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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아란도
read 2824 vote 0 2016.01.03 (16: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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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그레이트 뷰티>

모순이 일상화된 공간에서 간간히 살짝살짝 비치는 진실.
삶은 모순과 진실의 두 다리로 서는 것..., 영화 그레이트 뷰티를 보았다. 이미 무료인 영화이니 스포일러가 난발해도 상관없을듯 하다. 영화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좋은 영화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영화이다. 조금만 호기심을 가지고 인내한다면 말이다.

오만과 애정, 질시와 찬사, 위선과 까발림, 냉소와 사랑,광란과 경건함,신과 인간,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젊음과 늙음, 허무와 구원, 천박과 아름다움, 욕망과 신성, 세속과 성스러움....세속에서는 그 무엇도 세속화 시켜 우스워진다. 그러나 그 우스워 보이는 것은 진실이었다. 보여주지 않으면 보이지 않아서 속되게 되어버리는 것. 진실은 모순된 세속 사이사이에 박혀 있다.

결국...모든 것은 다 진실일 수밖에 없는거...모순이 일어나는 이유도 진실일 수밖에 없고 모순 그 자체도 진실일 수밖에 없다.
고행과 자유 = 탈속
욕망과 자유 = 세속
그런데 탈속과 세속은 늘 한 공간에 있으며 그 한 공간에서 양립하고 있다. 로마라는 공간은 그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너무나 세속적인 인간들의 형태와 너무나 탈속적인 인간들의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 일상처럼 섞여 있다. 돌로 만들어진 과거의 영화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단지 현재의 인간은 거기에 얹혀 사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들은 매순간 뿌리를 보며 살면서도 공허하다.

진품의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자가 진짜인가... 느끼는 자가 진짜인가... 그 둘 다를 품는자가 진짜인가... 젭은 로마가 간직한 비밀문을 열 수 있다. 자신의 작품처럼 그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아마도 그들이 지배하는 세계는 그들만의 또 하나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젭의 이러한 행위로서 지배하는 세상의 최상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코 진지하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그렇다. 영화는 그저 터치하는 형태만 보여 준다. 결코 깊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든 대비를 다 담아내고 있다. 대칭을 부여하고 젭을 축에 세웠다.

대비를 통해 대조시키지만...그건 동일한 무게였다.
모두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벗어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공간이나 한 집단은 평범하다. 다만, 이질적인 존재가 개입이 되었을때, 보이지 않았던 위상이 드러나게 된다. 이질적인 존재의 개입을 통해 그 집단은 그 집단의 일상성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드러내게 된다. 즉, 확연한 대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대비를 통하여 서로의 위치를 알게 된다. 그러나 어떻게 만났는가에 따라서 또 위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저 너머의 것은 다루지 않고 내버려 두고 현재 이쪽에 있는 삶만 다룬다. 젭의 마지막 엔딩의 말. 또 다른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었다.

아름다운 영상과 대칭구조 ...로마의 밤거리를 산책하는 젭...마치 뱀파이어 같기도 하다. 밤에만 활동하는 사교계의 파티...그들의 왕...늙어버린 늙어가는 이들의 사그러지는 밤... 그럼에도 젭은 여유와 관용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밤이 주는 영향력을 유유하게 즐긴다. 밤의 파티는 그래서 더 광란으로 타오른다. 어쩌면 젭에게 낮이란 젊음과 추억과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밤은 환락과 계속 스러져간 현재의 그 자신의 진행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40년간 스러져 왔다고 말했다. 그 말이 곧 그를 40년간의 사교계의 왕으로 유지시켰는지도 모른다. 오만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상대를 배려 하면서도 날카로운, 모두를 단속하면서도 자기방어를 하는 삶을 젭은 즐기고 있었다.

삶의 구체적 목표는 없다. 그러나 그는 산책하며 사람들을 만나고..위선을 연기하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진실을 담는다. 그러니까 양면성이 다 젭인 것이다. 그런 그는 위대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끝없이 탐미하지만, 깊은 곳의 마음은 닫혀 있다. 미이라 같은 마리아 수녀는 그런 그에게 세상이 만들어낸 우상처럼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속한 공간안에서의 마리아수녀 모습은 그러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젭이 아침에 커피를 들고 테라스로 걸어 나오는데, 이미 등이 구부정한 마리아 수녀가 테라스 한복판에서 커피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흰 두루미떼들이 몰려와 테라스와 수도원 뜰과 원형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경이로움이었다. 환상적 느낌을 만들어 내었다. 젭이 사는 집도 비현실적 위치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두루미떼들이 몰려와 있는 풍경도 비현실적 판타스틱한 풍경이었다. 한 공간에 여러 차원이 겹쳐져서 초현실적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마리아수녀는 자신이 왜 식물의 뿌리만 먹는지 아느냐고 젭에게 물었다. 그건 뿌리 때문이라고 마리아 수녀는 말했다. 그리고 이내 입김을 불어서 두루미떼를 날려 보냈다. 세속에서 우스운 풍광의 미아라 같던 수녀가 성녀이었음을 확인 시켜주는 시간이었다. 마리아수녀가 자기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고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마술사 친구가 테라스에 앉아 있다. 오늘 공연 한다고 했던 그 마술이었다.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게 파고 들지 않고 약간은 오리무중으로 남겨 둔다. 가볍게 터치하듯 지나간다. 젭의 일상도 그렇다. 젭의 집을 전체 다 보여주지도 않는다. 특정한 공간만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젭이 사람을 만나서 나누는 얘기와 그가 보내는 시간과 메여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또..., 파티에서 젭은 누군가들이 떠난다고하자 로마안의 파티에서 이 기차놀이가 가장 멋지다. 왜? 아무도 빠져 나가지 못해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킬킬대며 웃는다. 모순이 장악한 곳에 진실이 있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젭은 다룰수 있는 것만 다루기로 한다. 저 너머의 죽음은 놓아두기로 한다. 죽음 이전에 먼저 있는 그 삶만 다루기로 한다. 이제 그에게 추억은 놓아주어도 좋은 것이 될 것이다. 마리아수녀는 왜 더 글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고, 젭은 이제 또 다른 소설의 시작이라고 하며 질문에 답했다. 언제나 마음안에 있었던 그 바다의 배 위에서 이마에 꺼졌다 켜졌다 들어오는 성당의 불빛을 받으며...그는 마리아 성녀가 고행으로 기어서 성당의 대리석 계단 마지막 까지 올라가 성모상이 있는 대리석 바닥에 입맞춤 하는 그 순간에 자신의 죽음과 삶의 문제에서 삶만을 다루기로 결정하였다.

지금도 젭은 밤길을 산책하고 있을거 같다. 절대로 감정표현이 선을 넘어서지 않는 젭의 표정에서 그는 그의 삶을 선택한거 같다고 여겨졌다.

*사진... 돌의 나라 답게...영화의 전반적인 배경이 전부 돌로 된 건축물이다. 영화에 이런 풍경만 담아도 영상은 멋져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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