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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수원나그네
read 2393 vote 0 2017.12.04 (09:05:23)

<LH 땅장사, 통제시켜야>


지금까지 우리나라 토지개발정책의 두 가지 큰 흐름은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한 것과 택지개발사업이다.

토지구획정리사업은 ’80년대 이전까지 도시개발의 주력수단으로 활용된 것인데, 토지소유자의 일정지분을 공공용도로 전환하는 방식으로서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도시개발방식으로 활용되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택지개발사업방식은 ’80년대초부터 등장했는데, 토지수용을 통한 도시개발방식으로서, 도로나 학교용지 등의 도시계획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하던 토지수용방식을 확대 적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택지개발방식은 ‘수용-개발-분양’이라는 3단계의 업무가 추진되고, 단기간에 업무추진이 가능하여 최근 20-30년간 우리나라 주택보급의 주된 역할을 하였다고 할만하다.


그렇다면 택지개발제도가 어째서 오늘날에 문제가 되고 있는가?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단기간 추진을 위해 수용방식을 취하다 보니, 모든 개발대상토지를 현금가로 보상하는 일이 불가피해졌고, 현금이 풀리니 지가가 더욱 올라서 보상규모가 천문학적 숫자를 보인다. 이로 인해 사업추진측의 재정압박이 크다.

둘째, 주변토지가의 급등을 촉발하고 있다. 그동안 개발예정지 혹은 그 주변 땅값을 폭등시켜온 데는 이 같은 막대한 토지보상비 외에 대체토지라는 개념도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행정도시 예정지에서 정부는 해당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대신 피수용자에게 대토매입에 의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그동안 토지보상비를 받은 현지인들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을 감면받을 요량으로 현금보상을 받는 대신 인근 지역에 대토를 매입하게 되고 이 대토 매입이 다시 땅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연쇄고리를 형성해온 것이다.

셋째, 공공측은 사업추진과정에서 야기되는 금융비용의 압박때문에 공공측이 다하여야 할 ‘개발된 토지’의 공적 관리책무를 포기하다시피 하고 민간측에 서둘러 분양한다는 점이다.

넷째, 민간에 분양된 토지가 투기적 활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가격이 있으므로 원가로 분양해도 그 이득이 고스란히 분양받는 자의 몫으로 되고 있다.

다섯째, 개발지구 주변지역은 택지개발로 인한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데 비해 개발이익을 환수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토지불로소득의 발생을 조장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


이상의 문제점들은 수용방식을 취하는 개발사업, 가령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등의 개발에 있어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수용-개발-분양이라는 메카니즘을 통하여 추진되는 토지개발사업은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공공측이 조장하는 것이다. 

그러한 개발이익의 사유화라는 메카니즘은 헌법정신에 합치하는 것일까? 여기에 바로 문제가 있다. ‘수용후 매각’이라는 사업의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가? 그것은 공용수용에 의한 택지개발후 토지소유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이 공용수용의 헌법정신에 합치하느냐의 문제와 직결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불합치한다.


헌법 제23조 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항의 ‘공공필요’의 정의에 대해 개별법에서 규정하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법인 ‘공익사업을 위한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도 ‘공공필요’에 대해서는 정의하지 않은 채 해당사업만 명기하고 있다. 그래서 토지공법학분야에서 ‘공공필요’에 대해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로, 토지의 공용수용을 위한 공공성이 인정될 수 없는 공익사업의 4가지 유형을 정리하면,

1) 순수한 수익목적 내지 영리목적을 위한 경우

2) 한정된 특정소수인의 이익을 위한 경우

3) 사람의 사회경제문화 생활상 직접적인 필요성이 극히 적은 경우

4) 공익사업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

이다. 


택지개발은 적어도 위 네 가지 중 첫째와 둘째에 해당하는 비공익 사유를 가진다. 

즉, 첫째, 매각시에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영리행위에 가깝다. 앞에서 설명한 시장가격과의 격차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를 두더라도 현실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이익이 발생한다. 

