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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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970 vote 0 2017.10.07 (13:55:14)

     

    구조론의 답은 끝까지 가는 에너지를 얻어 장기전을 하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계속하여 가는 것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면 사건을 일으키는 자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곧 주체성이다. 주체성을 얻으려면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대표성을 이루려면 타자성을 깨달아야 한다. 타자성의 깨달음이 말하자면 촌놈정신이다. 촌놈이 아니면 도시인이다. 


    도시인은 자신의 기득권과 역할과 포지션과 지위에 갇혀 있다. 그래서 행동이 무겁다. 필자가 노상 비판하여 말하는 향원이다. 독점적인 자기 나와바리를 가지고 안방에서 주름잡는 향원이 되지마라. 공자가 마주치면 말도 안 한다는 그 재수없는 향원 말이다. 향원은 시골유지나 혹은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한 분야의 실력자다. 요즘은 도시에 더 많다.


    이들은 집단을 끼고 있다. 언론계에서 한경오짓을 하거나 학계에서 엘리트라고 우쭐대는 자들이 그들이다. B급좌파 운운하며 진보에 골품 정하려는 자들 있다. 법조계나 관계나 군부나 어디든 세력을 이룬 향원이 버티고 있다. 그들은 이미 사건 속에 말려들어가 있으므로 에너지가 없다.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주체성이 없다. 의사결정 못한다.


    시골에도 텃세부리는 자가 있고 문단에도 문단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있고 연예계에도 개그맨 김준호처럼 무슨 엔트테인먼트 만들어 사설권력 휘두르는 개새끼들이 있다. 이경규, 박승재,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들이 나름 한 대감씩 하며 주름잡고 있다. 이런 쳐죽일 반동분자 되지 말라. 먹고살자고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권력을 끼면 위태롭다. 


    경험칙으로는 거의 99퍼센트 사고치더라. 이들은 투박하고 호흡이 긴 촌놈들과 달리 빤질빤질하고 약삭빠르고 이해타산에 능하다. 무엇인가? 어디를 가든 그 바닥의 구조가 있다. 의사결정구조가 있다. 그 구조에 끼어서 톱니바퀴의 부품이 되지 말고 예비자원으로 남아있으라는 말이다. 구조론은 마이너스다. 쉽게 마이너스 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


    본래의 순수를 지켜가야 한다. 잘 가공된 공장제품 되지 말고 원석으로 남아있기다. 언젠가는 보석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에너지가 있다.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기승전결의 기에 설 수 있다. 사건의 주인이 되므로 주체성이 있다. 에너지를 공급하고 사건을 설계하는 자의 특권이다. 기업은 돈을 대야 주인이고 사건은 에너지를 대야 주인이다.


    6월항쟁 때다. 데모를 하는데 대학생들은 운동권 노래도 잘 부르고 리더도 있어서 모양좋게 움직이지만 중국집 보이나 구두닦이나 넝마주이나 노가다 형님들은 뻘쭘하다. 운동권 노래도 모르고 리더도 없다. 모양이 안 난다. 그냥 서 있으려니 어색하다. 할게 없으니 괜히 파출소를 때려부순다. 거리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흩어진다.


    균일해야 한다. 이들은 균일하지 않다. 배경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다. 이들은 동료가 아니다. 서로 모른다. 프락치가 있다는 소문이 돈다. 우연히 모인 군중이라 불안하다. 믿지 못한다. 이들은 평소 대학생을 비난해 왔다. 있는 집 애들이 배때기가 부르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데모나 하네. 이런 거다. 그러나 결정적 시기가 오면 이들이 활약을 한다. 


    이들은 끝까지 간다. 광주항쟁이라 치자. 대학생들은 집에 간다. 왜? 엄마가 걱정하니깐. 그들은 효자다. 그들에게는 적당한 때 제동을 걸어줄 선배가 있다. 언제든지 후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은 서울역에서 흩어졌다. 각자 엄마아빠의 품으로 돌아간 거다. 그러나 광주에는 촌놈이 있었다. 이들은 촌놈이라서 엄마와 친하지 않다. 끝까지 남아있다.


