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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030 vote 0 2017.09.25 (22:26:45)

     

    시민 안철수 케인


    오슨 웰스는 천재다. 천재 하면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다방면에 걸쳐 유능한 그런 인물이다. 전형적인 천재라 하겠다. 그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을 만들었다. 당연히 영화는 재미가 없다. 다큐멘터리 비슷하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그의 영화 시민 케인은 '영화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하는 영화 교과서다.


    주로 대칭을 쓴다. 제법 구조론적이다. 시작과 끝의 대칭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대칭의 문이 열린다. 문 속에 문이 있다. 계속 대칭이 열린다. 한 화면 안에도 대칭이 있다. 근경과 원경이라는 두 장면을 동시여 펼쳐낸다. 원경은 보통 창문 너머로 펼쳐진다. 광각렌즈를 쓴 딥 포커스 기법으로 근경과 원경을 같이 선명하게 잡아낸다.


    지나치게 대칭을 구사해서 기교가 튄다. 그를 깎아내린 사람은 박찬욱이다. 미국인들이 오슨 웰스를 숭배하는 이유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프랑스 영화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화는 카메라 장난을 많이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놀래키기 달인 스필버그다.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은 한마디로 까분다. 온갖 기교들을 전시해 놓는 것이다.


    주인에게 칭찬을 들으려는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대문간에 가져다 놓듯이 온갖 기교를 줄줄이 나열해 보인다. 하긴 스물다섯 살이면 그럴 만도 하다. 그중 다수의 기교는 오슨 웰스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라 하니 확실히 천재다. 기교가 영화를 제압해 버린 건 확실히 오버다. 그런데 노숙하다. 영화는 경쾌한 코미디로 가다가 점차 음울해진다.


    뭔가 공허하다. 재능을 너무 일찍 들켜버린 천재의 비극인가? 오슨 웰스의 인생도 상당히 찰스 케인의 일생을 따라간다. 톰슨 기자가 찾아 헤매는 로즈 버드는 끝내 피우지 못한 장미 꽃봉우리다. 그것은 찰스 케인의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하다. 꿈은 원래 실패일 수밖에 없다. 왜냐면 누구든 꿈은 여전히 소년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로즈 버드는 어린 시절에 찰스가 타고 놀던 썰매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의 일생은 썰매 타고 신명나게 놀던 소년기의 콤플렉스에 붙잡혀 있었던 거다. 프로이드가 봤다면 아마 한마디 걸쳤겠지. 찰스 케인의 인생 전반기는 꽤나 좋았다. 안찰스의 인생도 전반기는 꽃 피는 봄이다. 후반기에 말아먹었다. 오슨 웰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풍자했다.


    안찰스의 코메리칸 드림도 풍자된다. 자기 스스로. 찰스 케인은 운 좋게 얻어걸린 금광 덕분에 신문사를 사들여 언론왕으로 승승장구했다. 이 대목은 조선일보의 방응모를 연상시킨다. 방응모 역시 평안도 정주에서 금광이 터지자 그 돈으로 민족지 조선일보를 조만식으로부터 인수해 친일신문으로 타락시켰다. 시민 케인이 풍자한 허스트도 같다.


    그는 황색언론의 창시자라고도 불린다.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을 부추기는 기사를 써서 기어코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을 정도로 악질이다. 젊었을 때의 찰스 케인은 잘 나간다. 노동자와 시민의 편에 서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다. 주지사에 출마했다가 스캔들로 낙마한다. 그리고 몰락한다. 대통령 조카딸과 결혼했다 헤어지고 삼류가수와 결합한다.


    야망을 가지고 신분상승을 꿈꾸며 지체높은 인물과 결혼했다가 비위를 못 맞춰서 헤어지고 만만한 여자에게 접근해 오페라하우스를 선물한다. 절대권력을 탐하다가 막장에는 한 여인 위에 군림하려고 폭력을 쓰는 궁색한 처지로 내몰린다. 그리고 하나씩 둘씩 그의 곁을 떠나간다. 공들여 사 모은 조각상만 궁궐 같은 건물 안을 가득 채우게 된다.


    “그는 모든 걸 가졌고, 모든 걸 잃은 사람입니다. 로즈버드는 그가 갖지 못했거나 잃어버렸던 것 중 하나일 겁니다. 그게 뭐든 밝혀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세상 그 어떤 단어도 한 사람의 인생을 말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로즈버드는 그냥 하나의 퍼즐 조각뿐 일 겁니다. 잃어버린 한 조각..”


    그런데 왜 제목이 하필 시민 케인이냐고? 시민 트럼프를 떠올려도 좋다. 트럼프는 성공한 케인이다. 찰스 케인은 대통령을 꿈꾸다가 스캔들로 낙마하고 쓸쓸해졌지만, 트럼프는 어쨌든 백악관에 입성했다. 모든 미국인에게는 얼마간 찰스 케인의 속성이 있다. 빌어먹을 그 아메리칸 드림 말이다. 그것은 성공이면서 실패다. 성공할수록 실패다.


    영화에서 케인은 특이한 인물이다. 괴짜에다 악당이다. 모델이 된 신문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조선일보 방일영 짓을 했다. 언덕배기에다 유럽에서 성을 허물어 가져온 돌로 캐슬을 짓고 정치인과 명사를 초대하여 파티를 연다. 김영삼이 흑석동 언덕배기 방일영 집을 찾아가서 당선보고 했음은 물론이다. 무엇인가? 밤의 대통령이라 불렸다.


