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에 관한 일곱가지 이야기

● 사랑은 만남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이야기 하자.

여기 진지한 삶의 자세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종업원 출신의 테레사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속박으로부터

철저히 자유롭기를 원하는 화가 사비나가 있다.

밀란 쿤데라가 그대를 위하여

두 사람과 만나는 자리를 주선한다면

그 두 사람 중에서 당신의 연인은 누구이겠는가?

테레사의 진지한 사랑과 사비나의 열정적인 사랑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옳은 것일까?

작가는 다만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답은 각자가 그대의 인생 그 자체로 대신해야 한다.

테레사와 사비나는 한 인간의 양면성이다.

테레사가 곧 사비나였던 것이다.

테레사의 마음 깊은 곳에 사비나가 도사리고 있고

사비나의 마음 한 곳에 테레사가 웅크리고 있다.

테레사는 한 단계 더 상승하기를 원하고

사비나는 다만 이 순간에서 완성하기를 원한다.

사비나는 더 많은 내 안의 나를 발견하기를 원하고

테레사는 그 안에서 하나의 온전한 나를 완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테레사는 사비나를 거치지 않았기에 실패하고

사비나는 또 테레사로 나아가지 않았기에 실패한다.

그대가 진정한 사랑을 원한다면

내 안의 테레사와 내 안의 사비나가 만나는 자리를 주선해야 한다.

나와는 다른 존재인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내 안의 또다른 나를 허락해야 한다.

사랑은 내 밖의 나를 받아들이기다.

먼저 내 안의 나를 허락하지 못하고서는

내 밖의 나 역시 진정으로는 허락하지 못할 것이다.

사비나를 거쳐온 테레사야말로 진정한 것이며

테레사로 나아간 사비나가 승리한다.



존재는 가볍고 만남은 무겁다.

존재는 세월의 강물에 떠내려 가고

만남은 그 순간의 전율함으로 하여 영원히 각인된다.

그 만남의 한 순간에 그대의 일생을 오롯이 관통할

절대의 룰이 정해지는 것이다.

진실로 말하면

사랑은 만남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만남으로서 완성된다.

이미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이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면

서로는 진정 만나지 못한 것이다.

완성되지 못한 그것은

실로 만난 것이 아니라

단지 마주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사랑은 길을 가는 것이다.

사랑은 길을 가다가 또 집에 들르는 것이다.

길 끝에서 집의 대문을 두드리고

집을 나서면 또 길이 이어진다.

우리는 길에서 마주치지만 집에서 진정으로 만난다.

우리는 길에서 사비나와 인사하지만

집에서 테레사를 진정으로 만난다.

우리는 집에서 테레사를 만나지만

길에서 사비나와 재회한다.

사랑은 그러한 부단한 만남과 만남의 연속이다.

어쩌면 삶은 다만 스쳐 지나가는 것일 수 있다.

인생이란 리허설도 예고편도 없이

어느 순간에 운명처럼 속절없이 맞이하는 것이다.

미리 알아서 대비할 수도 없고

내일을 계획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광석화 같은 사랑의 스쳐감에도

인(因)이라는 이름의 집이 있고

연(緣)이라는 이름의 길이 있다.

길과 집이 이어져 인연(因緣)을 이룬다.

사랑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주어진 순간 순간을 부단히 완성시켜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사랑은 길에서 만나고 또 집에서 완성하면서

또다른 길을 찾아 날마다 새롭게 나서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매 순간에 사랑일 수 있어야 한다.

매 순간의 인연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번 사랑을 얻고

그것으로 인생을 끝내려 해서는 실패할 뿐이다.

인생은 먼 길을 가는 것이지만

여전히 대문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인연을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길에서 마주쳤고 집에서 완성한다.

그 집에 머무르지 않고 또 길을 나서야 한다.

테레사는 말했다.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라고

사랑으로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라고

사비나는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완성하라고

존재하지 않는 내일을 위해 실존의 오늘을 희생시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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