    도청에서 죽은 영웅들이 진짜 촌놈이다. 질은 균일해야 한다. 동료여야 한다. 넝마주이나 구두닦이나 접시닦이나 카센타에서 일하는 자동차 수리공이나 택시운전사나 불균일하다. 동료가 되지 못한다. 그들은 쉽게 흩어진다. 오합지졸이다. 그러나 운명적인 상황이 닥치면 달라진다. 이들은 촌놈이기 때문에 끝까지 간다.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왜? 내가 아니면 다른 누가 남아야 하기 때문에 별수없이 내가 남는 거다. 대학생은 중간에 선배따라 왔으므로 중간에 선배따라 빠지지만 촌놈은 그게 평생 처음이므로 끝까지 간다. 제 발로 왔으므로 끝까지 간다. 대학생처럼 질적으로 균일한 동료이면서도 중도에 뒤로 빠지지 않고 우직하게 끝까지 가는 촌놈정신을 가진 사람이 노빠다. 에너지가 있다.


    사회는 이런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 내면에 에너지가 있고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구조를 셋팅하여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사람. 벤처정신을 가진 사람. 김대중도 노무현도 촌놈이었다. 서울출신 대통령은 잘 없다. 서울대 출신도 잘 없다. 서울은 중앙이다. 중간에 끼어 의사결정 못한다. 나폴레옹은 코르시카의 촌놈이었다. 징기스칸은 몽골 촌놈이었다. 


    차별하면 안 된다. 차별하면 빠져나갈 핑계가 생긴다. 난 가난하니까, 난 흑인이니까, 난 여자니까, 난 경상도니까, 난 전라도니까, 난 동성애자니까, 난 조선족이니까. 난 탈북자니까. 이래저래 다들 집에 간다. 누가 끝까지 남는가? 엘리트는 약삭빠르게 빠져나간다. 심재철처럼 배신한다. 누군가를 대타로 세워 죽이고 자기만 살자고 냉큼 빠져나간다.


    끝까지 남아 싸우는 자는 촌놈이다. 촌놈은 타자이기 때문이다. 촌놈은 어디에도 끼일 구석이 없다. 누군가는 이 광장에 홀로 남아야 하는데 다들 핑계거리가 있다. 촌놈은 핑계가 없다. 촌놈은 혼자이기 때문이다. 걱정하는 부모도 없고, 지시하는 선배도 없고, 심지어 전화 한 통 넣어주는 애인도 없다. 왜냐하면 촌놈이니까. 촌놈은 그 광장의 타자이다.


    타자여야 한다. 중대한 의사결정을 앞두었을 때는 모든 관계를 리셋시켜야 한다. 의식의 표백을 거쳐야 한다. 타자성 훈련이다. 난 부자도 아니고, 거지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동성애자도 아니고, 이성애자도 아니고, 경상도 아니고, 전라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존재다. 나는 그런 투명한 존재여야 한다.


    공기처럼 가벼워졌을 때, 물처럼 부드러워졌을 때, 나무명처럼 모두의 기억으로부터 잊혀졌을 때가 의사결정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리셋하고 원점으로 돌아와 단독자가 되어 신과 대결한다. 절절하게 혼자여야 한다. 정상에 오른 등반가처럼 내가 오롯이 천하를 대표해야 한다. 위기상황에 눈치보고 망설이면 안 된다. 남이 나서지 않으니 내가 나선다.


    나 아니면 인류를 구할 사람이 없다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역할과 포지션과 지위와 체면과 그 모든 사회관계를 내려놓고 광야에 홀로 서야 한다. 부끄러움도 없이 잘난 것도 없이 내세을 것도 없이 허허로운 마음이 되어야 한다. 촌놈이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 촌놈은 토박이 아니다. 터줏대감 아니다. 엘리트 아니다. 지식인이 아니다. 그 무엇도 아니다.


    역할이 없다. 불러주는 사람도 없다. 포지션이 없다. 지위가 없다. 완전히 투명해져야 한다. 보통은 역할에 갇혀 있다. 골대 앞에까지 드리블을 잘해 와서 마침내 골키퍼까지 제치고는 '참 나는 공격수가 아니었지' 하고 동료에게 패스하면 곤란하다. 그런짓 하다가 망한게 일본축구다. 골키퍼든 풀백이든 미드필더든 골대 앞에서는 무조건 슛을 쏴야 한다.


    촌놈은 타자다. 타자가 아니면 편 먹은 거다. 내가 기른 내 고양이 내가 죽이겠다는데니가 무슨 상관이지? 내 자식 내가 패는데 니가 무슨 상관? 이런 식으로 자기 소속, 자기 집단, 자기 그룹, 자기 나와바리, 에고의 논리, 자의식 과잉으로 나오는 안철수 부류가 약삭빠른 도시인이다. 그들은 언제든 시스템에 숨는다. 시스템을 갈아엎는 의사결정 못한다.


