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이야기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았다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나르키소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는 결말이 달랐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 때 숲의 요정 오레이아스들이 호숫가에 왔고, 그들은 호수가 쓰디쓴 눔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왜 울고 있나요?”

오레이아스들이 물었다.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어요.”

호수가 대답했다.

“하긴 그렇겠네요. 우리는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숲에서 그를 쫓아다녔지만, 사실 그대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숲의 요정들이 말했다.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호수가 물었다.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놀란 요정들이 반문했다.

호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

연금술사는 감탄을 터뜨렸다.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 ‘연금술사’의 프롤로그다. 이 짧지만 강렬한 글이 장편소설 전체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절을 이해못한다면 낭패다. 과연 독자들이 프롤로그의 의미를 진정 이해할 수 있을까?

네이버 ‘지식인’에 이와 관련된 질문이 올라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듯 하다.

모두가 황금을 찾으려 한다. 미인을 찾으려 한다. 가치있는 것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가치를 동반으로 상승시키지 못한다면? 자신이 그 황금의 격조에 걸맞는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자신이 그 미인의 미(美)를 더욱 아름답게 연출할 수 있는 고결한 존재가 못된다면 의미없다. 그렇다. 불행하게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의미는 닭이 알을 품는다는 뜻인 바 품어내기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어내기에 성공하고 있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품는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뜻이다. 또 그렇게 상승된 자기 자신에 의해 상대방의 진정한 가치 또한 드러나는 법이다. 사랑할 때 두 사람의 가치는 동반상승된다.

나와 너의 가치를 상승시키지 못한다면 그 사랑은 실패다.

나르키소스는 미남자다. 모든 요정들이 그의 미(美)를 칭송하고 있지만 다만 칭송할 뿐 자기 자신의 가치를 고양시키려는 요정은 없었다. 호수는 나르키소스를 통해 자기 자신을 고양시켰던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동시에 자기 자신을 통해 상대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나는 것이 진정한 만남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을 변화시킬 의지라고는 없이 다만 상대방을 찬양할 뿐이라면? 그것은 TV 시청자들이 탤런트를 숭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은 진정하지 않다.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만남의 방법으로 당신이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는데 성공했다면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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