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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733 vote 0 2016.02.02 (11:56:01)

     

    “옛것을 익혀 새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


    옛것은 어떤 일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일은 복제, 조합, 연출의 순서로 진행된다. 복제는 자연의 완전성을 인간에게로 가져온다. 조합은 짝지어 대칭시키는 방법으로 의사결정한다. 연출은 마지막으로 현지의 실정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한다. 원인이 옛것이면 결과는 새것이다. 전략이 옛것이면 전술이 새것이다. 진보 합리주의가 옛것이면 보수 실용주의는 새것이다. 세력전략이 옛것이면 생존전략은 새것이다. 수비전술이 옛것이면 공격전술은 새것이다. 외연확대가 옛것이면 내부점령은 새것이다. 이것이 일머리다. 일의 머리와 꼬리가 있다. 머리는 옛것이고 꼬리는 새것이다. ‘일의 흐름’으로 보는 관점에서는 그러하다. 먼저 지반을 다져 토대를 든든히 굳힌 다음 건물의 층수를 올린다. 먼저 착수하는 일이 옛것이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한다. 봄의 파종은 작년에 수확한 옛것으로 하고, 가을의 수확은 올해 자란 새것으로 한다. 교육은 옛것으로 하고 취업은 새것으로 한다. 옛날 교과서로 고전을 배우지만 현장에 투입되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최신의 실무를 배운다. 진보는 생물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인류가 처음 지구에 출현한 20만년 전에 기획된 옛것에 의지하고 보수는 당장 눈앞에 닥친 적을 쳐부수려 한다. 진보의 원칙주의를 익혀 보수의 임기응변까지 쓰게 되면 스승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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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그릇처럼 어디에 국한되지 않는다.”


    군자는 처음 일을 벌이는 사람이지, 마침내 일을 완성시켜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을 완성시켜 이득을 취하고 그것으로 남들 앞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려 하므로 인간이 작아진다. 군자는 처음 바둑이라는 게임을 발명하는 사람이지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아니다. 일은 복제, 조합, 연출된다. 복제는 자연에서 취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조합은 그것을 걸맞는 그릇에 담고, 연출은 웨이터가 홀에서 서빙한다. 조합하여 그릇에 담으려 하므로 그릇이 된다. 그만큼 작아진다. 공자는 제자를 복제하고, 자공은 학문을 조합하고, 자로는 현장에서 솜씨를 연출한다. 공자와 자공과 자로가 순서대로 일의 시작과 의사결정과 끝을 이룬다. 공자의 인격에는 세 사람이 함께 들어있다. 단 사람들이 한사코 일의 결과에만 매달리므로 공자가 각별히 이를 경계하여 거듭 안회와 비교하며 자공과 자로를 꾸짖는 것이다. 봄의 파종은 등한시하고 가을의 수확에만 매달리는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럴수록 그릇이 되고 도구가 되어 인격이 제한된다. 진보와 보수를 똑같이 중시하면 전부 보수로 달려가는게 인간이다. 엔진은 차의 가운데 있어도 안 되고 중간에서 약간 앞에 있어야 자동차가 통제된다. 그러므로 거듭 경계하여 꾸짖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의 흐름에 휩쓸려 미끌어져 들어가서 마침내 그릇이 되어버리는 실패를 저지르지 않도록 부단히 애쓰지 않으면 안 된다. 실용주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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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말보다는 실행을 앞세우고, 말한 후에는 행동이 따른다.”


    말만 앞세울 뿐 실행이 없는 노자와 장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논쟁할 뿐 결코 현장에는 뛰어들지 않는다. 자신의 무지를 들킬까봐 겁내는 것이다. 노무현죽이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비 지식인들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이념적 노선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것이 하나의 일인데, 그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은 기승전결로 이어가며 반전을 일으킨다. 일의 결말은 알 수 없다. 일단 일을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변두리 지식인들은 바른 노선을 찾겠다며 다른 사람을 비판할 뿐 결코 일에 착수하지 않는다. 일에 착수하지 않으므로 옳고 그름이 검증되지 않는다. 옳거나 그르다 하는 것은 없다. 일하느냐 일하지 않느냐 뿐이다. 혁명도 일이고 진보도 일이다.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은 사람이 도모하고 답은 천하가 내는 것이다. 내가 일을 시작했는데 결과가 잘못되면 내가 이기고 세상이 진 것이다. 존재는 상호작용이다. 상호작용의 절반인 내가 이기고 나머지 절반인 세상이 패배한 게임이다. 내가 이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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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배우는 것은 일이다. 생각은 일에 올라타는 것이다. 배우는 것은 말이다. 생각은 기수가 말에 오르는 것이다. 낙마를 각오해야 한다. 생각만 하는 사람은 일할줄 모르므로 잘못된 투쟁을 한다. 말을 모르고 말을 타므로 낙마한다. 일의 순서에 맞지 않게 일하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100을 원한다면 그 주변 1000에 조치해야 한다. 당신이 말을 타려면 그 말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쓰다듬어줘야 한다. 말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곧바로 말잔등에 오르려 하면 말은 당신을 떨어뜨린다. 생각만 한 사람은 100을 원한다면 곧장 100으로 간다. 반드시 주변에서 태클 들어온다. 자빠지고 나서 남탓한다. 태클은 원래 들어오게 되어 있다. 일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므로 내 생각대로 하는게 아니라 먼저 환경에게 물어보고 착수해야 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일의 시작점을 찍을 수 없다. 일의 시작점은 저울의 축이 되는 특이점이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만나는 지점이다. 강한 에너지로 그 지점을 돌파할 수 있다. 내 인생의 백퍼센트를 걸어 올인해야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 정도 에너지를 끌어올리려면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마침내 여기가 내 죽을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안중근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 에너지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단하는 에너지는 깊은 생각에서 얻어진다. 배우기만 한 사람은 결단하지 못한다. 의사결정에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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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진실로 아는 것이다.”


    알아야 하는 것은 ‘일’이다. 일은 원래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깨달아야 한다. 일은 상호작용이므로 백퍼센트 내가 자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말을 길들이는 것과 같다. 반은 내 마음이고 반은 말 마음이다. 말을 길들일줄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말을 길들일줄 모르는 사람이다. 명마를 길들이지 못하고 쓸모없는 말이나 길들일 뿐이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이런 소리나 하는 녀석은 멍청한 녀석이니 코를 때려줘야 한다. 겸손을 강조하는 말이 아니다. ‘모르는 것이 아는 것이다.’ 하는 사이비 명상파들도 코를 때려줘야 한다.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깨달음은 앎을 넘어 더 높은 층위에 있다. ‘일’이기 때문이다. 일은 안다고 해서 아는게 아니다. 일은 아는게 아니라 ‘하는’ 것이다.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결따라 가지 앎따라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단 일을 벌일 뿐이다.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남들 앞에서 안다고 말하지 않고 다만 일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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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의 관점'으로 보지 않으면 공자의 진심을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공자는 '일이관지'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일이관지의 '일'을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이관지는 직관입니다. 직관은 패턴복제를 씁니다. 그러므로 공자 자신도 내뱉은 자기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표현하려면 고도의 어휘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느낌으로 곧 말하는 것이며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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