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달마실에도 군데군데 엉성하게 타버린 홈메이드 호떡을 소개했다가 망신만 당했는데,
이번에는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봤습니다. 평생 살아오면서 널리 남을 이롭게 한 기억은 없는데,
최근에는 하나씩 만드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습니다.
초딩때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오면 고추 떨어진다고 해서 근처에도 못갔고,
스무살이 넘어서야 전기밥솥으로 밥 하는 법(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았고,
이제서야 크림스파게티와 오코노미야키를 마스터 했습니다. 딱히 요리 랄건 없지만...
먼가 만드는 것은 연구하고 실험하는 기분을 나게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지요.
비오는 날에 만들어 먹기 좋은...
일본의 간사이 지방에서 생겨난 음식인 '오코노미야키'는 우리나라의 빈대떡과 비슷합니다.
요리를 배운다면, 김치 부침개나 빈대떡 먼저 배워야 했겠지만, 어쩌다 보니 다 건너뛰고,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서 도전했다가 대실패를 거듭하고, 홍대 인근에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에 맛의 비밀을 염탐하러 왔습니다.
안에는 양배추, 돼지고기, 새우 같은게 들어가는데, 사실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이라고 해도, 새우는 네 개 밖에 안들어가더라구요.
쪼잔하게...
오리지날 오코노미야키와 다른 점은, 위에 면을 놓고 함께 짖어버린다는 건데...
보기엔 신선해보이지만, 맛에는 오리지날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어설프게 스파게티 면으로 했다가 건조면은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이게 완성된 요리인데... 사실상 실패작 입니다.
점원은 제가 그럴듯하게 대접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겉은 그럭저럭 봐줄만 한데, 속이 덜 익어서 음식이 산산이 부서져버립니다.
누군가 "이거 왜이래요?" 라고 따지면, "그건 원래 그렇게 먹는거에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르지요.
염탐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 집에서 다시 만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배운 것은 한가지 입니다. 부침가루에 너무 물을 많이 풀었던 모양입니다.
반죽을 좀 더 끈적하고 물컹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물을 적게넣고, 계란도 풀어서 반죽을 만들고,
원래 오코노미야키에는 90%가 양배추로 채워져있는데, 저는 좀 맛이 밋밋한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반죽에 절반의 양배추와 절반의 양파를 잘게 썰어 넣었습니다.
식용유 대신 약간의 버터를 넣었습니다. 버터를 녹일 땐, 센 불로,
그리고 반죽을 익힐 땐, 약한불로 8분, 뒤집어서 8분.
완성해서 반으로 잘라 도시락 통에 넣었습니다. 도시락 통에 넣을 때에는 바로 넣으면 눅눅해 질 수 있으니까, 좀 식힌 후에 넣는게 좋은것 같습니다. 이게 저의 이날의 간식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잘라먹을 과도와 마요네즈, 돈까스 소스, 사이다, 군대에서 제대할 때 가져온 숫가락을 준비해왔습니다.
원래 오코노미야키 소스는 직접 만들어야 했는데, 번거롭고 맛도 별 차이가 없어서 돈까스 소스로 대신했습니다.
만찬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소스를 발라주고... 먹으면 되는 거죠.
제가 만들긴 했지만,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칼에 잘려나간 단면 보이시죠? 속까지 잘 익었습니다.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보다 맛도 좋고, 완성도도 좋은 나름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가스오부시가 없어서 화려함은 덜하지만 말이죠...
이걸 만들기위해서 같은 음식을 열 번 넘게 만들어요. 그러니까 전 스스로가 무쟈게 자랑스럽습니다.
감격의 눈물이라도 흐를것 같습니다.(ㅜ,.ㅜ)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니까요.
(도서관 식당에서 주변사람들이 힘끔힐끔 쳐다봤답니다.)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셨습니까? 전 이것부터 시작합니다.
전 세계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만들어도, 제가 만든 양파가 든 오코노미야키는 하나 뿐이니까요.
다음엔 빈대떡에 도전해 볼 참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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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snow
양을 쫓는 모험
소스통은 약국에서 하나에 백 원 씩 주고 샀소.
