

"48로 받치고 48을 움직이며 4는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비용으로 지불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288 계통을 일으켜라 1 김동렬 2018-12-14 4267
4287 깨달음은 에너지다 1 김동렬 2018-12-13 4442
4286 깨달음으로 가는 길 3 김동렬 2018-12-12 4114
4285 깨달음이라야 한다 2 김동렬 2018-12-10 4230
4284 형식이 내용에 앞선다 1 김동렬 2018-12-10 4634
4283 구조론은 사건의 플랫폼이다. 4 김동렬 2018-12-09 3720
4282 쉬운 그림풀이 image 1 김동렬 2018-12-07 3949
4281 아마추어의 주관과 프로의 객관 1 김동렬 2018-12-07 3960
4280 쉬운 엔트로피 1 김동렬 2018-12-06 3888
» 의사결정비용의 문제 1 김동렬 2018-12-03 3804
4278 에너지는 방향전환이다 image 1 김동렬 2018-12-02 3822
4277 방향성의 의미 2 김동렬 2018-11-30 4248
4276 구조론은 같다 1 김동렬 2018-11-28 3912
4275 확률을 믿어라 2 김동렬 2018-11-28 4685
4274 닫힌계를 이해하라 1 김동렬 2018-11-27 3799
4273 세상은 마이너스다 4 김동렬 2018-11-26 3799
4272 음모론의 권력욕 1 김동렬 2018-11-26 4091
4271 새로운 지평을 열다 1 김동렬 2018-11-25 4611
4270 답은 경계선에 있다 1 김동렬 2018-11-23 4354
4269 자연의 언어는 구조다. 2 김동렬 2018-11-22 3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