둘째, 분양받을 능력이 있는 자만 혜택을 보므로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나고, 상대적으로 소수의 능력자가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니까, 가령 도로용지나 학교용지 등의 공공시설용지는 수용 후 국가 및 공공의 소유가 되고 민간에게는 이용가치로 존재하는 데 비해, 공용수용하여 택지개발한 후 분양하는 것은 개인소유가 된다. 즉, ‘특정구매능력자에게 매각’하기 위한 ‘공용수용’은 목적에 합치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위 문제를 보다 본질적으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용한 토지는 매각하지 아니하고 주택을 보급하는 방식이 헌법정신에 맞다. ‘소유권’을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할 ‘거처’를 ‘보급’하는 것이고, ‘보급’은 임대나 토지임대를 통해서 하는 것이다. 공공측이 주도하여 벌이는 토지개발사업은 토지개발후 토지를 공공측이 소유한 채, 그 토지의 사용을 필요로 하는 자에게 시장원리로 임대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스템에서 개발이익의 사유화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토지불로소득은 어떻게 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택지개발 후 토지를 개발전 토지와 비교하면 3가지가 다르다.

첫째, 개발허가 리스크의 극복이다. 토지는 공공재여서 관청에서 허가해주지 않으면 개발하지 못한다. 그러나 공공측이 개발사업을 벌이면 토지의 인허가문제가 해결된다. 개발전 토지에 비해 고비용의 리스크가 극복된 것이다.

둘째, 업조닝(Up-Zoning)이 된 것이다. 보전·생산용도의 토지가 도시지역으로 바뀌고 그것도 땅값 비싼 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큰 혜택이다.

셋째, 기반시설이 정비되고 주변에 인구와 활동이 집중하므로 토지의 사용가치가 커진다. 농사용의 사용가치와 대비하면 지대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

적어도 수도권은 3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문제가 없으므로, 개발후의 땅값은 개발전 그것에 비할 바 없이 올라간다. 택지개발시행자가 공시지가보다 높게 쳐서 현시가대로 토지를 매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이득을 취하는가?

LH공사 등 (LH공사, 지방공사 등 택지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모든 공기업을 이와 같이 총칭하기로 한다), 건설사, 그리고 분양받은 자, 그리고 주변토지소유자 이렇게 넷이다. 하나하나 보자.

1) LH공사 등은 공기업이므로 이에 대한 이득을 취한다 해도 그 크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폭리가 있다 하더라도 공기업의 성격상 다른 차원의 조정과 통제를 통해 공익에의 기여가 가능하다.

2) 건설사는 분양가가 자율화되지 않으면 폭리가 어렵다. 분양가 자율화가 되면, 변수가 되는 것은 사업기간이다.

3) 분양받은 자는 분양받은 후에도 위의 3가지 조건의 반사이익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을 기대한다. 판교 로또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형성될 시장가격과 이자비용부담보다 분양가가 낮다고 판단되면 과열된다. 입지조건만 충족되면 더 오른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니까 보전이란 이름으로 지켜오던 공공의 몫이, 개발이란 과정을 통해 그 몫이 커지면서 사유화되는 것이 현재의 택지개발 시스템이다.

4) 주변토지소유자의 혜택 또한 크다. 그 불로혜택에 대한 공공개입이 필요하지만 아직 불비하다. 이 문제는 별도의 계획규제 및 세제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므로 일단 제외하자.


위의 2)를 다시 보자. 

