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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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256 vote 0 2013.04.24 (16:03:59)

     창조경제가 웃겼다.


    불가의 8정도라면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념(正念), 정정진(正精進), 정정(正定)이 있다. 여덟 개라면 너무 많다. 정언(正言)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21세기는 인문학의 시대이다. 바른 언어야말로 인문학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것이다. 언어가 당당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대의와 명분이 정론으로 궤변을 치는 바른 언어에서 나오는 거다.


    언어는 전제와 진술의 형식이 있다. 거짓 언어는 전제 없이 진술만 하거나, 주어 없이 동사만 쓰거나, 혹은 동사 없이 주어만 있거나다. 혹은 동사를 반복하여 가주어로 삼는 속임수를 쓴다.


    문장이 비뚤어졌다. 사이비들이 잘못된 언어로 대표적인 예가 ‘몸에 좋다’는 표현이다. 문장에 전제가 없이 진술만 있음을 알 수 있다. 언어가 망한 것이다. 굉장히 많은 오류를 낳는 것이다.


    몸에 좋은 대표적인 음식이 설탕이다. 칼로리는 에너지를 생산하므로 몸에 좋다. 그런데 과연 좋을까? 소금 역시 몸에 좋다. 나트륨 대사가 없으면 인간은 죽는다. 그런데 그게 진짜 좋아?


    좋긴 뭐가 좋아. 커피나 홍차는 졸음을 쫓는다거나 혹은 비타민은 신진대사를 돕는다거나 혹은 설탕은 저혈당을 막는다거나 혹은 소금은 체온조절을 돕는다거나 하는 식이면 바른 언어다.


    아는 사람이라면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A면 B다. 왜냐하면 C일 때 D이기 때문이다‘ 하는 담론의 형식을 갖추어야 한다. 망한 언어를 쓰면 그게 사람이 못배웠다는 표시가 되기 때문이다.


    지식인 아닌 증거가 딱이다. 그야말로 포장마차에서 씨부리는 잡배요 저자거리에서 떠드는 아줌마라 할 것이다.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면 3분 안에 수준을 들킨다.


    그 사람이 학력이 있고없고를 떠나 가방끈이 길고짧고를 떠나 딱 견적이 나와주는 것이다. 언어를 생산재로 쓰면 의가 통하는 사람이요 영감을 주는 사람이요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이다.


    언어를 소비재로 쓰는 사람은 꽉 막힌 사람이요 수구꼴통이요 피해야 할 사람이다. 당신의 언어는 생산재인가 소비재인가? 언어를 집단지성의 세포로 쓰는가 감정배설의 수단으로 쓰는가?


    한의사 특유의 어투가 있다. ‘기가 허하다’거나, ‘간에 열이 찼다’거나 하는 식의 표현들을 살펴보면 전제가 없거나 혹은 동어반복이거나 문장이 제대로 성립 안 되는 비문임을 알 수 있다.


    민감한 센서로 문장의 어색함을 포착해야 한다. 종교인들이 쓰는 ‘영빨 듣는다.’거나 ‘은혜 받는다’는 괴상한 표현도 그렇다. 도대체 뭔 소리야? 말이 되냐? 이건 언어가 아니라 소음이다.


    이런 망한 언어를 쓰는 자와는 되도록 마주치지 말아야 한다. 은혜가 ‘받는다’는 뜻인데 ‘은혜 받는다’는 말은 받는다+받는다이다. 동어반복이다. 문장에 주어가 없다. 뭐가 어쨌다는 거야?


    이건 한국어가 아니다. ‘대전은요?’ ‘전방은요?’ 이런 유아어도 마찬가지다. 주어는 있는데 술어가 없다. 사람이 이런 비굴한 언어를 쓰는 이유는 자기 포지션이 당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입지가 정당하지 않아 질문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실례이기 때문에 감히 문장에 ‘~까?’를 붙이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매우 비겁하다.


    당당한 언어를 가져야 한다. 옳고 그르고 자시고 간에 확고한 자기 언어가 있어야 한다. 자기 언어 없이 다른 사람의 언어에 이러쿵저러쿵 지적질 하는 태도 역시 언어가 망한 거다.


    3류 논객들 하는 소리 말이다. 독립적인 자기 주장이 없으면 견해를 밝히지 말아야 한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은 발언권 없다. 누가 물어봤냐고? 니가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야?


