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장희라는 가수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그 세대가 아니니까 그를 잘 안다고, 그 노래를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얼마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것을 보게 되었다. 한때의 가수로, 사업가로, 프로듀서로,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레스토랑의 주인으로, 언론사의 사주로,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 모든 기억들 뒤로하고, 그간 벌어놓은 돈을 다 쓰고 죽겠다고, 홀로 캠핑카를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다가 이제는 울릉도에 정착하여 설렁설렁 재미있게 살고 있단다.
그의 인생스토리는 흥미로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장희 라는 사람 자체가 아니라, 이장희 라는 사람이 속해있는 세력에 관한 것이다. 1960년대 세시봉 음악감상실을 중심으로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윤여정, 송창식 등... 당시의 지성세력이 모였던 것이다. 각자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그들은 모두들 각자의 분야에서 대가가 되어있다.
조영남이 가끔씩 뻘 소리를 해도, 과오를 인정하고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이런 네트워크의 힘일 것이다. 그들이 젊은 시절 모여서 아주 특별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몇몇 사람은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그것이 그들이 음악을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딱히 음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니... 그들이 음악을 한 것은 단지 음악은 형식일 뿐이고, 그것이 생각을 담는 그릇이었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 네트워크에 울림이 있어, 가슴 한구석에 뜨거운 칼 하나씩 품고 있었다는 것. 처음 만남의 순간에 이미 불꽃이 튀기는 무언가 있었다는 것. 뭐 그렇지 않았을까?
구조론 연구소는 하나의 사고체계를 중심으로 모인 세력이다. 모두 각자의 분야가 있을 것이고, 언제고 대가가 출현할 것이다. 우리가 현재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가? 연역적 사고는 세상을 단순하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에 품은 것은 세상을 놀래킬 거한 똥침 한 방.
아란도
이들도 나름대로 뻘짓하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오. 그런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잘 흘러가게 되었다는 것...
결국 그들이 공유한 지성세력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겠지요.
혼자서는 잘 안되는 것이 모인 사람들의 집단지성이 작동했다는 것이고 보면...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할 것이오.
지성이 작동해줘야 할 때 작동되어야 뻘짓하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숨기면 , 즉 진실을 알지 못하면 지성도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때로는 묻어두는 것보다 들춰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생각되오. 그 세력 안에서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