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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401 vote 0 2018.02.06 (13:51:59)

 

    영화 염력이 망했다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고 전문가 평점도 괜찮던데 일반관객 평은 최악이다. 필자가 영화를 보는 시선이 전문가 시선인 거다. 별로 전문가는 아닌데.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거다. 필자가 염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용산참사를 정면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베충들은 그 장면이 싫었을 테고.


    영화 크로니클을 봤는데 염력의 평가가 왜 나쁜지 알겠다. 나는 히어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과거 TV로 원더우먼과 맥가이버 본게 전부다. 판타지도 안 본다. 반지의 제왕 보다가 잤다. 그렇다고 그 영화를 잼있게 봤다는 사람들을 경멸하지는 않는다. 글래디에이터도 나는 황당했는데 남들이 좋다고 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나는 어설픈 고증으로 망쳐놓은 명량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휴~ 너무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경솔한 거다. 고증 좀 하자. 명량 이후로 최민식 영화는 안 본다. 원래 영화를 잘 안 보지만. 요즘은 영화를 잘 안 보니까 필자가 영화평론가는 아니고. 하여간 좀비도 사실 유치한데 남들이 정신줄 빼놓고 보니까 나도 봐준다.


    부산행 남들이 괜찮다고 하니까 마동석이라는 이유로 인정해준다. 그 부산행을 찍은 천만감독 연상호가 망작을 만들었다고 하니 짠하다. 크로니클을 찍어 대박낸 감독 조쉬 트랭크도 다음 영화는 망작이 되었다고. 판타스틱 4인가 그럴 거다. 1억 2천만 달러를 써서 북미에서 5천만 달러 건졌다는데. 이건 폭망 중에 폭망이다.


    걸작을 찍은 감독이 명성에 취해 다음 영화 대충 찍고 폭망하는 공식이 있는 거다. 하여간 부산행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로 염력이 나왔다. 성의없이 만든 거다. 게다가 주연이 유승룡이라니. 이 양반은 조연 아냐? 전문가만 좋게 평가한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떠올리게 한다. 조연을 주연으로 쓰면 망한다.


    게다가 평범한 은행경비원이란다. 은행경비원이라면 못해도 가스총은 차고 있어야 하는거 아녀? 은행경비원이 평범해? 아파트 경비원이라면 몰라도. 치명적인 것은 철지난 레인맨 잠바 입고 나왔다는 거다. 그 잠바 요즘도 시장에 있나? 하여간 너무 주인공을 찌질이로 묘사해 놨다. 거기다가 신파까지. 여러 가지로 쇄말주의다.


    지리멸렬한 내용을 끝까지 가져가는. 주인공이 패배하는. 그 좋은 염력 가지고 아무것도 못하는. 하여간 필자의 주장은 그렇다. 주인공은 미남이어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7인의 사무라이는 어떻게 싸우면 이기는지 그 방법을 알려준다. 어벤져스는 팀플레이로 싸워야 이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망하는건 당연한 거다. 예컨대 타짜라 치자. 주인공이 하수이고 돈을 잃고 거지되어 끝나면 영화는 당연히 망하는 거다. 주인공이 이겨야 한다. 용산참사라는 소재에 억지 연결하다 보니 염력이 죽었다. 그런데 한국형 히어로 영화로 잘못 선전되어 어벤져스와 비교하게 되었으니 망하는 거다.


    어쨌든 판타지 영화는 어벤져스만 흥행했고 상당히 망했더라. 반지닦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린랜턴:반지의 선택이라는 영화가 폭망해서 생긴 말이라고. 판타스틱 4는 고무닦이라나. 하여간 판타지는 꽤 망하거나 흥한다. 스타워즈도 망한 편이 다수다. 반응이 극과 극이다. 대박난 크로니클도 한국에서는 관객이 들지 않았다고.


    블레어위치만 해도 엄청난 대박영화지만 한국에서는 이런거 망한다. 미국에는 숲이 많고 숲에서 공포를 느껴본 사람이 있고 그들은 자기가 실제로 겪은 것을 영화에서 재현하지만 한국인들은 숲에서 공포를 느껴본 사람이 없다. 애초에 한국에서는 이야기가 안 된다. 감정이입이 안 되는 거다. 판타지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1. 미남미녀 배우를 써라.
    2. 이기는 공식을 보여줘라.
    3. 우주적으로 세게 나가라.
    4. 독자적인 세계관을 제시하라.
    5. 과학적 지식을 소화해라.


    염력이 망한 것은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인공이 찌질하다. 여배우는 괜찮은데 하정우가 나왔어야지. 둘째, 이기지를 못했다. 사회비판에 치중한 때문이다. 염력은 어차피 뻥인데 웬 리얼리즘? 셋째, 한국 좁은 바닥에 갇혀서 상상력을 키우지 못했다. 미군 전투기 서너 대 뽀개주고 항공모함 밑창 빵꾸내야지 참!


    러시아 우주정거장에 가서 담배 한 대 피고 와야 하는데. 어차피 CG로 할건데 못할게 뭐야? 넷째, 독자적인 세계관 곧 게임의 규칙이 없다. 원래 판타지는 세계관 장사다. 여기서는 이런게 규칙이다 하는 규칙놀이 꼭 하는 거다. 그 세계관 공부하는 재미가 있는데 말이다. 염력을 쓰면 염력탐지기 가진 국정원 요원이 잡아간다.


    비밀기지에 가보면 염력자들이 CIA에 잔뜩 잡혀서 고문당하고 있잖아. 염력방지 발찌 차야 풀려나잖아. 그런 규칙 지어내기 잼있잖아. 주인공은 염력이 없는 척 속이는 능력 써서 풀려나잖아. 다른 능력자와 동맹할 때의 규칙 이런 것도 잼나잖아. 다섯째, 과학적 지식 중요하다. 그냥 공중부양 하면 머리가 무거워 뒤로 자빠진다.


    물체를 공중에 띄우는건 굉장히 복잡한 작업이다. 공중에 뜨면 바람만 살짝 불어도 밀려간다고. 이런건 풍동실험실에서 연구해보고 반영해야 한다. 크로니클은 그래도 과학적 지식을 상당히 반영했다. 구름 속으로 다니다가 벼락맞는다는 설정이 그렇다. 공중부양에는 몇 가지 기술이 있다. 하수는 슈퍼맨처럼 누워서 날아간다.


    중수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날아간다. 고수는 팔짱 끼고 직립해서 날아가는데 그중에서 최고수는 한 팔로 턱을 괸다. 공중부양도 급수에 따라 자세가 다른 거다. 염력의 주인공은 공중부양 기술이 너무 형편없다. 후진기어를 넣는 방법도 모르는게 말이다. 공부 좀 하자. 초능력 영화는 여전히 희망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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