    방일영이야말로 모든 쓰레기의 꿈이다. 찰스 케인의 일생은 모든 미국인의 꿈이다. 그래서? 미국인은 공허하다. 정신이 공허하다. 철학이 없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쓸쓸해진다. 칭찬받으려 애쓰는 아이처럼 말이다. 나이 들어서 칭찬받을 만큼 뭔가 이루긴 했는데 칭찬해 줄 엄마 아빠는 곁에 없다. 칭찬받으려 하므로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오슨 웰스는 불과 스물다섯의 나이에 애늙은이처럼 그 꿈의 공허함을 까발기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한계를 폭로하고 있다. 문을 계속 열어젖힌다. 문 안쪽에서 뭐가 나올 듯 끝내 나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로즈 버드는 원래 환상이었다. 꿈을 쫓는 미국인들이여! 꿈 깨라. 뭐 이런 말이다. 시민 안찰스의 초반도 찰스 케인같이 승승장구했다.


    찰스 케인이 미디어로 재미 봤듯이 안찰스 역시 강호동의 황금어장에 출연한 후 미디어의 힘을 빌어 재미 봤다. 지금도 언론사 기레기들을 사조직으로 부리고 있다. 영화가 현실을 따라가는지 현실이 영화를 따라가는지 알 수 없으나 여전히 안철수는 시민 케인 영화 중에 50분대 언저리를 헤매고 있다. 그래서? 로즈 버드는 진정 무엇이란 말인가?


    안철수의 끝내 꽃피우지 못한 장미꽃 봉우리는? 역시 썰매 타고 놀던 유년시절에 있다. 애늙은이 오슨 웰스는 안철수의 미래를 80년 전에 예언하고 있다. 뻔하다. 그는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충돌했을 것이다. 이런 건 공식이 있다. 콤플렉스다. 인생이 대부분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야망을 쫓는다. 문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계속 전진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문을 하나씩 닫는다. 에너지 고갈이다. 닫아야 그나마 에너지를 조금 건진다. 그럴 때 한 사람씩 그의 곁을 떠나간다. 그러자 조각상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죽은 것을 모으기다. 뜯어보지도 않고 창고에 쌓아놓는다. 그는 점점 유령이 되어간다. 너무 일찍 재능을 꽃피워버린 천재의 삶은 매우 불우하다.


    왜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은 공허한가? 너무 일찍 재능을 들켜버린 천재의 눈빛은 왜 공허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왜 아메리칸 드림은 공허한가? 왜 헐리우드 영화는 스필버그 영화처럼 극장문을 나서면 공허한가? 재미는 있는데 남는 게 없다. 왜? 역시 대칭과 호응이다. 호응하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관객에게 역할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응해야 한다. 역할을 줘야 한다. 독재는 때려 부숴야 한다. 인류는 전진해야 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어떤 사람의 개인적 야심일 뿐 인류의 꿈이 아니다. 공유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꾸지람 먹은 소년이 보란 듯이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와 의기양양해 하며 과시한다. 금의환향이다. 무슨 짓인가? 결국, 고향의 부형에게 자랑하려고?


    항우의 실패다. 그는 꿈이 없었다. 아니 꿈이 있었다. 항우의 꿈이란 게 고작 고향의 부형들에게 자랑질하는 거였다. 그래서 고향 팽성으로 갔다. 죽었다. 공허하다. 그에게는 진정한 꿈이 없었던 것이다. 7급 공무원 이런 공허한 것은 꿈이 아니다. 인류의 꿈을 내 꿈으로 삼아야 한다. 자기소개 하지 말라는 말이다. 유방에게는 진정한 꿈이 있었다.


    그래서? 유방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군현제와 봉건제를 결합했다. 그는 인류를 전진시켰다. 시민 케인은 잘 작동하고 있는 기성 시스템에 편승하여 손쉽게 올라타려고 했을 뿐 외부에서 별도로 자기 시스템을 조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 많은 노무현들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 미디어의 힘에 편승하려고만 하는 안철수와 근본이 다른 것이다. 


    오슨 웰스 역시 편승했다. 라디오의 토키기법을 연극과 결부시키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게 전부다. 그는 일생을 장난꾸러기처럼 살았다. 유감없이 잘 살았다. 그런데 말이다. 찰리 채플린에게 있는 것이 그에게는 없다.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민 케인이 많은 안철수들의 비뚤어진 아메리칸 드림을 풍자하고 있듯이 그는 예리하다.


    그의 삶은 천재적인 20대에 멈추어 버렸다. 점차 화석이 되어 갔다. 찰스 케인이 그랬고 안찰스가 그랬다. 시스템을 조직하지 못하는 개인적 꿈의 한계다. 세상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에 머무르면 안 된다. 인류를 대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말을 하면 안 된다. 인류의 대변인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전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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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필버그 영화처럼 어딘가 공허한 게 많은 찰스 케인들의 근원적 한계입니다. 미국인들의 한계입니다. 헐리우드의 한계입니다. 개인적인 한풀이 한다는 말이지요. 욕구불만에 가득 찬 소년처럼. 재미는 있는데 관객들과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 절절하게 와닿지는 않는 그들만의 리그. 나아가지 못하므로 퇴행할 수밖에. 타란티노처럼 재능을 과시하여 뭔가 보여줄 듯 기대만 안겨주고 끝. 톰슨 기자가 찾아다닌 로즈 버드는 우리 모두가 가진 소년기의 봉긋한 꿈입니다. 아빠에게 칭찬이나 들으려는 안찰스처럼. 고향의 부형들에게 우쭐대며 자랑하려는 항우처럼. 유방은 달랐습니다. 흉노와 싸우러 갔지요. 졌지만. 공유되는 시스템의 건설이 우리의 미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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