주둥이가 좁은 소스통이 아니면, 소스를 뿌릴때 좋은 모양이 나오질 않아서 샀는데...
돈을 좀 더 투자해야겠소.
주둥이가 좁은 소스통이 아니면, 소스를 뿌릴때 좋은 모양이 나오질 않아서 샀는데...
돈을 좀 더 투자해야겠소.
꼬치가리
담번 벙개는 양모님 주방에서..!
요리 신공님들 전원 집합시켜, "나의 자부심 요리 경연대회" 개최를 희망합니다.
나는 꼭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하리다.
강추!
요리 신공님들 전원 집합시켜, "나의 자부심 요리 경연대회" 개최를 희망합니다.
나는 꼭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하리다.
강추!
양을 쫓는 모험
각자 발명품들을 가지고 집합하시오.
폴라리스
요즘 요리 잘하는 남자가 대세요. 뭐랄까 이시대 남자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교양이라고나 할까...... 인기있다는 드라마치고 남자가 특별요리 하는 장면이 빠지는 드라마가 없다오. 크림스파게티와 오코노미야키만 잘해도 여성들에게 충분히 점수따지 싶소. 근데 저렇게 완벽한 도시락을 싸는 양모님의 모습에서 결혼못하는 남자의 아베 히로시를 연상케되는건 왜일까.........
양을 쫓는 모험
폴라리스님 반갑소. 일본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 6편에서 아베 히로시가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장면이 있어서 그런게요? 위에 쓴 것과는 관계가 없지만, 양모도 아베 히로시의 팬이오. 우리나라에는 그런 캐릭터가 없기 때문이요. (히어로, 드래곤사쿠라 에서 나온 모습과 또 다르므로...)
국내 드라마에서 지진희가 아베 히로시를 열심히 따라 해보지만, '세상이 어색한 사람'과 단지 '까칠한 사람'은 다른법. (KBS)감독 부터가 드라마를 아주 잘못 해석했소. 어색한 캐릭터라면, 쥐스킨트의 소설이나 장자크 상뻬의 일러스트에서 주로 등장하는 느낌이오. 유진박이나 데이빗 헬프갓도 그런 쪽이고...
그런면이라면, 양모도 약간은 비슷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오. 세상에 사람을 대하거나, 회사를 다니거나 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니까. 꼭 요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그다지 상관 없는 거 같소. 밖의 세상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구조론 연구소라서 그런지 왠지 칭찬으로 들리오. ^^
국내 드라마에서 지진희가 아베 히로시를 열심히 따라 해보지만, '세상이 어색한 사람'과 단지 '까칠한 사람'은 다른법. (KBS)감독 부터가 드라마를 아주 잘못 해석했소. 어색한 캐릭터라면, 쥐스킨트의 소설이나 장자크 상뻬의 일러스트에서 주로 등장하는 느낌이오. 유진박이나 데이빗 헬프갓도 그런 쪽이고...
그런면이라면, 양모도 약간은 비슷한 면이 있을지도 모르오. 세상에 사람을 대하거나, 회사를 다니거나 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니까. 꼭 요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하건 하지 않건 그다지 상관 없는 거 같소. 밖의 세상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구조론 연구소라서 그런지 왠지 칭찬으로 들리오. ^^
이상우
혼자먹다가 좀 남지 않았소?
같이 먹소.
같이 먹소.
양을 쫓는 모험
포천에서 구조론 오프모임을 열면, 도시락에 싸서 들고 가리다. (좀 식어도 용서하시오.)
과학실험의 산물같이 보이지만 맛은 괜찮을 듯도 하오.( 저기 소스 약통 때문일까? 뭐 내가 안먹을꺼니까~ㅋㅋ)
실패와 노력,극복의 과정이 생생해서 아주 좋은 레시피오.
(나도 한번 맛있게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니...)
한번 더 만들어보시오. 훨씬 더 맛있어질 것 같소.(여친한테 사랑받겠소~)
빈대떡에도 양파를 넣어보면 맛이 괜찮소. (김치말고 야채빈대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