    ‘탑을 저렇게 쌓으면 사흘이 못가서 무너진다.’ 이는 정언이다. ‘난 젠틀맨이 싫어.’ 이건 거짓 언어다. '왜 거기 나를 끼워넣지?' '네가 뭔데?' 이 문장에서 숨은 전제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숨은 전제란 이런 것이다. ‘내가 친구로서 널 걱정해서 충고하는데 말야.’ 이런 거다. 이런 문장을 앞세우고 그 다음에 자기 의견을 붙인다. 발언권을 획득하는 절차다. 근데 친구 아니거등?


    젠틀맨이 못마땅하면 ‘젠틀맨은 거부감을 주는 가사로 인해 대중적인 성공이 어렵다.’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자기 의견을 말하면 안 되고 시장의견, 대중의견, 유행의견을 말해야 한다.


    박근혜의 소음공해도 그렇다. 굴뚝산업은 공장이 있고, IT산업은 인터넷이 있다. 주어가 있는 거다. 얼마전 유행했던 웹 2.0이나 안철수의 융합이나 북악골 박씨의 창조경제는 주어가 없다.


    존재란 무엇인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어떤 작용을 가하였을 때 반작용이 있으면 그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혹은 어떻게든 대응하는 것이다. 빛은 대응하나 그림자는 대응하지 않는다.


    빛은 있고 그림자는 없다. 빛은 실체가 있고 그림자는 실체가 없다. 그림자처럼 불완전한 존재는 다른 어떤 것에 빌붙어 있으며 그 빌붙는 대상은 상부구조다. 상부구조에는 폴더가 있다.


    폴더의 이름은 개소리 폴더다. 개소리 폴더에는 귀신, 유령, 영혼, 이매, 망량, 도깨비, 요정 등이 들어 있다. 근래에는 UFO, 외계인, 기(氣), 사스콰치, 빅풋, 좀비 등이 추가로 들어섰다.


    웹2.0이니 융합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것도 그 부류다. 빛이 있으니 그림자가 생겨난다. 빛은 당당하고 그림자는 허무하다. 당당한 빛의 언어를 쓰고 빌붙는 그림자 언어를 버려야 한다.


    창조경제는 IT밴처를 육성하겠다는 건데 박근혜가 IT를 모르니까 거기서 주어를 빼버린 것이다. 주어를 빼고나니 남는 것이 동사다. ‘IT벤처를 창조하다’에서 IT벤처를 뺀 것이 창조경제다.


    빛을 잃어버린 그림자와 같다. 당당하지 못한 언어다. 어색하다. 사람은 없는데 옷은 있으니 허수아비다. 흔적은 있는데 실물이 없으니 유령이다. 사람은 맞는데 판단을 못하니 얼간이다.


    이런 그림자 경제, 허수아비경제, 유령경제, 얼간이 경제를 그는 하고 싶은 것이다. 왜? 자신이 박정희 그림자이자 박정희 유령이자 박정희 허수아비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기소개다.


    누가 물어봤냐고? 왜 시키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하지? 박정희라는 주어가 사라졌으니 동사가 남아 홀로 허공을 배회한다. 이것이 까놓은 진실이다. 언어가 당당하지 않으면 사기꾼이다.


    바른 언어를 써야 하며 거짓 언어를 쓰는 자와는 마주치지 말아야 한다. 주어와 동사, 전제와 진술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한다. 자기 감정, 자기 입지를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말해야 한다.


    포지션이 갖추어졌을 때는 설사 그 구조 안에 대입된 명사나 형용사가 오류일지라도 피아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오류가 걸러진다. 언어는 소통하고 소통과정에서 검증되므로 문제없다.

 

    설사 틀린 사실의 진술일지라도 당당한 언어이면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걸러져서 인류에 기여한다. 반면 맞는 사실일지라도 당당하지 못한 언어는 의사소통을 방해하여 인류를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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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세 행을 읽기 전에 견적이 나옵니다. 문장이 바르지 않으면 그 책을 덮습니다. 대화는 3분 안에 견적이 나옵니다. 언어가 바르지 않으면 그 사람과는 끊습니다. 저만 그렇겠습니까? 이 나라에 글자 아는 모두가 그렇게 합니다. 횡설수설 하는 자와는 대화하지 않습니다. 이미 대화의 루트가 단절되었으므로 선비가 박근혜를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습니다. 나라가 결단나고 마는 것은 정해진 코스입니다.  

 




[레벨:11]큰바위

2013.04.27 (11:55:53)

언어 중에 개그와 유머가 참 어렵습니다. 

언어는 독백이 아니고, 관객과의 소통, 청자와의 소통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나 씨부렁댄다고 유머가 되는 것이 아니며, 어설프면 금방 들통납니다. 


시작 전에 알아차렸는데, 시작하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더 심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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