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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820 vote 0 2018.02.08 (18:25:14)

     

   나무위키에서 이신론의 개념을 공자와 결부시켜 폭넓게 해석해놨기 때문에 혼선이 있었는데 다른 백과사전들을 검토해 본 결과 이신론은 기독교의 변종으로 보는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이 원래 맥락에 따라 파악되는 것이므로 구조론의 신에 대한 관점을 넓은 의미에서 이신론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


    하여간 공자와 노자, 묵자를 이신론자로 보는 견해는 나무위키 외에 본 적이 없다. 구조론을 이신론으로 단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삼아 논리를 전개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이신론도 영국 이신론이 다르고 프랑스 이신론이 다른 판에 말이다. 이신론적 관점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이신론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


    기독교로 오해되기 때문이다. 구조론은 의사결정구조로 본다. 세상을 물질로 보지 않는다. 물질이 아니므로 일단 유물론은 아니다. 물질이 아니면 에너지다. 에너지라면 완전성이다. 그 완전성에는 이름이 없다. 완전성의 의미는 의사결정구조로 보면 모든 것은 두루 연결되어 있고 통일적으로 존재한다는데 있다.


    거기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예컨대 버섯을 예로 들 수 있다. 버섯이나 이끼나 해조류들은 어떤 중심이 없다. 뇌가 없다. 본부가 없다. 그런데도 때가 되면 뭉쳐있던 균사가 형태를 만들어낸다. 방아쇠는? 내부 스트레스다. 균사가 번성하여 일정한 한계에 도달하면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럴 때 핵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비가 오는 해는 버섯이 많이 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버섯이 자라지 않는다. 겉으로는 버섯이 자라지 않아도 속으로 균사가 번성해 있다. 즉 어떤 개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다. 모호한 존재다. 그런데 깊이 들어가면 이런 모호함이야 말로 존재의 근본이라 할 것이다.


    원래 신은 조상신이었다. 조상은 가족이다. 가족은 남이 아니다. 신의 의미는 타자가 아닌데 있다. 신이 인간을 심판하고 점수매기고 징벌하는 외부의 존재라면 그것은 신일 수 없는 거다. 그것이 구조론의 관점이다. 신의 의미는 부족이 어떤 통일성을 가지는데 있다. 통일성은 인간이 작위적으로 지어낸게 아니다.


    이웃 부족과 갈등이 일어나고 전쟁이 임박하니 어떻게든 부족을 결속시켜 구심점을 만들어볼 요량으로 거짓 선동을 해서 신을 꾸며낸게 아니라 원래 부족은 통일성이 있다. 다만 그것을 설명할 언어가 없을 뿐이다. 원래 개미는 개미집단의 일원으로 존재하며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데 전혀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버려진 존재가 아니며 원래부터 통일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버섯의 균사덩어리처럼 원래 덩어리의 일부로 존재한다. 컴퓨터의 반도체 하나가 다른 반도체를 타자로 느끼지 않는다. 내 손가락 하나가 다른 손가락을 남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엄밀히 따져 말하면 남이나 한가지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사실 뇌가 느끼는 것이다. 손가락이 아픈게 아니라 뇌가 아픈 거다. 그래서 손가락이 뇌를 골탕먹이려고 자해할 수도 있다. 손가락이 곪아봤자 아픈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손가락은 저지르지 않는데 인간은 저지른다. 인간은 집단이나 전체를 타자로 여긴다.


    홍준표가 그렇다. 경제가 망해야 하는데, 평창이 망해야 하는데 하고 고사를 지낸다. 중국집 주방장이 주인을 엿먹이려고 손님들에게 탕수육을 곱빼기로 퍼줬더니 오히려 대박난 이야기도 듣지 못한 모양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뇌와 손가락의 관계라 손가락에게 뇌는 남이 아니다. 엄마에게 아기는 남이 아니다.


    신은 사건의 존재다. 사건은 실제로 있다. 추상적 원리로만 알아들으면 곤란하다. 신은 물질이 아니며 인간 외부의 어떤 대상이 아니다. 사건은 죄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딱 분리할 수 없다. 기도를 한다고 로또를 당첨시켜 주지 않지만 기도할 이유는 있다. 신과의 긴밀한 연결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손가락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손가락 맘대로 하는게 아니라 뇌의 관점에서 해야 한다. 손가락은 뇌가 아니지만 손가락의 의사결정은 뇌의 의사결정을 따른다. 이는 군인이 대장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과 같다. 병사는 언제라도 부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병사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신은 창조를 한 다음에 인간을 버리고 떠났고 기적은 없으며 기도는 소용이 없다는 기독교 이신론의 관점은 구조론과 맞지 않는 것이다. 뇌가 손가락을 버릴 수 없듯이 신은 인간을 떠날 수 없고 엉뚱한 기적은 없어도 의미있는 기적은 있으며 엉뚱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기도는 소용이 있다. 신은 분명히 있다.


    양자역학은 아직 우주의 근본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전에 우주의 존재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우주는 있다. 왜 있지? 무지를 인정해야 한다. 우주가 왜 있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있는건 맞는데 신이 왜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것은 분명히 있다.


    다만 신이 타자화하고 대상화할 수 있는 물질적 존재가 아닐 뿐이다. 신은 대상화될 수 없다. 그러므로 신에 대한 기도는 타인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자기와의 대화가 된다. 인간이 존재하고 우주가 존재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일어나는게 아니라는 점을 아는게 중요하다.


    물리학은 아직 답을 모른다. 나도 모르는건 모르지만 신이 없다고 말하는건 우주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는 유물론자의 신이 없을 뿐이다. 혹은 기독교의 신이 없을 뿐이다. 인간이 이웃 집단과 싸워서 승리하기 위해 부족이라는 가상의 개념을 꾸며낸 것은 아니다. 부족은 원래 있다.


    어쨌든 인간은 신을 부려먹을 수 없다. 손가락이 뇌를 부려먹을 수 없다. 뇌에게 명령할 수 없다. 신에게 명령할 수 없다. 그러나 손가락은 뇌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신의 계획을 아는 사람은 쉽게 성공할 수 있다. 신과의 대화에 부지런한 사람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의사결정은 언제나 전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당신이 토지를 구입할 요량이라면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고려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생각이면 신의 계획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이 서울시에 전화를 한다고 해서 서울시가 당신을 위해 도시계획을 바꾸지 않는다. 반대로 당신이 서울시 계획에 맞추어 토지를 구입하는게 현명한 전략이다.


    신의 계획과 당신의 이해가 충돌한다면 당신의 이해를 바꿔야 한다. 버스와 행인이 충돌한다면 누가 피해야 하겠는가? 철길을 건너던 사람이 기차를 향해 피해가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당신이 기차를 피해야 한다. 어쨌든 신이 어떤 수염 난 할아버지는 아니다. 요즘은 염라대왕도 좋은 약을 먹어서 회춘했다던데.


    신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다양하게 쓰인다. 요즘 말하는 신은 기독교 신이고 일본 신토의 신은 아주 다르다. 유대교의 신은 원래 조상신이었다. 구조론의 신이 기독교의 신과 다른데 굳이 신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을 수 있다. 완전성을 반영하는 다른 단어를 생각해 봤는데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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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9]Quantum

2018.02.08 (20:45:07)

아주 공감합니다.
영감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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