건설사의 분양가 자율시에는, 건설사의 사업기간이 길어지게 되는데, 건설사는 분양가책정을 입주시점이자 등기시점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건설사가 분양하는 금액이 작으면 3)의 분양받은 개인의 몫이 커진다. 시장가격은 위에서 언급한 택지개발후 3개 혜택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즉, 분양가를 낮추면 분양받는 자의 몫이 커지므로 제로섬게임이 된다. 사업기간동안 시장가치는 대폭 상승하므로 덩치도 커진다. 제로섬게임에서 밀리면 밀리는 쪽이 손해이므로 ‘건설사’와 ‘분양받는 자’ 양자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에서 분양가 공개, 분양가 거품빼기 운동을 벌여왔는데, 그러한 운동의 목적이 달성될 경우, 혜택을 보는 자가 누구냐 하면 분양받은 자이다. 시장가격은 이미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으므로 분양가를 싸게 공급받으면 그만큼 혜택이 더 돌아온다. 제로섬게임인 것이다. 즉, 시공원가부문을 제외한다면, 분양가를 낮춘다고 본질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 토지개발정책를 요약하면,

1) 막대한 보상비를 저감해야할 과제

2)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개발방식으로 정립할 것

3) 토지불로소득 환수문제

등이다. 


소위 '주류경제학'이 등한시 하는 토지가치의 원리를 다시 살펴보자.

성장하는 경제에서 토지의 소유비용은 사용수익을 상회한다. 이로 인하여 토지의 지대 즉 임대료는 토지소유가격의 이자율보다 항상 낮은 상태다. 그럼에도 토지소유가 선호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것은 미래지가의 기대상승차액이, 소유비용과 임대수익간의 차액의 총계를 상회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 이러한 상회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주변지역의 여건변화로 해당지구의 사용가치가 높아지리라고 기대하는 예측이 보편화되어서 그것이 지가상승에 반영되는 경우에 그러한 상회가 자주 발생한다. 대체로 택지개발 등 공공측에 의한 인공적인 개발이 추진되는 지구의 경우, 분양초기에는 주변의 인프라 내지는 활동의 집적이 충분치 않으므로 분양가가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장가격이 매우 상승한다. 


초기에는 공급자로서도 분양을 선호하기 쉽다. 

초기분양가가 낮긴 하지만 임대료보다는 분양가의 이자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즉, 임대료의 자본가격보다 분양가가 훨씬 크기 때문에 분양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때 장기적으로 분양가보다 시장가격이 훨씬 올라서 그 차액보다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지만, 짧은 임기에다 자금회전에 목마른 그 시점의 임원들에게는 강건너의 세계일 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 분당 평촌 판교 들이 분양후 얼마나 뛰었나? 

국민세금이 그들의 인프라정비에 고스란히 들어가면서 시장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한마디로 LH는 그동안 팔아서 밑지는 장사를 했다.
토지의 사용가치가 오르는 곳은 지대도 늘어난다. 초기 분양가의 이자보다 훨씬 큰 수익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냥 놔두고 서서히 챙겼으면 부자가 되었을텐데, 당연히 극복해야할 금융비용 스트레스를 넘지 못한 것이다.


분양받은 능력자들이 국민세금으로 배불리는 걸 보는 원주민소유자들은 배가 안 아프면 비정상이다. 

임대사업부지도 이름만 간판으로 해놓고 임대주택을 5년후에는 매각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니, 땅주인들이 배아파서 그냥 못 내놓는다.

http://m.news.naver.com/newspaper/read.nhn?oid=009&aid=0004059650&page=1&date=20171204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돨 것이다. 

이제 LH방식은 한계에 왔다. 지금이라도 매각중단을 천명해야 한다. 

공공보유의 원칙을 천명한 후 다양한 방식의 임대로 가야 복지에도 부합되고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개발이익은 반드시 공익화된다는 선명성을 보여주어야 땅주인에게 협조를 강제할 수 있다.

그게 헌법정신이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레벨:5]거침없이

2017.12.05 (00:42:26)

이 분에게 많은 걸 배우고 싶네요.
[레벨:6]부루

2017.12.06 (00:39:08)

나그네님 아니신가요?  시대의 지식인 존경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7.12.06 (09:29:23)

감사합니다~

본문중에 잘못된 문장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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