    촌놈은 타자이므로 척력이 작용한다. 밀어낸다. 어떤 것도 당기지 않는다. 아빠 부르고, 엄마 찾고, 선배 찾고, 후배 찾고, 부하 찾고, 보스 찾고, 신을 찾고, 어리광 부리고 그런거 없다. 대부분 잘못된 의사결정은 어리광 때문이다. 종교의 교주에게 의사결정 떠넘긴다. 민간인 학살을 저지르는 병사는 대장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그게 인력의 작용이다.


    나를 척력에 두어야 한다. 척력은 자유전자처럼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성질이다. 어느 한곳에 빈대붙지 않는다. 진정한 의사결정은 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통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한다. 심재철은 사건을 수습하려고 서울역에서 위화도 회군을 결정했다. 인력이 작용하면 사건을 수습하게 된다. 엄마가 당기고 아빠가 찾아와서 곧 포기하게 된다.


    촌놈은 당겨줄 아빠가 없고 걱정해줄 엄마가 없다. 촌놈은 척력에 머무르지만, 노무현을 만나면 인력으로 바꾼다. 도시인은 이미 인력속에 갇혀서 누군가를 당기고 있으므로 노무현을 만날 수 없다. 지식인은 노무현이 상고출신이라서 당길수 없다. 차별사회는 이래저래 지들끼리 엉겨붙어 당기고 있어 노무현을 당길 수 없다. 타자가 노무현을 잡는다.


    타자는 손이 비어서 당길 수 있다. 사건을 격발할 수 있다. 위대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자신을 예비자원으로 돌려야 한다. 역할과 포지션과 지위와 관계의 시스템 톱니바퀴 속으로 숨지 말고 곁을 비워두어야 한다. 그럴 때 만날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커플은 사귈 수 없다. 이미 사귀고 있으니까. 촌놈은 영원한 솔로여야 한다. 만날 사람을 만나게도 된다.


    대학생은 지식으로 균일하니 싸울 수 있고 촌놈은 혼자라서 끝까지 간다. 우리는 대학생의 균일성과 촌놈의 단독자 성질을 모두 가져야 한다. 일체의 사회적 차별을 없애서 대학생의 균일함에 도달할 수 있고 자기 고향을 떠나 패거리를 버릴 때 촌놈의 단독자 성질을 가질 수 있다. 선배따라 뒤로 줄대고 같은 기자들끼리 뭉쳐서 기레기짓 하면 곤란하다.


    법관들끼리 전관예우 찾고, 같은 군인끼리 어쩌고 이바닥에서는 어떻고 저바닥에서는 저떻고 똥개도 자기 바닥에서는 한수 접어준다는 향원행세나 하고 토박이짓 텃세짓 버려라. 노빠들이 촌놈이다. 거룩한 의사결정을 해낸다. 우연하게 내 발 앞에 공이 굴러오면 돌아보지 않고 바로 슛을 때릴 수 있다. 운명의 한순간에 0.1초의 주저함도 없어야 한다.


    이게 웬떡이지 하고 두리번거리면 곤란하다. 그래야 위태로운 사람을 구할 수 있다. 그렇게 지갑 주운 사람이 노무현과 문재인이다. 그냥 지갑을 주우면 되는데 다들 자기 포지션과 역할에 빠져서 눈치보다 망한다. 약싹빠른 안철수처럼 잔머리 굴리다가 망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3퍼센트 정도다. 노인이면서도 젊은 당을 찍는 사람이 있다.


    경상도면서 전라도당 찍는다. 부자면서 빈자당 찍는다. 그렇게 합리적으로 투표하는 비율이 한국에서 대략 10퍼센트다. 그 10퍼센트도 따지고 보면 복잡하다. 경상도 사는 호남사람이 있다. 그거 빼면 5퍼센트다. 그 5퍼센트 중에도 친구따라 동료따라 묻어가는 비율이 있다. 정확히 3퍼센트가 이 나라의 의인이다. 보통은 의사결정 못한다. 노빠는 한다.


    그 광장에 누가 남아있으면 그를 혼자 둘 수 없기에 나도 남는다. 둘만 둘 수 없기에 셋이 되고 셋만 둘 수 없기에 넷이 되고 그러다 백만 되고 천만 된다. 그 광장에서 진짜 동료가 만들어진다. 그들은 평등하다. 피부색이 없고, 성별이 없고, 빈부가 없고, 학벌이 없다. 그들은 투명하고 가벼운 존재다. 바람처럼 물처럼 그들은 순식간에 큰 기세를 이룬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그들은 역할과 입지를 갖지 못한 예비자원이다. 실전에 투입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투입되면 겁없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촌놈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언제든지 자신을 리셋할 수 있어야 한다. 의식의 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역할이 없는 투명한 타자라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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